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현숙
후마니타스 연구소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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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숙의 멀리 보기 “종편때문에 언론 하향평준화…언론 바뀌면 사회 전체가 바뀐다” 경향신문 창간 72주년에 맞춰 나가게 된 <멀리보기> 인터뷰를 두고 누구를 만날까 고민했다. 너무나 빨리 변해 현기증 나는 언론 환경에서, 갈 길을 고민하는 언론을 향한 진심 어린 친구의 따뜻한 조언이 듣고 싶었다. 아, 이분이 있었지. 언론인보다 더 많이 신문, 방송을 보고 좋은 언론에 대해 고민하는 분. 올해로 딱 쉰 살인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사무처장은 인생의 반 이상(26년)을 줄곧 언론 모니터를 하며 지냈다. 6개 신문과 지상파, 종편 7개 채널의 주요 프로그램 수십개를 날마다 모니터한 일주일 평균 A4용지 100쪽이 넘는 민언련의 각종 보고서와 논평, 성명서 등이 그의 손을 거쳐 나온다. CBS <정관용의 시사자키> 미디어포커스 코너와 지상파, 라디오 매체비평 프로그램, 민언련이 주말까지 만들어내는 자체 팟캐스트 <미디어탈곡기>(미디어를 탈탈 털어 알곡과 쭉정이를 가린다는 의미)에도 날마다 출연하며 종횡무진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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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숙의 만만한 시사 (2)출산주도성장? 전문가들 “새 정책 생각 말라, 끈질긴 보완이 더 중요” 출산주도성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이 말은 최근 가장 ‘핫한’ 이슈 중 하나였습니다. 어이없는 주장에 처음엔 말문이 막히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되레 반갑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입니다. 우선, 역설적으로 저출산의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치열한 논쟁을 촉발시켰다는 점에서, 또 한 가지는 그동안 저출산 해결을 위한 여러 정책을 포퓰리즘이라 반박해 왔던 한국당이 이제부턴 대놓고 반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점에서입니다. ■ 출산율 쇼크 넘는 발언의 쇼크 김성태 원내대표의 “출산주도성장” 발언은 지난 5일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나왔습니다. 사회 전체가 주목하는 자리. 김 원내대표는 작심하고 연설의 앞머리에 ‘출산주도성장’을 내세웠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출산장려금 2000만원을 지급하고, 이 아이가 성년에 이르기까지 이후 20년간 매년 평균 400만원(월 33만원꼴)의 연간 수당을 지원해 총 1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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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숙의 멀리 보기 “나랏돈을 쌈짓돈처럼 쓰는 정치인…시민들이 두 눈 부릅떠야 정신 차려” 최근 일간지와 텔레비전, 라디오에 이 단체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린다. 들을수록 속이 후련한 이름이다. ‘세금도둑잡아라’. 영수증도 없이 쓰이는 ‘깜깜이’ 특수활동비(특활비)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지난달 국회의 특활비 폐지 발표라는 통쾌한 장면을 이끌어낸 바로 그 단체다. 이후에도 업무추진비, 입법·정책개발비 등 국민들은 듣도 보도 못했던 ‘눈먼 돈’들의 용처를 계속 추궁하며 고삐를 죄고 있다. 납세자들을 대신해 가려운 곳을 속시원히 긁어주는 이 단체는 대체 어떤 곳일까.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단체 같지만 20년 이상 예산·권력 감시활동을 해 왔던 노하우가 이렇게 빛을 발하고 있다. 이 단체 하승수 공동대표(49)와 이상석 사무총장(55)을 만나 이들이 꿈꾸는 사회를 함께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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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숙의 만만한 시사 (1)보수정당만 ‘건국절 띄우기’…국민·언론·학계 “이젠 소모전 멈춰야” 뜨거운 여름을 더욱 뜨겁게 만들며 불쾌지수를 높인 이슈가 있었으니, 해마다 반복되는 건국절 논란이었습니다. 올해도 광복절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에서 다시 불씨를 지폈는데요.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는 내년까진 아마 불씨가 살아있을 듯합니다. 10년 넘게 시끄러운 건국절 논란,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 건국절 논쟁, 그 시작은? 건국절 논란은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2006년 7월31일자 동아일보에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라는 칼럼을 기고하면서 떠올랐습니다. 