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경숙
IT칼럼니스트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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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게임 세상 광장을 밝힌 기술 언제나 연말은 기억할 새도 없이 쏜살같이 지나가곤 했는데, 올해 12월만큼은 유난히 더디게 느껴진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두가 공유하는 감각일 것이다. 12월3일 계엄령 선포부터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이르기까지 한날한시도 뉴스에서 눈 뗄 겨를이 없었다. 평일엔 뉴스를 계속 들춰보다 주말이면 송년모임 대신 여의도 집회에서 지인들을 만났다. 잊고 지내던 오랜 인연들도 여의도 골목 어귀에서 우연히 마주쳐 반가운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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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게임 세상 기업인의 자리는 기업이어야 한다 전 세계가 주목한 미국 대선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개인적으로는 그 소식보다도 이후 일론 머스크가 ‘정부 효율부서’의 장관으로 임명되었다는 뉴스가 더 놀라웠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머스크는 ‘테슬라’와 ‘X(전 트위터)’의 CEO이며 화성 이주 프로젝트를 위해 ‘스페이스X’를 창업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지난 대선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것은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 소식이지만, 정부 기관의 요직에 임명된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다. 기업과 정부가 지나치게 가까운 관계에 있는 것도 경계해야 하는데, 심지어 정부 기관에서 결정권을 행사하는 자리에 거대 빅테크의 수장이 임명되다니? 이것은 그 거리가 가까운 것을 넘어서, 거리 자체를 없애버리는 시도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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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게임 세상 청년들의 문이 닫히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 사람들이 즐겨 보는 ‘GeekNews’라는 채널이 있다. 해외의 ‘HackerNews’를 모티브로 개설한 것으로, 테크업계 사람들이 관심 있게 볼만한 뉴스, 블로그, 기술 토픽 등을 소개한다. GeekNews에 얼마 전 “당신 회사는 주니어 개발자가 필요해요(Your company needs Junior devs)”라는 제목의 칼럼이 공유됐다. 신입 개발자의 역할은 인공지능(AI)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믿으며, 고급 개발자로만 팀을 구성하려는 실리콘밸리의 리더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해당 포스팅의 필자는 신입 개발자를 영입하고 교육하는 일은 팀 내 지식을 순환하게 하고 시니어의 역량 강화를 도우며 동시에 신선하고 창의적인 관점을 도입할 기회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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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게임 세상 아무도 그녀들을 능욕할 수 없다 지난주 수요일, 제17회 여성인권영화제의 막이 올랐다. 올해 여성인권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은 <나의 가해자 추적기(My Sextortion Diary)>로, 파트리시아 프랑케사 감독(이하 파티)이 직접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다. 파티는 Sextortion 범죄의 피해자다. Sextortion은 주로 ‘몸캠피싱’이라 불리는데, 피해자의 나체 사진 등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하는 범죄를 일컫는다. 사건은 파티가 노트북을 도둑맞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식당 안에서 몇몇 남성들이 조직적으로 파티의 가방에서 노트북을 훔쳐간 일이었다. 그로부터 몇 개월 뒤, 파티의 메일함으로 웬 e메일 하나가 날아든다. e메일에는 파티가 찍었던 사적인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도난당한 노트북이 해커의 손에 들어가면서 파티의 개인정보와 사진, 연락처 등이 모두 유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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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게임 세상 공공 DNA DB?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요즈음에는 기술 발전에 대해 회의감을 부쩍 느낀다. 하루가 멀다고 터져 나오는 딥페이크 성범죄 때문이다. 올해 5월 일명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았는데, 지난주에만 딥페이크 성범죄가 두 건이나 보도됐다. 피해자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을 보기 위해 무려 1200여명이나 채팅방에 참여하고 있던 인하대 딥페이크 사건, 동급생과 교사 얼굴을 음란물과 합성해 공유한 부산 중학생 딥페이크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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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게임 세상 데이터센터의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에만 우리나라에 민간 데이터센터가 총 24개 더 지어진다고 한다. 지금까지 전국에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가 150여개인 것을 감안하면, 고작 1년 만에 기존 데이터센터의 16%가 추가 건립되는 셈이다. 