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현숙
후마니타스 연구소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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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잊지 않을게’ 세월호 그날, 우리 모두는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304명의 생명이 바닷속으로 침몰하는 걸 눈 뜨고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하지 않았던) 거짓말 같은 6년 전. 그런데 2020년 세월호 6주기는 어느 때보다 조용하고 아프다. 코로나19 창궐과 총선의 열기 속에 잊히는가 하더니 급기야 정쟁의 소재로 잔인하게 소환되었다. 1년 전에도 막말을 퍼부었던 미래통합당 차명진 후보는 입에 담기도 어려운 말로 세월호 유가족을 모욕했다. 강원 춘천에서는 같은 당 김진태 후보 선거사무원이 거리의 세월호 추모 현수막을 뜯어내다 적발됐다. 올해 초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위원에 야당 추천으로 임명된 김기수 변호사가 세월호 유가족의 강력 반대로 20일 만에 사퇴하는 일도 있었다. 그는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한 의혹으로 특조위 조사 대상에 오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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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코로나 부활절 부활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로, 기독교의 가장 큰 축일이다. 기독교의 핵심교리인 ‘복음’(福音, Good News)을 담고 있는 날이다. 복된 소식이란 ‘죄없는 예수님이 인간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사흘 만에 부활해 죄인인 인간을 구원했다’는 것이다. 사랑과 희생, 인류애의 상징인 부활절은 그래서 기독교에선 성탄절보다 더욱 큰 의미가 담긴 날이다. 세계적인 코로나19의 확산이 부활절의 풍경도 바꿔놓았다. 생명과 희망의 상징인 부활절에 올해는 전 세계가 긴장했다. 많은 군중이 모여 찬송과 기도, 설교를 진행하는 예배 형식이 비말로 전파되는 코로나19 확산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통상 1만명 이상의 신자가 바티칸에 운집해 치러지던 부활절 행사들이 올해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일부 고위 성직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정적 속에서 진행됐다. 전 세계에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지난 11일(현지시간) 부활절 전야 미사에서 교황은 긴 촛대를 든 채 어둠 속에서 성당 안에 입장했다. 곧이어 성당 안의 조명이 일제히 켜졌지만 부활을 축하하는 신도들이 없는 텅 빈 성당에선 적막감이 감돌았다. 매년 테러와 전쟁, 빈곤·청년실업·난민 문제, 한반도 평화 등 현실참여적인 부활절 메시지를 던지며 곤경에 처한 이들을 위로한 교황이 올해는 어둠 속에서 희망을 얘기했다. 인류가 겪고 있는 고통과 공포를 예수의 십자가 처형 다음날 제자들이 경험했던 공포에 비유했다. 교황은 “지금의 우리가 그렇듯 제자들에게는 가장 어두운 시간이었다. 두려워하지 말고 공포에 굴복하지 말자”고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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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린드그렌상 “뭐라고? 벌써 어느 어린이집으로 갈지 정해졌단 말이야?” “여기요. 난 어린이이고 여기는 내 집이에요. 그러니까 이 집은 어린이집이죠.” 이 엉뚱한 대화는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긴 양말의 삐삐)>의 주인공 삐삐가 보호기관에 보내려고 집에 찾아온 경찰들에게 한 말이다. 두 갈래 빨간 머리에 주근깨투성이 얼굴, 짝짝이 긴 양말과 찌그러진 구두를 신고, 아버지에게서 받은 금화트렁크를 끌고 다니는 소녀. 도둑도 한 손으로 번쩍 드는 괴력의 고아 삐삐가 뒤죽박죽 별장에서 학교도 가지 않고 신나게 노는 이야기는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한국에선 1980년대 초 <말괄량이 삐삐>란 제목의 TV드라마로 인기리에 방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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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마스크 대란 ‘오답노트’ 마스크 5부제로 정점을 찍었던 ‘마스크 대란’의 먼지가 차츰 가라앉고 있다. 연일 ‘마스크’가 넘쳐났던 신문과 방송 헤드라인에서 마스크는 이제 자취를 감췄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된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 사회에서만 유독 모든 관심을 빨아들였던 ‘마스크 블랙홀 현상’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개인이든 사회든 ‘오답노트’가 중요하다. 대란이 잦아들고 있는 이때, 다음을 위해서라도 주요 플레이어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오답노트를 한번 만들어 보자. 정부 측면에선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분명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 점이 뼈아픈 실책이다. 감염병 컨트롤타워인 질병관리본부의 공식입장은 줄곧 ‘일반인에겐 필요 없다,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이나 노약자들의 의료기관 방문 시 마스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월 ‘감염예방을 위해 KF94, KF99 등급 마스크 사용이 바람직하다’고 했다가, 지난달엔 KF80으로 기준을 낮추고, 일반 시민은 혼잡하지 않은 곳에선 마스크가 필요 없다고 했다. 지방 정부도 엇박자를 내긴 마찬가지였다. 