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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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악한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악을 지칭하는 영어 evil을 거꾸로 하면 live, 삶이다. ‘영어 철자처럼 악은 우리 삶을 거스르는, 삶의 생명력을 파괴하는 과정이다’라는 조크를 대중에게 알린 사람은 정신과 의사 스콧펙이었다. 스콧펙은 <거짓의 사람들>이라는 역작에서 ‘악의 심리학’에 관해 기술했다. 그는 ‘우리는 여전히 악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고 했다. 이유는 대다수 악한들은 자신이 악한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진료나 검사를 받지 않고, 또 연구의 대상이기를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스콧펙은 악한 사람들의 행동 특징을 자신의 임상 사례를 통해 검토하면서 다음과 같은 특징들로 정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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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샤머니즘이 더해진 ‘다크 트리아드’ 대통령이라는 직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신감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연설과 유세 내용에 충격을 받은 하버드대 주디스 허먼 정신과 교수가 제기한 문제다. 허먼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당선인인 트럼프의 정신감정을 요구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이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후 2017년 4월 하버드대 허먼 교수와 예일대 밴디 리 교수가 주축이 된 미국 정신과 의사들 20여명은 예일대에 모였고, ‘우리의 직업적 책임에는 경고할 의무도 포함되는가’라는 제목의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골드워터’ 원칙-직접 진료하거나 검사하지 않은 사람의 특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진단하거나 임상적 발언을 하는 것은 윤리를 위반하는 것-의 준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위험을 알리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핵무기를 포함한 중대 결정권이 있는 미국 대통령직을 ‘위험한 사람’인 트럼프가 맡는 상황에 대해 사회적인 경고를 했다. 그리고 추가된 100여명의 전문가들은 이 사회적 경고에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트럼프의 위험성을 알리는 책을 펴내는 데 동참했다(우리나라에서도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라는 제목으로 2018년 번역·출간됐다). 그리고 이들은 골드워터 원칙보다 ‘타라소프’의 원칙-환자가 사회적 범죄를 모의하거나 계획한 경우, 환자와의 비밀 준수보다 사회적 안전을 우선시하여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옹호했다. 이 그룹의 활동에 공감한 무려 1700여명의 미국 정신보건전문가들이 모여 ‘경고의 의무’라는 단체를 만들어 트럼프의 위험성을 알리는 활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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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무엇이 이주노동자들을 자살로 내모는가 한국은 죽음의 땅인가? 머나먼 타국에 부푼 희망을 안고 찾아온 이주노동자들의 자살이 늘고 있다. 2020년 이후 고용노동부가 파악한 현재까지의 이주노동자 자살자 수는 산업재해로 사망한 수 36명과 거의 유사한 32명이다. 네팔 11명, 스리랑카 7명이고 최근 캄보디아 노동자 자살이 늘어 캄보디아 이주자들에게 큰 슬픔이 되고 있다고 한다. 파악이 안 되는 죽음도 많아 이주노동자 건강 관련 활동가들은 자살이 더 많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자살을 주제로 10월16일 국회에서 개최된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한국이주민건강협회(위프렌즈, 대표 김성수 성공회 전 주교)와 서미화 의원실이 공동 마련한 자리다. 네팔, 캄보디아,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주로 참석했고 일부 국가의 대사관에서도 나왔다. 자살한 이주노동자들의 동료나 활동가들이 자신의 경험과 목격을 증언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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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지금이 청소년 정신건강 개혁의 골든타임이다 지난달 26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아동·청소년 자살 통계가 발표됐다. 초중고생 자살자 수는 2014년 한 해 118명에서 2023년엔 214명으로 10년 새 81% 늘었다. 이 중 초등학생은 같은 기간 7명에서 15명으로 114%, 중학생은 28명에서 93명으로 232% 급증했다. 고등학생은 83명에서 106명으로 28% 증가했다. 자살을 생각하는 연령이 낮아지고 특히 초등학생 때부터 죽음을 생각할 만큼 삶이 힘들다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 성찰을 요구한다.