데이터센터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은 AI 산업의 영향이다. 초대규모로 데이터를 학습하고 운용해야 하는 AI 기술에 전 세계적으로 열띤 투자가 이어지면서 AI 서버를 가동하는 데이터센터 수요도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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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게임 세상 게임계 길이 남을 악례, ‘배그’의 뉴진스 컬래버 뉴진스를 좋아한다. 도쿄돔에 가지는 못했지만, 일본에서 전해진 무대 소식을 듣고선 괜히 들떠 설렐 정도로. 그러나 뉴진스가 어린 나이에 데뷔한 데다 아직 미성년인 멤버도 있어, 그들의 무대를 즐기는 것이 미안해지기도 한다. 꼭 뉴진스가 아니더라도, 어린 아티스트를 향한 마음은 언제나 갈등의 연속이다. 편치 않은 마음에 불을 지른 건, FPS 게임 ‘PUBG: BATTLEGROUNDS’(‘배틀그라운드’)와 뉴진스의 컬래버레이션이었다. 사전에 공개된 티저 영상에는 뉴진스 멤버들이 무대에서 춤추는 모습만 담겨 있었기에, 지난해 진행됐던 ‘배틀그라운드’와 블랙핑크의 컬래버레이션과 비슷한 정도라고 여겼다. 그땐 ‘배틀그라운드’에서 블랙핑크의 의상을 게임 속 캐릭터가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판매했고, 더불어 블랙핑크 안무를 따라 출 수 있는 기능도 유료로 제공했다. 그러나 뉴진스 컬래버레이션은 달랐다. 의상과 안무를 판매한다는 점은 같았으나 여기에 멤버들의 얼굴을 캐릭터로 재현할 수 있는 ‘얼굴 스킨’이 추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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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게임 세상 카카오는 알고 있었다 3년 전쯤, 가족 여행을 떠났을 때 일이다. 가족과 함께 예약한 방에 짐을 풀고 창밖을 보기 위해 커튼을 걷는 순간, 천장 모서리에 이상한 게 눈에 띄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벌집이었다. 살펴보는 중에 말벌이 쏜살같이 날아오기에 우리 가족은 비명을 지르며 화장실로 달려갔다. 이를 알리자, 호텔 직원도 놀라 달려왔다. 이후 호텔 측에서 취한 조치는 빠르고 정확했다. 먼저 방을 바꿔주었고, 119에 신고한 뒤 출동한 대원과 함께 벌집을 떼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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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게임 세상 효율성이 높아지면 더 적게 일할 수 있는가 AI는 특정 분야에서의 업무 효율성을 비약적으로 증대시킨다. 여기에 이견은 없다. 나만 해도, 이전에는 10시간 남짓 걸렸던 개발 프로젝트를 여러 AI 개발 도구와 함께 하니 한두 시간 만에 뚝딱 완성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이전에는 인터뷰 녹취록을 푸는 데에만 수어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지금은 네이버 클로바노트를 사용해 그 시간을 비약적으로 단축했다. 이제는 클로바노트로 녹취록의 초안을 만든 후 틀린 부분만 검수하면 되니 훨씬 편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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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게임 세상 나는 내가 찍을 후보를 얼마나 알고 있나 평소 만날 일 없던 정치인들을 거리에서 자주 보니 지금이 선거철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한다. 주요 사거리마다 후보의 얼굴과 정당의 색깔이 부각되는 현수막이 걸려있고, 곳곳에 원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후보자의 홍보물을 들고 걸어다닌다. 그러나 선거운동이 눈에 띄는 것에 비해 후보자가 어떤 정치를 추구하는지는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누군가는 홍보물의 첫 장에 정책 방향성이 아니라 ‘심판’이라는 단어를 배치했고, 또 누군가는 다른 정당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자신의 슬로건으로 걸었다. 홍보물에 새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희망찬 메시지보다 다른 정당에 대한 적개심이 더 진하게 인쇄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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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게임 세상 의료 플랫폼이 의료 공백 대안인가 얼마 전, 친구와 함께 대학병원에 갔다. 입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으나 친구는 입원하지 못하고 집으로 되돌아왔다. 의사가 전공의 파업 때문에 입원해 봐야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을 거라고 만류해서다. 진료실 바깥에서는 간호사가 다른 환자들에게 같은 내용을 여러 번 안내하고 있었다. “네, 지난번 진료 보시던 선생님은 지금 파업 중이라서…. 언제 진료실에 들어갈지 아직 알 수 없어요. 오래 기다리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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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게임 세상 게임업계 구조조정, 왜 또 노동자들인가 지난해 12월, <웰컴 투 카로시 클럽>이라는 제목의 공포 게임이 스팀(STEAM)에 출시됐다. ‘카로시’란 일본어로 ‘과로사’를 뜻한다. 게임의 주인공은 넥타이를 멘 채 우울한 표정으로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켄지’로, 게임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하다가 해고당한 뒤 새로운 직업을 찾고자 구직 중이다. 회사에서 잘린 게임 개발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게임의 실제 개발자들 역시 게임 회사에서 해고당했다. <웰컴 투 카로시 클럽>은 해고당한 게임 개발진이 설립한 게임 스튜디오, ‘카미시바이 인터랙티브’에서 출시한 첫 번째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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