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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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 끝나지 않는 이야기 윤석열의 천일야화였다고 할까? 윤석열 정부 1061일 동안 기이하고 놀라운 일을 충분히 듣고 보았다. 윤석열 파면 이후 더 이상 기담괴설은 들을 일이 없겠거니 했다. 오해였다. 한국 정치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끝나는 법이 없다는 걸 깜빡했다. 이야기는 계속된다. 한덕수가 대선판에 뛰어들었다. 아무리 기회주의자라고 해도, 내란 정부 2인자인데 또 기회가 왔다고 전국을 누비고 있다. 그는 국민의힘 지원으로 짧은 선거 기간을 거쳐 대통령이 되는 지름길을 따라갈 참이다. 정치 핵심인 정당과 선거를 권력 획득의 일회용 도구로 이용하는 반정치, 반칙 행위가 제2당의 기획하에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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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 국민의힘의 마지막 사명 매화, 산수유,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개화 순서를 잊고 한 번에 피어나면서 온 천지에 꽃사태가 났다. 국민의힘에도 대선 출마예상자가 두 자릿수에 이르는 출마사태가 났다. 왜 대선을 치르게 됐는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이 좋은 계절을 놓칠세라 너도나도 화려한 꽃무리를 이루고 있다. 무도한 권력이 기어코 헌정 질서를 되돌릴 수 없게 파괴했다면 볼 수 없었을 봄날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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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 트럼프의 역설 “세계에 유일 강대국이 있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그건 냉전 종식의 산물이다. 결국에는 다극 세계로 돌아갈 것이다.” 중국, 러시아, 북한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월 취임 직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 전 의회 청문회 모두발언에서는 “미국이 먼저 안전해지고 강해져야 세계 평화·동맹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은 여러 강대국의 하나일 뿐이다, 세계 정부 역할을 할 능력도 의사도 없다, 그러니 미국에 기대하지 말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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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 이재명이 바친 제물 이재명이 선언한 대로 민주당은 보수정당이 맞다. 그의 민주당은 시장·성장 중시, 감세와 같은 보수 노선을 따른다. 이재명 이전에도 민주당은 보수였다. 노동자 계층을 지지기반으로 둔 적도, 분배 정의, 불평등·기후위기 해소, 재벌개혁, 소수자 차별 금지를 우선한 적도 없다. 한국은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가진 나라가 아니다. 민주주의 40년에도 견고한 보수 헤게모니는 겨우 생존하던 정의당의 퇴출로 이미 입증됐다. 한국 정치는 보수정당 경쟁체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민주당=진보, 국민의힘=보수’로 짝짓는 걸 즐긴다. 명색이 선진국인데 다원성 없는 ‘결손 민주주의’를 인정하자니 자존심이 상해서 그런지 정치가 진보와 보수 두 바퀴로 굴러간다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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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 반동의 물결 앞에서 한국 민주주의는 2개월 만에 두 번의 도전을 받았다. 한 번은 무장군인을 동원한 폭력적 방법에 의해, 또 한 번은 극단세력이 정치의 중심에 서는 비폭력적 방법에 의해. 폭력은 그 가시성으로 인해 시민들로부터 즉각 거부된다. ‘응원봉 시위’ ‘남태령 대첩’이 말해주듯, 민주주의 심화 의지를 불태우게 하는 역효과를 낸다. 한국 민주주의는 폭력으로부터 살아남았다. 비폭력적 도전으로부터도 살아남을까? 민주주의에 대한 진짜 위협은 내란이 아니라, 극단세력이 정치 중심으로 진입한 사건이다. 폭력엔 즉각 맞선 시민들도 극단주의 확산엔 속수무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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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 민주주의를 지켜야 국민의힘이 산다 전쟁이 끝났다고 평화가 저절로 오는 건 아니다. 역사는, 하나의 전쟁이 끝나도 다른 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고 가르친다. 평화가 올지는 전쟁을 끝내는 방식에 달렸다. 내란 문제도 그렇다. 내란 사태로 형성된 전환의 골짜기를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대화정치로 갈지, 또 다른 전쟁정치로 갈지 결정된다. 내란으로 뒤통수를 맞은 국민의힘은 윤석열과의 인연을 끊고, 당을 바로 세우는 혁신의 길을 갈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윤석열 저항을 받아들이는 대신 집권세력의 책임감으로 순조로운 사법적 절차 이행에 협조하고, 야당과 정치일정을 합의, 과도기를 안정적으로 넘길 수 있었다. 전쟁을 끝내는 좋은 방법은 평화협정을 맺고 다시 전쟁하지 않는 관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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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 국민의힘이 기가 살아 있는 이유 먼저 윤석열 탈당을 요구한다. 