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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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환의 진화의 창 음악은 영역 방어에서 유래했다 탄핵 찬성 집회에서도, 탄핵 반대 집회에서도 단연 주인공이다.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결혼식, 장례식, 축제, 스포츠, 종교의식 등 어느 행사에서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음악 말이다. 거리에서 응원봉을 흔들며 K팝을 목청껏 떼창한 시민들은 세대를 넘어 모두 하나가 된 기분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음악이 지닌 이 불가사의한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음악은 왜 진화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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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환의 진화의 창 왜 부끄러움을 모를까? 진화론적 '윤석열 탐구' 자기가 여전히 으뜸인 줄 아는 우두머리 수컷 침팬지 같았다.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은 구치소 앞을 당당히 걸으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입을 앙다문 채 미소 짓는 특유의 꾸러기 표정이었다. 그는 간간이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환호를 끌어냈다. 비상계엄으로 나라를 대혼란에 몰아넣고, 국격을 추락시킨 내란 수괴치고는 너무나 태연하고 뻔뻔했다. 윤 대통령은 왜 전혀 부끄러움이 없을까? 온 국민이 내란 사태로 엄청난 정신적, 신체적, 경제적 손실을 입었음을 그는 정녕 알지 못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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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환의 진화의 창 왜 운동은 몸에 좋을까 혹시 새해를 맞아 꾸준히 운동하기로 결심하셨는가? 빈정댈 의도는 전혀 없지만, 지금쯤 그 계획은 말짱 도루묵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한국인 가운데 운동 부족인 사람이 열 명 중 여섯 명이나 된다. 세계 최상위권에 위치한다. 사실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에게 헬스장은 섬뜩한 고문기구들이 늘어선 귀신의 집을 연상케 한다. 러닝머신부터가 19세기 영국에서 죄수에게 중노동을 시키기 위한 징벌도구로 만들어졌다고 하니, 운동은 고역이라는 직감이 별로 틀리진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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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환의 진화의 창 지나친 자기 확신 그래도 의문이 남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학 시절부터 ‘내 방식대로 밀고 나가면 처음엔 어려워도 결국엔 승리를 쟁취한다’는 신념이 아주 강했다고 한다. 사법시험 9수 합격, 스타 검사, 검찰총장을 거쳐 대통령 자리에 오르며 자기 확신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그는 현실과 담을 쌓고 자기만의 망상 세계를 구축했다. 반국가 세력인 국회가 패악질을 일삼고, 선관위가 부정선거를 획책하고, 좌파 언론이 자기 지지율을 실제보다 낮게 보도하는 ‘윤석열 유니버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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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환의 진화의 창 알코올을 잘 섭취하도록 진화한 동물 술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술이 없다면, 가수 로제가 한국의 술 게임에 착안해 만든 곡 ‘아파트’가 세계를 휩쓸지 못했을 것이다. 술이 없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전통시장을 방문해 멍게를 보고 “소주만 한 병 딱 있으면 되겠네”라며 입맛을 다시진 못했을 것이다. 왜 인간은 술을 마실까? 에탄올은 어떤 마법을 부려서 우리와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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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환의 진화의 창 왜 애꿎은 이에게 울분을 터뜨릴까 다음을 상상해 보자. 업무 중이던 당신은 잠시 휴게실에서 쉬고 있다. 마침, 당신의 친구인 순자가 휴게실에 들어왔다. 당신과 순자, 그리고 정숙은 회사에 함께 입사해서 돈독한 우정을 쌓아왔다. 순자는 한숨을 푹 쉬면서 소파에 털썩 앉았다. “나 지금 너무 답답하고 짜증이 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당신은 순자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순자가 답한다. “어젯밤에 정숙이랑 식당에서 함께 저녁 먹으면서 다음 프로젝트를 구상하기로 했거든. 그런데 얘가 약속시간 10분 전에 덜렁 문자로 날 바람맞힌 거야. 나 식당에서 혼자서 밥 먹었다니까. 