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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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 민주주의를 지켜야 국민의힘이 산다 전쟁이 끝났다고 평화가 저절로 오는 건 아니다. 역사는, 하나의 전쟁이 끝나도 다른 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고 가르친다. 평화가 올지는 전쟁을 끝내는 방식에 달렸다. 내란 문제도 그렇다. 내란 사태로 형성된 전환의 골짜기를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대화정치로 갈지, 또 다른 전쟁정치로 갈지 결정된다. 내란으로 뒤통수를 맞은 국민의힘은 윤석열과의 인연을 끊고, 당을 바로 세우는 혁신의 길을 갈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윤석열 저항을 받아들이는 대신 집권세력의 책임감으로 순조로운 사법적 절차 이행에 협조하고, 야당과 정치일정을 합의, 과도기를 안정적으로 넘길 수 있었다. 전쟁을 끝내는 좋은 방법은 평화협정을 맺고 다시 전쟁하지 않는 관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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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 국민의힘이 기가 살아 있는 이유 먼저 윤석열 탈당을 요구한다. 내란과 윤석열 실정에 책임 있는 세력을 배제, 당내 윤석열 흔적을 지운다. 이렇게 당을 윤석열로부터 분리한 다음 당을 혁신해 살길을 찾는다. 내란충격에 대처하는 합리적 접근법이다. 박근혜 탄핵 때도 그렇게 해서 당을 위기에서 구하고 집권까지 했다. 국민의힘은 반대로 하고 있다. 의리 때문일까? 입당 3년짜리 사고뭉치와 당의 미래를 맞바꾸는 것은 아무래도 계산이 맞지 않는다. 윤석열과 분리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자포자기한 걸까? 당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권성동은 “여전히 국민의힘이 여당”이라며 굳이 자신들이 윤석열의 당임을 내세운다. 한덕수에게 국회가 통과시킨 법을 거부하라 요구하고, 당정협의도 하며 뒤늦게 망한 정권의 주인 노릇에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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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 트럼프 귀환에 준비되지 않은 윤석열 외교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도 하기 전 세계를 흔드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니 한국 외교에 관한 몇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왜 윤석열 대통령은 실용외교니 국익외교니 하는 자기 공약을 버리고,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대결이라는 조 바이든의 이분법적 세계관을 따라 가치외교의 깃발을 올렸을까? 가치외교는 오직 미국을 믿고 따르면 미국이 모든 걸 해결해줄 거란 무속적 소망을 담은 외교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바탕으로 한 미국의 지구적 리더십은 오바마 정부 때 이미 꺾이기 시작했다. 전임 부시 네오콘 정부의 과대 팽창으로 미국 내 피로감이 확산되고, 2008년 미국 금융위기로 미국의 위상이 훼손된 결과다. 흔히 트럼프가 국제질서를 끝장낸 사람처럼 알려졌지만, 미국 조지타운대 찰스 쿱찬 교수는, 트럼프는 원인이 아니라 증상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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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 ‘윤석열’ ‘트럼프’ ‘김정은’이라는 벌을 받고 있다 미국 시민이 대통령 선거에서 카멀라 해리스와 도널드 트럼프 가운데 트럼프를 선택한 이튿날 윤석열은 국정 전환과 아내 사이에서 아내를 선택했다. 그 전에는 김정은이 러시아에 파병하는 쪽을 선택했다. 각각 다른 땅에서 다른 이유로 이루어진 선택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잘못된 선택이다. 미국 시민은 트럼프에게 미국이 만든 국제질서를 흔들고 세계를 혼돈에 빠뜨릴 기회를 주었다.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그는 파리협정을 또 탈퇴한다고 한다. 취임 즉시 시행하겠다는 미등록이민자 추방은 인도주의적 재앙을 예고한다. 이주자는 그가 퍼뜨린 인종주의의 먹잇감이 될 것이며, 소수자 혐오는 확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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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 어쩌다 우리는 부부통치를 받게 되었나? 남한 부부통치는 북한 남매통치와 닮았다. 그러나 완전히 같지는 않다. 김여정은 중대 발표 때 오빠 위임을 받았다고 공표하지만, 김건희가 국정개입 때 오빠 위임을 받는지는 알 수 없다. 김여정 오빠가 누군지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김건희 오빠가 누군지는 이론의 여지가 있다. 그렇다 해서 김건희·명태균 대화록에 나오는 오빠가 어떤 오빠인지가 중요해지는 건 아니다. 세상의 시선은 오직 김건희를 향해 있다. 어쩌다 우리는 부부통치를 받게 된 것일까? 김건희 라인이 과시하는, 지난 대선 때의 활약상은 우리를 윤석열 정부 탄생기로 강제 소환한다. 좋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때 이야기를 해보자. 윤석열 정부 탄생의 비밀에 관한 많은 질문들이 여전히 대답 없이 허공을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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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 통일은 잊자 지금 한반도에서 통일 의지를 불태우는 건 윤석열 정부뿐이다. 북한은 이미 남한과 통일하지 않겠다고 했다. 남한 시민들은 2023년 통일연구원 통일의식 조사에서 46.1%가 ‘통일 필요 없다’고 응답했다. 응답자는 보통 이런 설문에 자기 개인 판단보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대답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편향을 제거하기 위해 평화공존과 통일 가운데 선택하도록 하자 평화공존이 59.5%, 통일이 22.5%였다. 젊은 세대만이 아니라 모든 세대에서 평화공존 선호가 압도적이다. 그러든 말든 윤석열 정부는 ‘자유의 북진’이니 ‘통일독트린’이니 하며 들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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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 보수를 응원하며 마치 흑백 기록영화를 본 것 같다. “반국가세력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 “전 국민 항전 의지를 높일 방안을 강구하라”.