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현숙
후마니타스 연구소장·논설위원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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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유령 간호사’ 스스로를 ‘유령 간호사(ghost nurse)’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수술실 등에서 바쁘게 일하는데 근무를 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는다. 업무 자체가 불법이라 존재하지만 존재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부족한 의사를 보충하기 위해 간호사나 응급구조사, 의료기사 등에서 임의 차출한 진료보조인력, 곧 PA(Physician Assistant)가 그들이다. PA의 대부분(약 95%)이 간호사여서 현장에선 수술실 전담간호사, PA간호사 등으로 불린다. 국제간호사의날인 지난 12일, PA간호사들이 좌담회를 열어 충격적인 무면허 의료현장을 고발했다. 12년차의 한 간호사는 수술에 늦은 집도의를 대신해 환자 복부를 절개한 뒤 복강에 배액관을 삽입, 충수돌기와 담낭, 위장을 절제하는 “전임의 수준의 불법의료행위”를 했다고 폭로했다. 신규 간호사에게 의사 아이디(ID)로 처방을 내는 법부터 가르치는 사례는 애교 수준이었다. 환자의 동맥라인(A-line)을 잡다 신경을 잘못 건드려 팔을 절단해야 했던 사례도 나왔다. 폭로에 나선 PA간호사들이 가면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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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국회의원의 ‘출산’ 2018년 9월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은 소식이 외신을 탔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3개월 난 딸과 함께 유엔총회에 참석한 장면이다. ‘아기와 함께 유엔에서 새 역사를 만들다’는 제목의 보도에 세계가 함께 미소지었다. 아던 총리 이전에도 젖먹이 때부터 수년간 아이를 의회에 데리고 다닌 리치아 론줄리 유럽의회 의원(이탈리아), 모유 수유가 간간이 포착된 호주 녹색당의 라리사 워터스 상원의원 등이 의회를 육아의 현장으로 만들었다. 국내에서도 여성 국회의원의 출산은 곧잘 화제가 되고 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지난 8일 페이스북에 “건강하게 태어난 튼튼이(태명)를 만났다”며 출산 소식을 알렸다. 현역 의원이 출산한 것은 19대 국회 장하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20대 국회 신보라 전 자유한국당 의원에 이어 세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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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무능한 정치권, 페미니즘 함부로 이용 말라 4·7 재·보궐 선거 이후 정치권이 페미니즘을 들먹이는 모습을 보면 기가 막힌다. 야당은 “민주당이 2030 남성의 표 결집력을 과소평가하고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해 선거에서 참패했다(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고 분석한다. 참패 충격에 허둥대던 여당 곳곳에선 헛발질의 연속이다. 20여년 전 위헌결정이 난 군복무 가산점제 부활을 위해 개헌을 언급하고, 군 복무자를 국가유공자로 예우하는 법을 만들자고 한다. 남녀 군사훈련 의무 실시, 여성가족부를 청년가족부로 재편하자는 제안까지 나온다. 이들이 페미니즘의 ㅍ자라도 제대로 아는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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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빨간 지구 지구의 나이는 45억5000만살쯤 된다. 우리와 해부학적으로 같은 호모 사피엔스가 이 지구상에 나타난 건 불과 20만년 전이다. 지구 나이를 24시간으로 생각하면, ‘자정 3.8초 전’쯤이다. 수렵과 채취에 의존하던 인류가 농업을 시작하면서 정착한 건 1만년 전 지질시대 홀로세에 접어들면서다. 대기과학자인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특임교수(전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에 따르면 홀로세는 기후변동이 매우 작은 안정된 시기로, 인류가 우연히 만난 찰나의 기회다.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체온이 내려간다. 그런데 지구는 정반대 현상을 겪고 있다. 인류의 이상 활동으로 최근 극심한 열병을 앓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으로 지난 100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은 약 1도 상승했다. ‘겨우 1도?’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과거 1만년 동안 기온이 약 4~5도 상승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20~25배 속도다. 조 교수는 저서 <파란하늘, 빨간지구>에서 지구온난화 속도를 시속 100㎞로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가 갑자기 시속 2000㎞ 이상으로 질주하는 상황에 비유했다.