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지난달 30일 공개된 또 다른 자료도 눈여겨봐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밝힌 ‘아동·청소년 우울 및 불안장애 현황’을 보면, 지난해 우울증 진료를 받은 아동·청소년은 5만3070명으로 2018년 3만190명과 비교해 75.8% 증가했으며, 불안장애 진료를 받은 아이들도 같은 기간 93.1% 늘었다. 불안과 우울을 겪는 아동·청소년 중 그 숫자가 더 도드라지게 증가한 연령대는 초등학생에 속하는 7~12세였다. 2023년 우울증 진료를 받은 초등학생은 5345명으로 5년 전인 2018년의 2499명보다 113.9% 증가했고, 불안장애 진료를 받은 초등학생도 같은 기간 136.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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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의사는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난 2월6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 발표 후 의료계는 연일 혼란이고 국민은 불안한 상태다. 그 여파는 날로 커가서 상급종합병원 진료는 현재 비정상 위기체제로 간신히 운영 중이다. 대한민국 의료계, 의과대학은 파행으로 치달으며 폭발 임계점에 와 있다. 증원 발표 후부터 시작된 의대생 및 전공의들의 수업 거부와 근무 이탈은 유급과 사직으로 나아가고 있고, 교수들의 소진과 일부의 사직 등으로 인해 대한민국 상급종합병원은 병원 자체가 환자인 상태다. 일부 국립대 총장들이 교수 채용 가능성을 언급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퇴직 행렬만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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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디지털 교과서, 전면 도입 중단해야 현 정부가 속도전을 펼치듯이 2025년부터 ‘AI 디지털교과서’를 일부 과목에 도입하고, 2028년까지 전 과목 도입을 목표로 추진할 것이라 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디지털 교육과 교과서의 부작용을 심각히 경험한 많은 나라들이 가는 길과는 사뭇 다른 길이다. 스웨덴은 2023년 9월부터 디지털 교육을 중단했고, 프랑스도 비슷한 시기에 학교 내 스마트폰을 제한하기로 했으며, 독일은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가장 먼저 맞춤형 디지털 교육을 전면화하며 2013년 개교한 미국의 디지털 기반 학교들은 현재 대부분 폐교한 상태다. 가장 유명하고 투자를 많이 받았던 알트 스쿨을 심층 취재한 비즈니스 인사이더 기자 멜리아 로빈슨은 디지털 교과서 교육의 결과를 문맹자 양산, 피상적 기술의 습득, 사고력의 부재로 정리했다. 그녀는 교사의 철학적 안내 없는 혁신 기술의 적용은 교육 불가능 상태에 도달할 뿐이라고 첨언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 중인 디지털 교과서 도입은 적어도 다음의 5가지 이유만으로도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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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폭염 재해, 모두를 쉬게 하라 “날씨는 이데올로기이다.” 프랑스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가 한 말이다. 날씨는 우리를 지배한다. 폭염이 시작되는 시기쯤 가슴 아픈 뉴스가 전해질 때가 많다. 폭염 속에서 일하다가 사망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불볕더위 속에서 목숨을 잃을 줄도 모르고 일했던 사람들은 성실한 가장이 많다. 한편, 어느 가정에서는 하루 종일 에어컨을 켜놓고 지내면서 “저 아저씨는 진짜 더워서 죽은 거야?”라고 묻는 아이에게 부모가 “저렇게 더운 곳에서 일하지 않으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폭염은 계층 간 삶의 격차를 그대로 보여주는 자연재해이자 사회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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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저출생 시대, 자해하는 양가 외동아이들 한 여학생이 부모, 할머니, 외삼촌 등 무려 4명의 보호자들과 함께 진료를 받으러 왔다. 그 여학생의 가장 큰 문제는 자해라고 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여학생 세계는 자해공화국에 가깝다. 칼의 세계 속에 살고 있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칼과 몸, 정확히는 칼과 마음이 가깝다. 2022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중고생 10명 중 4명이 스트레스로 자해 생각을 한다. 2021년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조사에서는 10대 청소년 10명 중 1명이 최근 2주 안에 자해를 생각해보았다고 답했다. 세종시를 비롯한 몇몇 지역 교육청 실태조사들에서 자해행동을 실제로 한 10대 청소년은 10명 중 1명 이상이고, 대다수가 여학생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대부분 조사에서 여학생들의 비율이 남학생들에 비해 모두 2배 이상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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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가정의달, 우리는 지금 행복할까? 5월에 집중된 온갖 가족 관련 기념일들은 행복한 사람들에게는 행복을, 불행한 사람들에게는 더 불행함을 안겨준다. 이 불행함이 안타깝게도 우울과 연결되고, 그 우울감이 치유되지 않고 쌓이면 우울증이 된다. 