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 지시다. 거대 야당 위세에 기죽지 않겠다는 허세려니 했다. 그래도 그렇지, 저런 식의 대야공세라니, 참 고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석열 해명에 따르면, 그건 오해였다. 그는 간첩을 말한 것이라고 했다. 간첩 걱정하느라 밤잠을 설치는 대통령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 그가 걱정됐다. 그는, 영수회담은 거부하고, 당정 갈등은 부인했다. 김건희 조사는 정당하게 처리됐고, 채 상병 사건 외압은 없었고, 의대 증원 문제는 마무리됐고, 응급실은 정상이라고 했다. 이 초현실주의적 독백이 의미하는 딱 한 가지는, 2년이 넘어도 그의 스타일에 익숙해지기가 참 어렵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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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 윤석열, 한동훈, 이재명의 돌멩이 정치 21대 국회 임기 말인 지난 5월 국민연금 개혁에 관한 양당 입장은 상당히 접근했다. 이재명이 ‘받는 돈’에 관한 국민의힘 안을 수용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합의를 거부했다. 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법안을 냈을 때도 국민의힘은 반대했다. 한동훈이 특검 추천인을 대법원장으로 하는 대안을 냈을 때는 민주당이 반대했다. 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다시 특검법안을 발의하면서 한동훈 안도 논의할 수 있다고 하자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반대로 돌아섰다. 의대 증원, 저출생 대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양당 사이 정책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게다가 양당에는 김종인 발자국이 있다. 양당을 오가며 비대위원장을 한 그는 양당 정강정책을 모두 손봤고, 그 결과 비슷비슷해졌다. 그런데도 양당은 합의를 피하려 무진 애를 쓴다. 주요 쟁점을 타결짓는 사고가 날까봐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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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 트럼프를 잊어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전격 사퇴로 도널드 트럼프가 누구와 경쟁할지 알 수 없는, 초유 사태가 벌어졌다. 그렇다 해도 트럼프 당선을 상상하는 건 더는 공상이 아니다. 온갖 난관을 뚫고 기어코 다시 대통령 후보가 되고, 총알까지 피한 행운의 사나이가 집권하는 운은 피할 거라 믿을 이유가 없다. 요즘 한국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트럼프와 합이 잘 맞을지, 어떻게 하면 트럼프 맞춤형 외교를 할 수 있을지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마치 나라 운명이 미국의 손에 달려 있기라도 한 것 같다. 미 대선을 지켜보는 우리의 불안한 시선이 낳은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봐야 할 것은 우리 자신이다. 미 대선이란 거울에 비친, 중심을 잃은 채 흔들리는 한국 외교를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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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 누가 애완견인가? 이재명이 언론을 애완견이라고 했다. 그는 종종 자기 통제력을 잃는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언론은 왜 나의 애완견이 되어주지 않느냐는 불만의 표출로 받아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권력이 커졌다는 점에서 권력과 언론 관계를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를 위해 중요한 문제다. 언론은 그동안 상당한 지면과 시간을 할애해 이재명의 의견과 활동을 보도했다. 애완견이라서가 아니다. 그럴 만한 뉴스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언론이 이재명에 대해 감시견 역할을 한 것도 그가 미워졌다거나, 윤석열·검찰 애완견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다. 이재명도 누군가에게 민주당의 아버지, 여의도 대통령이라 불리는 하나의 권력이 됐다. 권력 감시는 언론이 가장 잘하는 일이며,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다. 언론이 윤석열 감시견 역할을 했다면, 그것도 같은 이유로 그렇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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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고 살자’ 2020년 6월15일 중국·인도 접경지 카슈미르 라다크에서 양국 군인이 충돌해 사상자가 발생했다. 군인들은 주먹, 돌, 몽둥이로 싸웠다. 2022년 12월9일 인도 동북부 아루나찰프라데시주(州) 타왕 지역에서도 양국 군인이 충돌했다. 주먹으로 싸워 수십명이 부상했다. 핵무장한 두 강대국이 석기시대 전투를 한 것이다. 남북 간에도 그런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실질적 핵보유국 북한, 세계 유수의 군사대국 남한이 풍선에 전단, 1달러 지폐, 아니면 똥, 쓰레기를 담아 치열한 풍선 공방전을 하고 있다. 주먹싸움엔 풍선 공방전과 다른 면이 있다. 중국·인도 간에는 소규모 분쟁이 대규모 분쟁으로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한 장치가 있다. 분쟁에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합의다. 남북 간에는 그런 것이 없다. 풍선 갈등, 바람 따라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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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 대통령을 위한 변명 노태우에서 윤석열까지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 권력의 크기는 시간의 흐름 따라 줄었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은 집권당 총재를 겸하면서 당을 지배했다. 다음 대통령들은 일개 당원으로 남았다. 윤석열이 일개 당원으로 당을 지배했던 기간은 2년뿐이다. 집권당을 통제하려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앞으로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시선을 한 정부 임기 내로 돌려도 마찬가지다. 권력 크기는 시간의 함수다. 임기 전반기 누리던 권력은 후반기 눈에 띄게 약해진다. 권력에 적용되는 엔트로피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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