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말한 대로 “우리 집(지구)이 불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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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길 잃은 수도권매립지 서울의 대규모 쓰레기 매립은 1978년 한강변의 난지도에서 시작됐다. 악취가 진동하고 넝마주이들이 몰린 이 벌판은 소설·영화의 무대로 등장했다. 난지도가 ‘쓰레기산’으로 꽉 들어차자 1992년 김포·인천 일대에 2075만㎡(627만평)의 수도권매립지가 조성됐다. 서울과 인천·경기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단일 매립지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긴 산통 끝에 등장한 매립지는 개장 때 반짝 조명된 후 곧 잊혔다. 당초 이 쓰레기장의 매립 종료 시점은 2016년이었다. 그러나 난방 방식 변화로 연탄재가 격감하고 쓰레기종량제 실시 후 하루에 밀려들어오는 쓰레기양도 줄면서 1차 위기를 넘겼다. 관할 지자체인 인천시는 폐기물 처리 고비를 넘기면서 금전적 지원을 받았고, 매립지 수명은 2025년까지 10년간 연장됐다. 또다시 쓰레기 문제는 잊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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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코로나19 출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말은 이럴 때 씀직하다. 충남 천안의 30대 임신부 A씨는 지난달 29일 산통이 오자 남편과 함께 평소 다니던 산부인과에 갔다. 그런데 입원 대기 중 남편이 코로나19에 걸렸다는 통보를 받았다. 남편은 즉시 공공의료원으로 이송됐고, A씨는 밀접 접촉자로 산부인과 내 별도 공간에 격리조치됐다. 진짜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진통은 커져가는데 해당 병원에선 다른 산모나 신생아 등의 감염이 우려돼 손댈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병원들도 모두 입원이 어렵다고 했다. 그사이 A씨는 분만이 30% 정도 진행되는 위급상황에 처했다. 위기일발의 순간, 90㎞ 떨어진 홍성의료원으로 이송돼 가까스로 제왕절개 수술을 받아 건강한 딸을 출산할 수 있었다. 아기는 엄마와 함께 지난 3일 건강하게 퇴원해 치료 중인 아빠를 기다리고 있다. 출산 가족과 의료진에게 응원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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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LH 사태, 그래서 전수조사는요? ‘LH 분노’가 한 달째 전국을 휩쓸고 있다. 하루하루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온갖 새로운 비리 유형과 비판, 대책이 어지럽게 쏟아진다. 이 속에서 필자의 눈은 줄곧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좇고 있다. 단언컨대 부동산 투기 근절의 가장 효과적이고 상징적인 돌파구는 국회의원 300명과 고위공무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전수조사’다. 그러니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그래서 전수조사는요?” 어디까지 진행됐고,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고. LH 사태는 기본적으로 신뢰의 붕괴다. 말끝마다 신뢰와 공정을 내세웠기에 정부와 공공에 대한 배신감은 더욱 컸다.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들, 공복이라는 이들이 그들만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가능한 최대한 이용해 자기 잇속을 챙겨왔다는, 믿고 싶지 않는 사실들이 속속 드러났다. 돈 되는 땅을 쪼개어 사들이고, 묘목을 심고, 짧은 기간 거액을 남기는 신묘한 솜씨에 국민들 가슴엔 천불이 났다. 정직하게 규정대로만 살아온 ‘내가 바보’라는 사실을 또다시 확인한 대다수 국민들은 집단 우울증에 걸릴 정도다. 더욱 화나는 건 제 잇속을 차리는 이들이 법을 만들고 정책을 주무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 집 앞에 도로를 긋고, 개발계획을 승인한다. 공직자윤리법, 농지법의 성긴 구멍들을 잘 알지만, 애초에 구멍을 막을 생각은커녕 이를 악용해 왔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절망했다. LH 사태를 막을 수도 있었던 이해충돌방지법은 8년간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신뢰는 기둥째 무너져 내렸다. 그러니 이 상태에선 어떤 메가톤급 대책이 쏟아져도 먹힐 리 없다. 백 마디 천 마디 말보다 국회의원·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철저한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와 처벌, 이익환수 등의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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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빵과 장미, 그리고 화장실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하는 흑인 여성 수학자들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에 화장실에 얽힌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은 단 한 곳뿐인 ‘유색인종 여성용’ 화장실에 가기 위해 날마다 서류뭉치를 들고 하이힐을 신은 채 800m의 거리를 질주한다. 어느 날 비를 흠뻑 맞으며 화장실에 다녀온 주인공에게 상사가 그 고충도 모른 채 왜 자꾸 자리를 비우느냐고 따지자 주인공은 폭발하고 만다. 