가령 경향신문사엔 손씻기와 기침예절 등을 강조하는 질본의 예방수칙 포스터가 붙어 있지만, 필자의 아파트엔 ‘대중교통 이용, 공공장소 방문 시 필수’라는 단서하에, 마스크 착용을 제1 수칙으로 당부한 서울시의 포스터가 게시돼 있다. ‘언제 어디서나 마스크를 쓰고 손을 씻으라’는 구청의 안내방송도 하루 2번씩 나온다. ‘건강한 시민엔 필요 없다’는 질본의 원칙이 무색하게도,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마스크를 쓰고 회의하거나 외부행사 현장을 방문하는 고위공직자, 정치인들의 모습도 ‘무조건 마스크’ 메시지를 각인시켰다. 물론 마스크 대란의 최대 실책은 현장 수급상황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끝내 대통령 사과까지 부른 경제부처의 헛발질이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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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인포데믹 세계는 지금 두 개의 전염병과 싸우고 있다. ‘코로나19’와 ‘인포데믹(정보전염병)’이다. 인포데믹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로, 잘못된 정보가 마치 전염병처럼 퍼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말은 미국 전략분석기관인 인텔리브리지(Intellibridge)의 창립자인 데이비드 로스코프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으로 세계가 공포에 떨던 2003년 5월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처음 사용했다. 인포데믹의 매개체는 인터넷과 미디어다. 때로는 권위자, 전문기관의 외피를 쓰고, 참과 거짓을 교묘하게 섞어 대중의 마음에 파고든다. 물리적 전염병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지만, 정보전염병은 지구 반대쪽까지 빛의 속도로 도달해 비이성적인 행동을 유발하고 사회·경제적인 파국을 가져올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초 코로나19와 관련해 진위를 따질 수 없는 무분별한 정보가 범람하며 방역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일찌감치 ‘대형 인포데믹’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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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성 ‘3시 스톱’ 1908년 3월8일. 미국 뉴욕시의 럿거스 광장에 미국 여성 노동자 1만5000여명이 모여 노동조건 개선과 여성 지위 향상, 참정권 등을 요구하며 행진했다. 올해 112회를 맞는 세계여성의날의 시작이었다. 럿거스 궐기 후 ‘여성에게 빵과 장미를’이라는 구호가 등장했고, ‘빵과 장미’는 이후 여성의날의 상징이 되었다. 빵은 생존권을, 장미는 참정권으로 대표되는, 인간다운 존엄을 누릴 권리를 의미한다. 코로나19로 많은 이들의 일상이 멈춘 3월 첫 주말,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대한민국엔 또 하나의 멈춤 캠페인이 진행됐다. ‘성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3시 STOP 여성파업.’ 한국의 남녀 성별 임금 격차는 2018년 기준 34.1%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줄곧 부끄러운 1위를 지키고 있다. 주 5일, 8시간 근무에 비추면 여성들은 매일 오후 3시 이후는 무급으로 일하는 셈이다. 남녀 간 임금차를 부각하기 위해 4년째 ‘3시 조기퇴근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차별의 시곗바늘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코로나19 때문에 올해는 광장 대신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겼다. 재난 상황에서 비정규직과 저임금 여성 노동자들의 생존은 더욱 크게 위협받는다. 쉬지도 못하고 멈출 수조차 없는 여성 노동자들의 온라인상의 외침은 그래서 광장의 함성보다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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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드라이브 스루 ‘드라이브 스루’(DT)는 자동차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주문하고 제공받는 방식이다. 패스트푸드점이 쉽게 떠오르지만, 세계 최초의 드라이브 스루는 1930년대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한 은행에 개설된 입금 전용 DT 창구였다고 한다. 음식점으로는 1947년 미국 미주리주 스프링필드의 ‘레드 자이언트 햄버그’가 시초로 알려져 있다. 즉석에서 빠르게 음식을 내준 덕에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전 세계적인 유행까지 몰고 왔다. 한국엔 1992년 부산 맥도날드 해운대점에 DT 방식이 처음 도입됐다. 코로나19가 세계를 강타하면서 때아닌 ‘한국형 드라이브 스루’가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외신에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앞다퉈 설치하고 있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얘기다. 지난달 대구시에 처음 등장한 이후 경기 고양시와 세종시에서 운영 중이다. 인천은 2일 문을 열었고, 서울에선 3일과 5일 4곳에 순차적으로 개설된다고 한다. 차 안에서 의료진 면담부터 체온 측정, 검체 채취, 수납까지 10분 안에 하게 되니 시간을 줄이고 감염 걱정까지 덜 수 있어 편리하다. 독일 언론 슈피겔온라인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코로나19, 한국의 전략은 단호한 투명성’ 제목의 기사에서 “증상이 있는 사람은 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 스루’ 센터에서 검사를 받는 데 10분이면 된다”며 한국 정부 대응을 칭찬했다. 