내란과 윤석열 실정에 책임 있는 세력을 배제, 당내 윤석열 흔적을 지운다. 이렇게 당을 윤석열로부터 분리한 다음 당을 혁신해 살길을 찾는다. 내란충격에 대처하는 합리적 접근법이다. 박근혜 탄핵 때도 그렇게 해서 당을 위기에서 구하고 집권까지 했다. 국민의힘은 반대로 하고 있다. 의리 때문일까? 입당 3년짜리 사고뭉치와 당의 미래를 맞바꾸는 것은 아무래도 계산이 맞지 않는다. 윤석열과 분리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자포자기한 걸까? 당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권성동은 “여전히 국민의힘이 여당”이라며 굳이 자신들이 윤석열의 당임을 내세운다. 한덕수에게 국회가 통과시킨 법을 거부하라 요구하고, 당정협의도 하며 뒤늦게 망한 정권의 주인 노릇에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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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 트럼프 귀환에 준비되지 않은 윤석열 외교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도 하기 전 세계를 흔드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니 한국 외교에 관한 몇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왜 윤석열 대통령은 실용외교니 국익외교니 하는 자기 공약을 버리고,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대결이라는 조 바이든의 이분법적 세계관을 따라 가치외교의 깃발을 올렸을까? 가치외교는 오직 미국을 믿고 따르면 미국이 모든 걸 해결해줄 거란 무속적 소망을 담은 외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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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 ‘윤석열’ ‘트럼프’ ‘김정은’이라는 벌을 받고 있다 미국 시민이 대통령 선거에서 카멀라 해리스와 도널드 트럼프 가운데 트럼프를 선택한 이튿날 윤석열은 국정 전환과 아내 사이에서 아내를 선택했다. 그 전에는 김정은이 러시아에 파병하는 쪽을 선택했다. 각각 다른 땅에서 다른 이유로 이루어진 선택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잘못된 선택이다. 미국 시민은 트럼프에게 미국이 만든 국제질서를 흔들고 세계를 혼돈에 빠뜨릴 기회를 주었다.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그는 파리협정을 또 탈퇴한다고 한다. 취임 즉시 시행하겠다는 미등록이민자 추방은 인도주의적 재앙을 예고한다. 이주자는 그가 퍼뜨린 인종주의의 먹잇감이 될 것이며, 소수자 혐오는 확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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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 어쩌다 우리는 부부통치를 받게 되었나? 남한 부부통치는 북한 남매통치와 닮았다. 그러나 완전히 같지는 않다. 김여정은 중대 발표 때 오빠 위임을 받았다고 공표하지만, 김건희가 국정개입 때 오빠 위임을 받는지는 알 수 없다. 김여정 오빠가 누군지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김건희 오빠가 누군지는 이론의 여지가 있다. 그렇다 해서 김건희·명태균 대화록에 나오는 오빠가 어떤 오빠인지가 중요해지는 건 아니다. 세상의 시선은 오직 김건희를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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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 통일은 잊자 지금 한반도에서 통일 의지를 불태우는 건 윤석열 정부뿐이다. 북한은 이미 남한과 통일하지 않겠다고 했다. 남한 시민들은 2023년 통일연구원 통일의식 조사에서 46.1%가 ‘통일 필요 없다’고 응답했다. 응답자는 보통 이런 설문에 자기 개인 판단보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대답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편향을 제거하기 위해 평화공존과 통일 가운데 선택하도록 하자 평화공존이 59.5%, 통일이 22.5%였다. 젊은 세대만이 아니라 모든 세대에서 평화공존 선호가 압도적이다. 그러든 말든 윤석열 정부는 ‘자유의 북진’이니 ‘통일독트린’이니 하며 들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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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 보수를 응원하며 마치 흑백 기록영화를 본 것 같다. “반국가세력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 “전 국민 항전 의지를 높일 방안을 강구하라”.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 지시다. 거대 야당 위세에 기죽지 않겠다는 허세려니 했다. 그래도 그렇지, 저런 식의 대야공세라니, 참 고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석열 해명에 따르면, 그건 오해였다. 그는 간첩을 말한 것이라고 했다. 간첩 걱정하느라 밤잠을 설치는 대통령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 그가 걱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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