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나
<아무튼, 잠수>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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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나보다 더 힘드신 분들을 위한 배려”라는 말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어쩐지 나는 이곳 어디서도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웠다. 첫 책을 내고 난 뒤에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떠돌아다녔고 처음으로 강력한 연결감을 느낀 곳은 독일 베를린이었다. 그곳엔 각자의 이유로 모국으로부터 망명한 많은 이주민들이 있었다. 독일이 저지른 가해의 역사를 스스로 들여다보고 기억하느라 다소 분열적인 느낌마저 주는 곳이었다. 나는 종종 추방당했다고 느낀다. 베를린이 아니라 서울에 있을 때 그 감각은 뚜렷하다. 같은 언어와 같은 역사를 공유하는데도 이곳은 나를 사랑하지 않고 나를 환영하지도 내가 성장하기를 바라지도 않으며 내가 나 자신으로 존재하려 할수록 있는 힘을 다해 다른 방향으로 밀어내는 것만 같았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나 말고도 많다는 것을, 높은 자살률과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 유병률이 말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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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벽 너머로 낯선 소리가 들려올 때 연말연초가 되면 늘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의 책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 수록된 엽편소설 ‘벽 - 짤막한 크리스마스 이야기’이다. 소설은 작가인 ‘나’가 의사인 친구에게 가볍게 하소연하며 시작한다. 그럴싸한 교훈적인 이야기를 써서 신문사의 편집장에게 주기로 했는데 크리스마스가 다가와도 어떤 영감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벽에 부딪힌 것 같다니까!” ‘나’는 탄식한다. 그러자 의사인 친구가 말한다. “벽이라고? 그렇다면 자넨 이미 멋진 주제를 찾아낸 것 같구먼.” 친구는 어느 해 12월31일 빈민가에서 벌어진 일을 이야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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