앞서 영국 BBC 서울 특파원은 최근 트위터에 대구의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사진을 올리며, “놀라운 의사들이 보내준 사진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적용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확진자가 없는 척하는 대신 이런 게 우리에게 필요한 대책” “슈퍼 스마트하다” “이게 바로 선진국의 능력이다” 등의 답글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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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여성의당, 정치 50% 지분을 찾아라 임이자 의원의 이름을 알게 된 건 그가 국회의원 4년차인 지난해 4월이었다.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간 충돌 과정에서 그는 자유한국당 100여명의 동료 의원들과 함께 문희상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문 의장이 방을 나가려 하자, 어디선가 들려온 “여성 의원이 막아야 돼”라는 말과 함께 임 의원이 두 팔 벌려 가로막고 나섰고, 문 의장은 한동안 이를 바라보다 임 의원 볼에 양손을 갖다 댔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 의장을 성추행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렇게 한국노총 여성위원장·부위원장 출신의 임이자는 노동전문가가 아닌, 느닷없이 몸싸움 의원으로 기억에 남았다. 연말엔 문 의장의 의장석 진입을 저지하던 한국당 이은재 의원이 문 의장을 팔꿈치로 치고 나서 “성희롱하지 마”라고 외치다 쓰러진 해프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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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맥도날드 취업규칙 ‘빅맥지수(Big Mac index)’라는 것이 있다. 미국의 패스트푸드 회사 맥도날드의 대표 햄버거인 빅맥(Big Mac)을 기준으로 세계 각국의 물가수준과 통화가치를 비교하는 지수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발표하는데, 맥도날드가 전 세계에 진출해 있고, 빅맥이 표준화돼 있어 품질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 기본 전제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기준 120개 국가에서 3만7000여개 매장, 한국엔 400여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빅맥지수 1위는 스위스(6.71달러), 2위 노르웨이(5.97달러), 3위 미국(5.67달러)이었다. 한국은 17위(3.89달러)였고, 일본 26위(3.54달러), 멕시코 42위(2.66달러) 등이었다. 표준화된 비교가 가능하니 최저시급으로 빅맥을 몇 개나 사 먹을 수 있는지, 최저시급의 상대적 수준도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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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공룡옷 청년 상상해 보자. 전 세계 청년을 상대로 내일 글로벌 선거를 치른다면 제1 공약은 무엇일까. 단연 기후변화가 돼야 할 것이다. 국제앰네스티가 지난 연말 22개국 18~25세 청년 1만896명을 대상으로 현시대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를 물었더니, ‘기후변화’가 41% 응답으로 1위에 꼽혔다. 15살 여중생 그레타 툰베리는 2018년 8월의 어느 금요일,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의회 건물 앞에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 소식이 보도되며 각국 청소년들이 금요일마다 기후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란 단체가 결성됐다. 2019년 3월15일엔 전 세계 110여개 국가에서 140만명이 참여한 동맹 휴학이 진행됐고, 5월과 9월, 11월에도 동시다발적인 전 세계 청소년들의 ‘기후행동’이 이어졌다. 한국 청소년들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팻말을 들고 동참했다. 불과 1년 반 만에 ‘툰베리 현상’이 세계를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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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이국종과 윤한덕, 비극도 영웅도 싫다 지난해 설 연휴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과로사 소식이 알려진 것이 꼭 1년 전이다. 연휴기간 고향에 가기로 했지만, 밀려드는 업무에 퇴근도 못하고 집무실 책상 앞에 앉은 채 발견된 그의 죽음에 온 국민이 망연자실했다. 올 설 연휴 직전엔 전국 17곳 권역외상센터와 닥터헬기 도입의 산파역을 했던 이국종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아주대병원 교수)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이 교수는 지난 21일 라디오 방송에서 “이번 생은 망했다. 완전히”라며 “죽어도 한국에서 다시 이것(외상센터 일) 안 한다”고 했다. 깊은 절망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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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방탈출카페 방탈출카페는 숨겨진 단서를 찾고 추리해 문제를 풀어, 문이 잠긴 방에서 탈출하는 게임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빠져나오면 성공이다. 시간 기록 깨는 재미도 쏠쏠하고, 함께 협력하며 스릴을 즐길 수 있어 친구, 연인, 가족단위로 많이 찾는다. 꽤 부담스러운 가격에도, 주말과 휴일엔 몇주 후까지 예약이 밀려 있을 정도다. 2015년 서울 홍대 앞에 국내 첫 업소가 생긴 후 지난해 말에는 전국에 약 400곳이 성업 중이라고 한다. 유럽과 북미,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유행하고 있는데, 이를 소재로 한 영화(<이스케이프 룸>)까지 나올 만큼 인기를 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