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민석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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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어떤 선언도 성소수자를 지울 수 없다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미국 성소수자 지원단체에 상담 문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외로움과 고립감, 누군가의 표적이 되거나 신체적 해를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긴급 상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불과 2개월 만에 현실이 되었다. 트럼프는 취임했고, 부자들과 권력을 가진 자들만 초대된 화려한 취임식 모습은 평화, 환경, 인권 등 모든 영역에서의 후퇴와 인간 존엄에 대한 위협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트럼프는 취임식이 개최된 날, 약 100건의 행정명령을 단행했다. 남성과 여성 두 성별(sex)만 인정하는 것이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임을 선언했고, 연방정부 내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폐기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여성을 젠더 이데올로기 극단주의로부터 보호하고, 생물학적 진실을 회복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으로 인해 트랜스젠더는 곧 거짓된 사람이자, 여성에게 위협을 가하는 잠재적 가해자가 되었다. 앞으로 트랜스젠더의 삶은 공적 영역에서 철저히 배제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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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광장의 무지개가 일상이 되길 비상계엄은 겨우 붙잡고 있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새해 계획을 잘 세워봐야겠다는 다짐은 사라진 지 오래고, 이제는 안갯속과 같은 미래의 불안을 매일 맞닥뜨리게 되었다. 동시에 시민들이 스스로 만든 광장이 열렸다.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꾹꾹 눌러왔던 억압의 상처가 분출되었다. 성소수자 단체들도 ‘윤석열 퇴진 성소수자 공동행동’을 결성하고 함께하고 있다. 광장에 마련된 ‘무지개 존’은 연대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곳에서 생애 첫 발언을 한 청소년 성소수자는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자신의 발언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평소 위기 상황이 자주 발생해 걱정을 많이 하던 내담자였는데, ‘무지개 존’에서 만난 시민들의 환호와 격려가 큰 힘이 되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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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HIV 감염인에게도 돌봄이 필요하다 지난 한 달 동안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 감염인 당사자이자 동료 감염인의 돌봄 지원을 받는 이들을 만나 그동안 살아온 삶과 돌봄 경험이 남긴 의미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HIV 감염인 파트너가 지병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이후 원가족의 시신 인도 포기로 인해 장례 지원을 도왔던 이의 집엔 여전히 그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었다. 시각장애와 편마비로 요양병원과 꽃동네를 전전하며 생활했던 이는 동료 감염인의 도움을 받아 병원과 심리상담을 받으러 다니고 있었다. HIV 감염 사실이 외부에 알려져 꿈도 포기하고, 공황장애로 사람들 만나는 것도 어려움을 겪고 있던 40대 감염인은 최근 장례지도사에 합격해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이들 모두 말벗이 되어주고 반찬을 나눔하고, 병원을 동행하는 돌봄 활동에 고마움을 아끼지 않고 표현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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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청소년 성소수자 정신건강 손 놓은 정부 질병관리청은 대한민국 청소년의 건강행태 현황을 파악하고자 매년 ‘청소년건강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약 5~6만명 정도의 청소년들이 익명으로 참여하고 있고, 흡연·음주·식생활부터 성 행태·정신건강 등 총 100여개의 설문 응답 결과를 확인할 수 있으니, 청소년 건강증진 사업을 기획하고 평가하기에 유의미한 조사임이 분명하다. 다만, 현재로선 남녀 여부를 확인하는 성별 문항만 존재하고 있어 청소년 성소수자의 건강 상태가 어떤지 전혀 확인할 수 없다. 최근 국정감사 기간에 한 의원실을 통해 청소년 성소수자 정신건강 실태가 어떤지 유추해 볼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였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성관계 경험률을 확인하는 설문 문항에서 이성·동성과의 성관계를 구분해서 조사했고, 자살률과 교차 분석하면서 정신건강 위기 현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련 연구가 전혀 없는 상황에선 기초 현황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분석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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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먹고사는 문제? 죽고사는 문제! 성소수자, 여성 단체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트랜스젠더 활동가의 부고 소식이 전해졌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고 변희수 하사를 위해 추모 발언을 하거나 트랜스젠더 자조 모임에서 자기 삶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던 모습을 종종 봐왔기 때문에 그녀의 선택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을 삶을 위로하고, 평등한 세상에서 안식을 취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는 것뿐이었다. 그녀의 공식 추모행사가 있기 하루 전 10월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에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차별금지법 입법을 막아달라는 한교총 대표의 요구에 ‘먹고사는 문제’를 우선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고, 이것이 정치의 근본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충분히 성숙한 다음에’, ‘사회적 대화를 하고 나서’ 차별금지법을 논의해볼 수 있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두 사람의 대화가 사람의 존재를 부정하고 성소수자를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분노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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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진짜 ‘자격’이 없는 사람이 누구인가 지난 8월29일 대법원 선고로 인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해직 교사를 복직시켰다는 이유만으로 교육감직을 잃었다. 학생인권조례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조 교육감의 활동을 익히 알고 있고, 학생인권법 제정이라는 중요한 과제 또한 남아 있는 상황이라 그의 공백이 아쉽고, 앞으로 교육 현장이 어떻게 바뀔지 걱정부터 앞선다. 