사실 정숙이가 좀 자기만 생각하잖아. 그래도 자기가 귀찮다고 약속을 맘대로 취소할 줄은 몰랐어. 하아, 걔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걸까?” 순자의 절절한 하소연을 들은 당신은 어떤 심정이 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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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환의 진화의 창 진화는 사실이자 과학 이론이다 미국의 한 진화생물학 교과서에 실린 만평은 이렇다. 의사가 환자에게 결핵이라고 진단한 다음에 묻는다. “혹시 창조론자이신가요?” “네, 진화는 그냥 이론일 뿐이지 사실이 아니죠. 그런데, 그건 왜 물으시죠?” 의사가 답한다. “인간이 항생제로 결핵에 맞서게 된 이후, 결핵균은 웬만한 항생제에는 내성을 지니는 새로운 균주로 계속 진화해 왔습니다. 다행히 이런 내성 세균에도 잘 듣는 최신 항생제가 근래에 나왔죠. 하지만 생명은 진화하지 않는다고 믿으신다니, 값비싼 신약보다 80년 전에 처음 나온 항생제를 처방해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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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환의 진화의 창 왜 종교적 믿음을 지니는가 인류학자 파스칼 보이어의 책 <종교, 설명하기>에는 어느 날 그가 손님들을 초대해 만찬을 함께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자신이 현장 조사하고 있던 카메룬의 팡 족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팡 족은 마녀의 배 속에 특별한 내장이 하나 더 들어 있다고 믿는다. 이 내장 때문에 마녀는 한밤중에 마을 위를 날아다니고, 사람들의 작물을 망치고, 피에 독을 푼다는 것이다. 가끔 마녀들은 성대한 잔치를 벌여서 희생자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다음엔 누구를 공격할지 계획을 짠다고도 했다. 팡 족 사람들은 자기 친구의 친구로부터 하늘을 날던 마녀가 바나나 잎사귀에 내려앉거나, 순진한 희생자들에게 마법 화살을 던지는 모습을 보았다는 말을 분명히 전해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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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환의 진화의 창 공생은 상호 착취다 어린 시절에 이런 학습 만화를 읽었다. 개미가 나뭇가지에 매달린 진딧물에게 말한다. “뭐? 너희들의 천적 무당벌레가 나타났다고? 내가 지켜줄 테니 걱정하지 마!” 식물의 즙액을 빨아 먹는 진딧물은 다 소화하지 못한 당분을 배설물로 내보낸다. “친절한 개미야. 고마워! 나도 맛있는 감로를 내줄게.” 진딧물은 개미에게 먹이를 주고, 개미는 진딧물을 천적으로부터 보호해준다. 개미와 진딧물이 활짝 웃으며 만화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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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환의 진화의 창 커피가 보내는 경고 신호 “진한 커피, 아주 진한 커피가 나를 깨운다. 커피는 내게 따뜻함과 남다른 힘을 주고, 쾌락과 더불어 고통을 준다.” 커피 애호가였던 나폴레옹이 남긴 이 말은 진리다. 많은 이에게 커피는 삶의 원동력이다.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커피 없인 하루도 버티기 어렵다고들 말한다. 전국에 커피전문점 수가 10만개를 넘었다니 대한민국은 ‘커피 공화국’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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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환의 진화의 창 임신은 어렵고, 힘들고, 고통스럽다 “임신? 그거 헛구역질 좀 하면서 아기를 열 달간 배 속에 품다가 쓱 꺼내는 거잖아.” 혹시나 이렇게 생각하셨다면, 큰 착각이다. 본래 임신은 어렵고 힘들고 고통스럽다. 젊고 건강하던 여성도 임신을 하면 두통, 소화불량, 변비, 허리 통증, 요실금, 가려움, 입덧, 부기, 숨 차기 등에 시달린다. 임신부에게 기가 막힐 노릇은 아파서 병원에 가도 의사는 “정상적인 증상입니다”라는 말만 들려준다는 사실이다. 물론 임신중독증이나 임신성 당뇨 같은 질병에 걸린 임신부는 더 큰 피해를 본다. 사실, 근대 이전에 임신 중에 혹은 낳다가 죽는 일은 여성에게 가장 흔한 사망 요인 중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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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환의 진화의 창 우주에는 목적이 없다 가끔 이런 기분이 든다. 우주에 웅대한 목적이 있고, 모든 일은 다 이유가 있어서 일어난다는 느낌 말이다. 종교가 없는 사람이라도 돌이켜보면 퍼즐처럼 맞춰지는 지난 삶의 행로에 이따금 경외감을 품게 된다. 이를테면, 애인에게 차인 덕분에 오히려 평생의 배필을 만난다. 대학을 재수하는 바람에 내 적성에 맞는 천직을 찾는다. 장대비를 피하려고 우연히 들어간 서점에서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책을 집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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