칼럼의 주요 내용은 ‘중·고등학교 역사책에 대한민국 건국이란 표현이 없고, (이승만 정부 수립일인 1948년 8월15일이)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이라는 불행한 사건으로 치부되어 있으니, 대한민국의 새 갑자를 맞는 해부터 광복절을 미래지향적인 건국절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이 전 교수는 몇 해 전 미국 하버드대에서 봤던 미국의 건국기념일 행사를 부러워하며, 대한민국은 모든 나라에 있는 건국절이 없는 나라라고 통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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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운동, 세계적으로 성평등 이슈 띄웠지만 반발도 거세져” “작년 가을 미투운동은 전 세계적으로 성평등 이슈에 주목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여성 권리신장에 대한 적극적인 반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위기의 시기에 성평등은 중단될 수 없는 가치임을 되새기기 위해 포럼을 개최하게 됐습니다.” 지난 16일 오전 스웨덴 ‘스톡홀름 성평등 포럼’에 참석한 마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교장관은 개회사에서 포럼의 개최 배경을 “위기의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발스트룀 장관은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권리와 의무, 가능성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스웨덴은 3년여 전 세계 최초로 페미니스트 정부를 출범시켰고, 적지 않은 성과로 변화가 가능함을 입증했다”며 “국제적 협력을 통해 함께 성평등 사회로 가자”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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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들, 내 삶을 타인이 결정하게 놔두지 마세요” “한국 사회가 좀 더 성평등 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잘 교육받고 강인한 젊은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 아주 큰 자산이라는 것, 어느 곳이나 남녀가 밸런스를 유지한 조직이 번영한다는 점을 꼭 강조하고 싶어요.” 성평등 포럼 기간 업무상 스톡홀름을 잠시 찾은 안 회그룬드 주한 스웨덴 대사(58)를 지난 17일 오후 스톡홀름 시내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오는 8월 한국에서의 3년 임기를 마치는 회그룬드 대사는 한국 여성들에게 “다른 사람이 자신의 삶을 결정하게 하지 말고, 자신의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실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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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테파파의 나라에서 띄우는 편지 (5)아이가 집에 올 때 부모도 퇴근하는 것은…‘상식’이다 1960년대부터 강력한 출산억제 정책을 펴왔던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저출산 대책이 논의되기 시작한 건 불과 15년 전인 2003년이다. 이미 1983년 합계출산율이 현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인구대체 수준인 2.08명까지 떨어졌지만 출산억제 기조는 계속됐다. ‘골든타임 20년’을 허비한 후 2002년 합계출산율 1.17명을 찍고 나서야 2003년 정부는 쫓기듯 공식적으로 저출산 대응책을 천명했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2006년부터 5년 단위의 저출산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문제는 짧은 기간 동안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큰 밑그림 없이 우왕좌왕했다는 점이다. 저출산 원인에 대한 심층분석도, 치열한 토론도,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갈지에 대한 지향점도 없었다. 저출산 대책은 선거 때마다 급조되며 요동쳤다. 저출산 예산 중 가장 많은 부분이 소요된 ‘무상보육’만 해도 연령별 우선순위가 뒤바뀌어 시행된 데다 재원 마련 합의도 없어 극심한 갈등과 혼선을 빚었다. 선거 때마다 좋다며 짜깁기한 저출산 대책은 출산휴가, 육아휴직은 물론 육아기 노동시간 단축, 양육수당, 주택정책, 난임정책까지 제도상으론 부족한 게 거의 없다. 그러나 실제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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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테파파의 나라에서 띄우는 편지 (5)한국, 스웨덴과 다른점은…“육아 모르는 중년 남성 정치인이 입법·제도 담당” “집안과 직장에서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고 보육·교육비 등 아이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드는 구조가 풀리지 않으면 한국도 일본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겁니다.” 2009년 세금을 많이 내는 고복지 사회이면서도 생산성이 높고 고성장을 거듭하는 스웨덴 사회의 이면을 분석한 책 <스웨덴 패러독스>를 쓴 일본인 사토 요시히로는 한·일 저출산의 이유를 이렇게 짚었다. 노동경제학을 전공한 사토는 실업률 대처와 생산성이 관심사였는데, 스웨덴에 18년째 살면서 성평등과 저출산 문제에까지 관심이 확대됐다고 했다. 