그가 지난 10년 동안 교육감으로서 임무를 수행했기에 평가가 모두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2014년 성소수자 인권단체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성소수자 학생의 인권 보장을 위해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최초의 교육감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또한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한다’ 등의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공격받을 때마다 차별금지 원칙이 성소수자 학생에게도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며, 때로 본인이 직접 나서 인터뷰하는 등 학생 인권을 적극 방어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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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살아만 있다면 행복은 반드시 찾아올 테니까”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참여자들이 한마디 할 때마다 박수와 환호 소리로 화답했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표정은 밝았고 홀가분해 보였다. 8월3일 개최된 제1회 퀴어청소년 무지개백일장 시상식 현장의 풍경이다. 평소 1대1 상담과 긴급 지원 활동을 하는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의 분위기와도 사뭇 달랐지만, 정성스러운 심사평이 담긴 상장과 꽃다발은 화사함을 더해주었다. 무지개백일장은 청소년 성소수자로서 학교 안팎에서 하게 된 경험과 고민을 자유롭게 쓰며 일종의 해방감을 맛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평소 말하지 못하던 사연들은 작품으로 승화되었고, 차별의 경험은 이야기 소재가 되었으며, 누군가의 마음 상태를 엿보는 듯한 글들은 마치 세상을 향해 외치는 호소문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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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변희수 하사가 대전현충원으로 가던 날 지난 6월24일 고 변희수 하사가 대전현충원에 안장되었다. 순직 결정이 되기만을 간절히 기다렸는데, 막상 그 순간을 마주하게 되니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감정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성별정체성을 떠나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던 변 하사의 바람대로 대전현충원에 군인의 신분으로 영원한 안식을 할 수 있어 다행스럽기도 하다.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동하기 위해 20명 남짓한 참여자들이 아침 일찍 광화문광장으로 모였다. 각기 다른 이유로 변 하사와 인연이 있던 사람들은 이별할 준비를 했고, 그녀의 영정 앞에 놓일 국화꽃도 함께 떠날 채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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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국가인권위마저 망가뜨리려고 하는가 올해 들어 국가인권위원회에 갈 일이 많아졌다. 트랜스젠더 학생을 배제하고 개인정보를 노출시키는 OMR 성별표기 차별 진정 처리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서 ‘성차별팀’을 방문했고,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 의료 차별 개선을 위해 발표된 정책권고(2018) 이행 방안을 협의하려 ‘차별시정과’를 방문했다. 최근에는 변희수재단 법인 설립 허가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행정법무담당관’과, 서울퀴어문화축제 참여 협의를 위해서 ‘홍보협력과’와 소통하기도 했다. 정말 다양한 목적과 이유로 방문하고, 협의하고, 때로 요구하기도 한다. 아쉬운 점이 왜 없겠는가. 민감한 쟁점을 회피하거나 진정 사건이 이유 없이 지연되는 경우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목소리 높이고 항의도 한다. 그 이유는 인권위가 ‘인권의 시각에서’ 인권침해와 차별행위에 대해 판단하고, 인권·시민사회 단체와 협력하는 등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설립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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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어버이날, 경찰이 찾아왔다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경찰들이 찾아왔다. 낯선 방문객 모습에, 온몸에 긴장이 흘렀다. 어떤 일로 방문했냐고 물으니, 아동학대 신고 건으로 찾아왔다고 한다. 부모의 폭력을 피해 집을 나오게 된 트랜스젠더 청소년의 동의를 얻어 아동학대 신고를 하였는데,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근처 파출소에서 바로 찾아온 것이었다. 경찰들은 뻘쭘하게 서서 띵동 사무실을 한참 둘러보았다. 이곳이 상담하는 곳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무실 주소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보니, 띵동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확인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경찰 한 분이 “밤에도 한 번 와 봤다”고 말한다. 야간시간대에 청소년 성소수자를 지원하고 있을 당시 부모의 실종신고로 띵동에 찾아온 경험이 있던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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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선거는 끝났지만, 우리의 일상은 계속된다 22대 총선이 끝났다. 선거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실패한 사람은 물러났고, 성공한 사람은 기세등등했다. 정권 심판을 바랐던 사람들은 기뻐했지만, 진보정치의 위기를 지켜본 사람들은 무거운 침묵에 말 한마디 보태는 것도 조심스러워했다. 차분한 마음으로 개표 결과를 지켜본 나 역시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차별금지법 제정이나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온 후보자들의 낙선이 뼈아팠고, 노골적으로 혐오 정치를 펼쳤던 이들의 당선에 한숨이 나왔다. 22대 국회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기대보다 답답함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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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임태훈의 ‘양심’으로 확인한 것은 더불어민주연합이 끝끝내 국민후보로 추천된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을 컷오프했다. 이의신청도, 재추천의 기회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적격 사유는 표면적으로는 ‘병역기피’였다. 공개 오디션에서 2만명 넘는 시민들의 지지를 받은 후보(1위)였다는 점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임태훈 전 소장은 2009년 군인권센터를 설립하고, 15년 가까이 군 개혁과 인권 증진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해왔다. 군 사망사고 유가족들과 함께하며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출마 선언 전까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진실을 파헤치는 것은 물론, 고 변희수 하사의 부모님을 직접 만나 추모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활동을 함께 모색하기도 했다. 성소수자 그리고 병역거부자라는 삶의 조건에서도, 사회변화를 위한 활동을 앞장서 해왔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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