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현숙
후마니타스 연구소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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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아프면 쉬어라 ‘아프면 3~4일 쉬어라.’ 코로나19 사태 초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다. 정부가 강조한 생활방역 제1수칙이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노동자들은 “아플 때 자유롭게 쉴 수 있는 직장인이 얼마나 될까”라고 반문한다. 지난해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3780명을 대상으로 휴가 사용 실태를 설문한 결과 응답자 43%가 회사에서 자유롭게 연차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비정규직에만 물으면 이 답변은 52%로 올라간다. 응답자 74%는 쉬지 못하고 일해야 하는 분위기가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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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백년대계’ 국가교육위, 밀어붙이기론 필패다 새해 교육계의 가장 큰 이슈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될 공산이 크다. 여당이 지난해 총선에서 21대 국회 ‘국교위법’ 최우선 처리 공약을 밝힌 후 현재 국회엔 국교위 설치법 4개가 의원 입법으로 발의돼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신년사에서 국교위 출범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상반기 관련 법안 통과 후 연내 출범에 별 걸림돌이 없어 보인다. 국교위는 교육정책이 정권에 휘둘려 왔다는 비판에 따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중립적이고, 일관성 있는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하자는 기구다. 2001년 보수 성향 교육단체인 한국교총이 초정권적 국교위를 처음 제안하고 이듬해 이회창 후보의 공약을 시작으로 대선 때마다 등장했다. 2017년엔 문재인, 홍준표, 유승민, 안철수, 심상정 등 주요 후보 모두 중장기 교육정책 수립기구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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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이케아의 배신 2014년 12월18일 스웨덴의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IKEA)코리아 광명 1호점이 문을 열며 한국에 상륙했다. 주말이면 수만명이 몰려 일대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다. 따뜻한 감성과 합리적인 가격, 거기에 깔끔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무장한 이케아는 ‘가구공룡’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국내 가구 시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스웨덴 국기 색을 본뜬 로고처럼, 이케아는 가구와 함께 평등과 상생, 성평등, 가족친화 등 북유럽 복지 강국의 이미지도 함께 팔았다. 수평적인 조직문화, 연령제한이나 임금차별이 없다고 강조해온 이케아코리아의 채용박람회는 구직자들로 북적였다. 국내 매장은 4개로 늘어났고, 2020년 회계연도 매출액은 6634억원으로 국내 상륙 5년 만에 2배가 됐다. 광명점은 전 세계 300여개 매장 중 매출 1위(2017년 기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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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백신 불평등 시위 지난 8일 영국 정부가 90세 할머니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처음 접종하며 ‘V데이(승리의날)’를 선포한 후 세계 각국의 ‘V데이’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연내 접종을 예고한 나라만 30개국을 넘는다. 하지만 희망의 싹을 먼저 틔우는 부자 나라들 안에서도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먼저 맞겠다’ ‘공평하게 맞자’는 백신 다툼이 줄잇고 있는 것이다. 미 스탠퍼드대학 병원에서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화이자 백신 우선 접종에서 빠진 전공의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1300명이 넘는 현장진료 레지던트 중에서 접종자는 7명에 그치고 원격진료하는 병원 고위직과 학교 간부들, 환자와 밀접접촉 기회가 없는 외과 의사 등이 명단에 들어간 게 발단이다. 전공의들의 거센 반발에 병원 측은 알고리즘 오류라며 명단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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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유령장관 ‘유령(幽靈)’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3가지 뜻풀이가 나온다. 