인종과 여성이라는 겹차별의 고통을 드러낸 장면이다. 누구가 한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위기 일발’의 상황에서 화장실을 찾지 못하거나, 너무 멀거나, 혹은 화장실에 비어 있는 칸이 없을 때의 심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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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쏟아지는 미투, 학폭 잔혹사 국가대표 배구스타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에서 시작된 학교폭력(학폭) 논란의 여진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남자 배구로 불이 옮아붙더니 곧이어 야구와 축구 등 다른 스포츠로, 연예계와 일반인으로 “나도 고발한다”는 피해자들의 ‘학폭 미투’가 확산 중이다. 처음엔 폭력의 수위와 가혹함에, 나중에는 그 광범위함에 놀라고 있다. 스포츠계 학폭 논란의 근본 원인으로 성적 지상주의나 엘리트체육 문화를 꼽는 이들이 많다. 무슨 방법을 써서든 꼭 이겨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데다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팀 전체 성적을 좌우하면서 지도자 처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에서 감히 그들의 폭력을 문제 삼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체육계의 폐쇄성까지 더해지며 자매의 폭언과 폭행은 은폐되다 10년이 넘어서야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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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화장품 어택 2018년 3월, 영국 남부의 소도시 케인샴의 대형 할인점 테스코 매장에 25명의 남녀노소 시민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쇼핑을 하고선 비닐과 플라스틱 포장재를 모두 벗겨 대형카트 3개에 수북이 남겨 놓고는 유유히 떠났다. 이 장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며 비슷한 행동이 유럽 각국과 미주를 넘어 아시아와 한국까지 급속도로 확산됐다.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 플라스틱의 무분별한 사용과 과대포장을 막기 위해 물건을 구매한 후 포장재를 버리고 오는 환경운동이다. 과대포장이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과자를 샀는데 질소만 가득 찼다는 ‘질소과자’의 냉소가 대변하듯, 알맹이의 5배까지 뻥튀기하는 과대포장도 있다. 한번 쓰고 버리긴 아까운 튼튼한 용기들도 많지만 소비자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내용물만 채웠으면 좋겠는데, 알맹이만 따로 파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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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1유로 환경소송 1유로(약 1300원)의 가치는 크지 않다. 고작 과자 한 봉지를 사거나, 서울 시내 버스나 지하철을 한 번 탈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법정에서 내려진 ‘1유로 배상’ 판결의 무게는 다르다. 가해자의 잘못을 분명히 드러내며 엄중 경고하는 메시지가 되기에 충분하다. 의미 있는 ‘1유로 판결’이 나왔다. 프랑스 파리행정법원이 3일(현지시간) 정부가 파리기후협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원고 측이 청구한 1유로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피고는 프랑스 정부, 원고는 그린피스 프랑스, 옥스팜 프랑스 등 프랑스의 4개 환경단체다. 230만명 이상이 청원에 함께 동참하며 세기의 소송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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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박원순,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지난 열흘 ‘성추행’을 둘러싸고 상상 이상의 일들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지난달 25일 정의당 김종철 대표의 장혜영 의원 성추행 발표와 사퇴, 같은 날 국가인권위원회의 박원순 전 시장 성희롱 인정 결론, 이튿날부터 더불어민주당과 여성위원회와 남인순 의원, 이낙연 대표의 연이은 사과 그리고 오거돈 전 부산시장 기소까지. 이로 희미해져가던 오는 4월 보궐선거의 근원이 열흘간 반짝 조명됐다. 그리고 다시 부동산과 대북 원전 지원 의혹 등의 이슈에 묻혀가고 있다. 지난해 7월 박원순 시장 사망 때도 마찬가지였다. 충격은 컸지만, 진상규명이 덜 됐다는 이유로 후속 논의나 조치 없이 묻혀 있다가 선거용으로 재소환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민주당은 서울·부산 시장 후보를 내려 당헌을 바꾸면서 ‘젠더 폭력신고 상담센터’를 열어 주요 당직자 등의 성비위 조사와 성인지 교육 강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석 달간 이 센터가 뭘 했는지 알려진 바 없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후보를 낼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더니, 급기야 대정부질문에 ‘성폭력 프레임 씌우기’까지 끌어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