최근 아들이 태어나 육아휴직 중이며, 성평등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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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테파파의 나라에서 띄우는 편지 (5)한국, 스웨덴과 다른점은…“법은 있지만…실제로 사용 못하는 문화 바꿔야” “한국도 성평등이나 가족친화 정책과 관련 법은 어느 나라 못지않지만, 실제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제도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문화가 바뀌는 게 중요해요.” 아니타 뉘베리 스톡홀름 대학교 명예교수는 “있는 제도가 실제 사용되고 지켜지고 있느냐가 한국과 스웨덴의 큰 차이”라고 강조했다. “육아휴직만 해도 스웨덴에선 사용하지 않는다면 놀랄 만한 일이지만, 한국은 아버지는 물론 어머니들조차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뉘베리 교수는 스웨덴에서 30여년간 성평등과 보육정책, 노동시간 등을 연구한 정책전문가로 한국 학술대회 등에도 4~5번 초청받아 방한한 적이 있다. 그는 “한국과 일본,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같은 나라들은 출산율이 매우 낮고 여성 경제활동참가율도 낮다. 가족이 매우 중요한 나라인데 아이는 낳지 않는다. 반면 스웨덴에선 가족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데 아이는 많이 낳는다”며 흥미롭지 않냐고 물었다. 스웨덴에선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따르는 여성들의 불이익을 줄이고, 사회 전체적으로 육아친화적인 문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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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테파파의 나라에서 띄우는 편지 (4)“남녀가 일·가사 함께…반세기 만에 역할 급변” “한두 세대를 거치며 극적 반전이 이뤄졌다는 걸 느껴요. 1950~1960년대 스톡홀름에서 자랄 때만 해도 엄마가 일하는 친구는 나까지 10명 중 2명이었어요. 1970년대 내가 일하기 시작했을 때부터는 여자 친구들 상당수가 일했지만 대부분 파트타임이었죠. 지금 자녀 세대에선 외벌이는 10명 중 한 명도 찾기 힘들 정도예요.”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나라, ‘라테 파파’의 나라 스웨덴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남녀의 ‘부모권’과 ‘노동권’에 대한 논의가 본격 시작되고 이를 위한 사회 시스템이 대폭 정비된 시기는 1960~1970년대였다. 1970년대를 전후로 불과 한두 세대 만에 사회는 훨씬 ‘가족친화적’으로 변했다. 부부 중 한 명이 벌고 한 명은 아이들을 돌봐오다 두 명이 함께 벌고 같이 돌보는 형태로 가족 생활 모습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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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테파파의 나라에서 띄우는 편지 (4)“여자가 결혼 때문에 일 그만 두는건, 이제 뉴스거리” “주부라는 말은 이제 사전에만 있는 말 같아요. 옛날 느낌이 드는 말이죠. 한두 세대 전엔 대부분 주부였으니 직장에서 일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워킹 맘’이라는 말을 썼던 것 같은데, 이젠 모두가 일하고 있으니 워킹 대디가 없는 것처럼 워킹 맘이라는 말도 쓸 필요가 없죠.” 스웨덴의 소도시 에스킬스투나 교외에서 자란 안나 그란룬드 멜라달렌대학교 연구원(34·사진)은 “할머니, 어머니, 우리 때를 생각해보면 최근 40~50년간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어린이집 교사로 일했던 그란룬드의 어머니는 세 살 많은 그란룬드의 언니를 임신하면서 일을 그만뒀다. 한참을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며 집에 있던 어머니는 그란룬드가 4~5학년 때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란룬드는 “대도시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내 친구들 대부분이 적어도 어렸을 땐 엄마가 집에 있었고, 좀 큰 후 일을 다시 시작한 엄마들이 60~70%가량 됐다”고 기억했다. 한 세대가 지난 자신의 세대엔 “여자들이 결혼하고 일을 그만둔다면 굉장히 놀라운 뉴스가 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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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테파파의 나라에서 띄우는 편지 (4)스웨덴, 정권이 바뀌어도 육아정책만은 50년간 그대로 사회변화·경제위기에도 수정은 적게 큰 틀은 유지 1960년대 사회적 관심 높아져 기초자치단체 보육시설 급증 ‘부부 분리과세’ 도입 나서 육아휴직 180일 → 480일 정부도 적극적인 캠페인 육아하는 남자 이미지 바꿔 스웨덴의 각종 성평등 정책과 가족친화 정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진 것은 1970년대다. 수십년에 걸쳐서 진행돼 왔으며, 지금도 조금씩 수정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을 일찌감치 정한 후, 정권교체나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갈지자 행보를 하지 않고 같은 방향으로 곧게 추진해 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