죽은 사람의 혼령, 죽은 사람의 혼령이 생전의 모습으로 나타난 형상, 이름뿐이고 실제는 없는 것. ‘유령’은 다른 명사에 붙어서도 자주 사용된다. 유령도시, 유령상가, 유령단체, 유령조직, 유령회사, 유령투표, 유령주, 유령노동자 등이다. 이름뿐 실제는 없다는 3번째 뜻에 가깝다. 그런데 텅 비어 버린 유령도시, 유령상가 외에는 ‘가짜’ ‘조작’의 의미까지 더해져 자주 쓰인다. 선거명부 조작이나 회사를 위장하는 유령투표나 유령주가 대표적이다. 근래엔 똑같이 일하고도 회사의 편법으로 ‘법적 노동자’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4대 고용보험과 각종 혜택에서 제외된 1300만명 ‘유령노동자’들의 현실이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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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돌봄가치’ 후려치기 초등학생 20만여명의 방과후 돌봄을 담당하는 전국 초등돌봄전담사들이 오는 8~9일 2차 파업을 예고해 학부모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코로나19로 전업주부들의 자녀돌봄 시간은 하루 12시간38분으로, 종전보다 3시간30분이 늘었다고 한다. 발달장애 아동의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부모 없이 끼니를 챙기려던 아이들이 숨지는 사례까지 발생하며 코로나 돌봄공백은 턱밑까지 차올랐다. 한편에선 보건의료·돌봄 노동자, 택배기사 등 ‘필수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가 구성됐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돌봄은 더 자주 더 긴급하게 호출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기사들을 보면 심란해진다. 돌봄이 그저 고통스러운 노동이나 최대한 길게 다른 사람에게 떠넘겨야 할 짐처럼 느껴져서다. 돌봄의 대상자들이나 맡기는 사람이나 모두 마음이 편치 않다. 돌봄이 원래부터 이렇게 괴로운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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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성임원할당제라는 ‘뉴 노멀’ 사회 주요 분야 참여 인원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여성에게 할당하는 여성할당제는 1970년대 북유럽 국가들이 정치분야에서 여성 의석을 40~50%까지 의무화하며 시작됐다. 곧이어 세계 각국으로 확산돼 여성의 정치참여를 높인 후 2000년대 초부터는 기업 등 민간영역으로 넘어왔다. 2003년 노르웨이가 공기업과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을 최소 40%로 의무화하는 여성임원할당제를 도입한 게 시작이었다.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에 기업 내 여성이사 비율을 30~40%까지 맞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도 ‘이사회 다양성 연합체(ABD)’를 설립하고, 캘리포니아주는 상장회사가 여성이사를 두도록 법제화했다. 이스라엘·인도·캐나다 퀘벡주 등에서도 여성임원할당제가 법으로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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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자발적’ 비혼모 사유리 한 장의 사진이 종일 인터넷을 달궜다. 일본 출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41)가 갓난아기를 품에 안고 활짝 웃고 있는 방송 뉴스 캡처 사진이다. 사유리는 지난 16일 방송과 이튿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본의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지난 4일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했다는 소식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산부인과에서 난소 나이가 48세로 자연임신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고 ‘자발적 비혼모’라는 오랜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다. 연예인들은 물론 정치인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이날 사유리를 언급하며 “아이가 자라게 될 대한민국이 더 열린사회가 되도록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 국회가 그런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사유리와 친분이 있는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도 SNS를 통해 “그 어떤 모습보다 아름답다”고 축하했다.