우울증 환자가 2023년 이미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 많은 우울증 환자들은 모두 어떻게 발병하는 것일까? 코로나19 시기 급증한 우울증 환자는 친구를 만나지 못하고 기회를 얻지 못한 10대와 청년들이었고, 이들의 우울증 진료 비율은 2019년에 비해 2022년 30% 늘었다고 보고되었다. 반면 코로나19가 끝나고 증가한 우울증 환자는 경제적 여파를 견뎌내다 지친 중장년들이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와 자살에 관한 경찰청 추정치를 보면 중장년 우울과 자살이 작년에 20% 가깝게 늘었다. 더욱이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늘어난 20대 남성들의 자살은 전세 사기를 포함한 코인, 주식 등의 이슈와 그 시기를 같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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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사회적 정의가 치유 4월에는 정의가 넘쳐나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치유되지 않을 날들이 너무 많다. 4월에는 기억이 돌아와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잠에 이르지 못할 날들이 너무 많다. 4월에는 꽃이 피는 이상으로 만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혼자 아파야 할 날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4월에는 고백과 사과와 위로와 연대로 날들이 계속되어야 한다. 4월에는 마음이 슬프고 고통스러운 날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50년간 마음의 트라우마 영역에서 일해왔던 정신과 의사 주디스 허먼은 과거에 <트라우마>라는 책에서 트라우마 환자들의 치료는 모두 3단계 과정으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했었다. 그 치료의 3단계는 ‘안전 되찾기, 지지망 다시 만들기, 그리고 새로운 현실의 삶과 재연결하기’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허먼은 3단계 치료 이후에도 애도가 좀처럼 끝나지 않고 상처가 덧나는 환자 그룹을 지속적으로 만났다. 허먼은 그의 새 책 <진실과 회복>에서 4단계를 제시했다. 환자들이 피해에 대한 사회적 정의가 흔들릴 때마다 아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4단계는 ‘정의를 되찾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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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봄의 두 얼굴 봄은 쉽지 않다. 시인 엘리옷이 말한 대로 봄은 잔인함의 연속이다. 봄은 학기나 업무가 시작됨으로 인해 적응 스트레스가 폭증하는 시기이다. 새로운 사회 활동으로 인해 상처도 더 받고 힘든 경험도 늘어난다. 봄날에 개최되는 온갖 가족행사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적 수치심을 극도에 달하게 한다. 행복한 사람은 행복을 확인하는 반면 불행한 사람은 더 크게 자신의 불행을 보아야 한다. 그래서 봄은 두 얼굴의 계절이다. 이 두 얼굴의 잔혹함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을 제외하고, 자살률이 가장 높은 달은 2021년 3월, 2022년 4월, 2023년 5월이었다. 봄자살 예방이 정말 중요한데 왜 자살은 봄에 가장 많을까? 춥고 어두운 겨울도 아니고, 낙엽이 뒹구는 가을도 아니고, 뜨거운 여름도 아닌, 봄인 이유를 정신의학자들과 사회역학자, 면역학, 기상학자들은 중요한 가설들로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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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도덕 손상 사회, 어른이 필요하다 도덕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존재의 요건이다. 도덕성에 큰 상처를 받게 된 후 심한 고통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때 인간은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해 번민하게 된다. 이런 도덕적 상처가 인간을 얼마나 괴롭게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은 유대인 학살과 베트남 전쟁 이후부터다. 조너선 셰이라는 미국 정신과 의사는 베트남 참전 후 복귀한 병사들 중에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와 유사하지만 다른 고통을 호소하는 일군의 병사들을 발견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다음 4가지였다. 첫째, 도덕을 위반하는 부당한 명령을 상관으로부터 받았던 경험이 있고, 둘째, 명령이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인해 도덕을 위반하고 스스로를 배신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셋째,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수치심, 분노,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고, 넷째, 그 괴로움으로 인해 자해, 자살시도, 혹은 중독, 도덕적 타락의 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조너선 셰이는 이 그룹을 도덕 손상 집단이라고 불렀으며, 그 후 여러 동료 학자들은 도덕 손상 집단을 사회 곳곳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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