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비혼출산 합법화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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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피해자다움’은 없다 “왜 더 저항하지 못했나” “왜 즉시 신고하지 않았나” “피해를 당하고도 어떻게 일상을 이어갈 수 있었나”. 성폭력 피해자들이 흔히 듣는 질문들이다. 유독 성폭력 피해자에게만, 응당 그래야 할 것 같은 사회적 통념, 즉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것이다. 증인이나 물증이 없는 성폭력 사건에서는 피해자 진술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가 유무죄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되는데 여기서 피해자다움이 신빙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범죄정책 연구자인 닐스 크리스티는 이상적인 피해자상이 있다고 주장한다. 피해자가 약할수록, 당시 도덕적으로 좋은 일을 하고 있었다고 여겨질수록, 위험회피 노력을 했을수록, 가해자와 전혀 모르는 관계일수록, 가해자가 완력이 세고 악한 사람일수록 그 피해자는 이상적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이 피해자다움의 영역에서 벗어난 경우 피해자로 인정받기 힘들다. 무고죄를 넘어 꽃뱀으로 몰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성추행 피해자가 무고죄로 기소됐다 투쟁 끝에 무죄를 확정받은 과정을 주제로 한 논문 ‘너 같은 피해자를 본 적이 없다:성폭력 피해자 무고죄 기소를 통해 본 수사과정의 비합리성과 피해자다움의 신화’는 피해자다움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피해자다움이란 말이 주목받은 것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폭행 사건 1심 판결 때이다. 피해자답지 않은 행동을 했다는 것이 안 전 지사 무죄 판결의 주된 근거였다. 하지만 한국성폭력상담소가 8만여건의 성폭력 상담 사례를 분석해 내린 결론은 비슷한 피해라도 가해자와의 관계나 상황 등에 따라 피해자의 반응은 다르다는 것이다. 성폭력이라고 다른 범죄와 특별히 다른 게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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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투잡’ 퍼스트레이디 ‘퍼스트레이디’는 1877년 미국 19대 헤이스 대통령 취임식 보도에서 처음 등장했다. 한 기자가 대통령 부인을 지칭한 게 대중화되고, 그 후 국가원수의 부인을 이르는 말로 자리 잡았다. 퍼스트레이디가 꼭 해야 할 책무는 따로 정해진 게 없다. 대통령의 국내외 활동에 동행하고, 아동·복지·인권 관련 활동이나 친선대사 역할 등을 주로 해 왔다. 2013년 ‘아프리카 퍼스트레이디 회담’에서 만난 미셸 오바마와 로라 부시 여사는 “(퍼스트레이디가) 아마 세계 최고의 직업일 것”이라고 말했다. 나라 안팎의 대소사를 챙기는 남편들과 달리 열정을 가진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무보수지만 영향력과 보람은 결코 작지 않다는 뜻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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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홍남기 전세난’이 일깨운 정치와 민생의 거리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전세 난민’을 탈출하게 됐다는 소식이 또 한번 화제가 되고 있다. 현 정부의 새 임대차법 중간에 끼어 오도가도 못하게 된 사연이 국정감사장에서 알려진 이후 홍 부총리의 전세난은 꽤 오랫동안 온 국민의 관심거리가 돼 왔다. 서울 마포 전셋집은 주인이 들어와 비워줘야 하고, 소유하고 있는 경기 의왕 아파트는 세입자가 갱신권을 청구하며 안 나가겠다고 하는 상황이었는데, 최근 세입자가 마음을 바꿔 아파트를 팔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자승자박”이라는 조롱에 이어 “자기 집 팔 수 있게 됐다는 게 대체 뉴스거리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 달여 전만 해도 전세난이 곧 진정될 수 있다고 낙관했던 그가 전세문제 해결 난망을 실토하며 빠르게 해결되기 어렵다고 고개를 숙였다. 스스로 정책 당사자가 되고서야 전세난을 겪는 수많은 서민들의 절박한 마음을 조금쯤 헤아릴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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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시각장애인 2호 판사 2012년 2월 서울 도봉구의 서울북부지방법원 건물 내외부에 점자유도블록이 깔렸다. 특별한 업무보조원도 채용됐다. 재판기록을 소리 내어 읽어주거나 타이핑으로 기록을 문서화한 후 음성으로 변환해 이를 들으면서 판결문을 작성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국내 1호 시각장애인 최영 판사(40)를 맞을 채비였다. 최 판사의 부임 두 달 후엔 재판을 직접 방청하는 기자간담회도 열렸다. 사건기록을 음성으로 저장한 노트북에 이어폰을 연결해 들으며 중간중간 다른 판사와 조용히 의견을 나누는 장면, 변화를 맞아 노력하겠다는 최 판사의 각오 등이 보도됐다. 그리고, 시각장애인 판사 1호를 맞은 재판정의 공기가 소리 없이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