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현숙
후마니타스 연구소장·논설위원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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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의료는 공공재여야 한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 의사파업 봉합 직후 들려온 독일 의사들의 소식은 그야말로 딴 세상 이야기였다.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인구당 의사 수가 2배 가까이 많은데도 의회에서 의대 입학 정원 50% 확대 추진을 밝혔다. 쟁점은 같지만 독일 의사들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 인력 확대를 요구해 온 독일 의료계는 이 방안을 열렬히 환영하고 있다. 반면 한국 의사들은 거의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정원 10% 증원안에 대해 극렬하게 저항했다. 무슨 차이일까. 독일에선 예비 의사들을 국민건강을 함께 지키는 동료로 본 반면, 한국에선 내 몫을 빼앗아갈 경쟁자로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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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진화하는 선별진료소 걸어다니면서 전화를 하고, 해외와 화상으로 회의하고, 3차원의 물체를 실물처럼 복사하고…. 한때 공상과학 속에서나 존재했던 이 모든 것들이 빠르게 현실이 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 원동력은 더 편리한 세상에 대한 갈망이다. 긴 시간 작은 혁신들이 누적된 획기적인 발명도 있지만, 발명의 핵심은 현실의 작은 불편함을 개선한 것이다. 1901년 영국의 기술자 허버트 세실 부스는 전시회장에서 먼지를 불어 날려보내는 기계를 본 지 몇 달 후 정반대 원리로 먼지를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를 발명했다. 이후 청소는 중노동에서 가장 손쉬운 집안일이 됐다. 아예 사람 손이 가지 않는 로봇청소기가 탄생했고 국내에선 걸레질과 합쳐진 스팀청소기가 등장했다. 냉장고와 에어컨, 텔레비전, 식기세척기 등의 가전제품들도 마찬가지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대로, 끊임없이 더 편리하고 안전한 방법을 찾은 끝에 나온 산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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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영광 출생률 강풍을 동반한 태풍 바비가 서해상으로 북상한 26일, 태풍 진로 바로 옆 전남 영광군이 전국적 조명을 받았다. ‘2019 출생통계’에서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 전국 1위를 기록한 것이다. 영광군의 2.54명은 전국 평균(0.92명)의 2.8배, 꼴찌인 부산 중구(0.50명)보다 5배 이상 많다. 그것도 6년 연속(2013~2018년) 이 분야 1위를 기록한 전남 해남군(2위, 1.89명)을 가볍게 제친 결과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영광군 ‘출생률의 비밀’은 사실 비결이 아니다. 출산과 육아지원, 청년 지원에 사활을 건 정공법의 정책들이다. 2015년엔 해남에도 없는 분만산부인과를 유치한 데 이어 공립 산후조리원을 만들고 소아과도 유치했다. 결혼·출산 장려금, 신생아 양육비, 신혼(예비)부부 지원 등 현금지원은 기본이었다. 여기에 산모의 이동을 돕는 교통카드를 만들고, 사설유치원 4곳을 국공립으로 전환하고, 전국 처음으로 맞벌이 부부 자녀들의 어린이집 부담금을 없앴다. 2017년부턴 20억원씩 기금을 모아 청년들의 취업교육과 구직 활동을 지원했고, 주거비 경감 대책까지 마련하고 있다. 그 결과 인구 5만4000명에 불과한 영광군에서 지난 3년간 1349명(2017년 360명, 2018년 411명, 2019년 578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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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차라리 뉴질랜드의 ‘무례’가 부럽다 3년 전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벌어진 성추행 의혹 사건이 뒤늦게 국내 뉴스에서 부각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뉴질랜드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통화에서 ‘성추행 외교관’이 거론되더니, 30일 뉴질랜드 외무부는 한국 정부가 수사에 비협조적이라며 실망스럽다고 했다. 지난 1일엔 뉴질랜드 부총리가 “결백하다면 이곳에 와 사법절차에 따르라”고 연달아 직격했다. 국가망신이란 여론이 비등하자, 외교부는 지난 3일 아시아 주요국 총영사로 근무 중인 외교관에 즉각 귀임 발령을 냈다. 오는 17일이 시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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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서·오·남’ 대법원 미국 연방대법원의 최고령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87)는 세계적인 뉴스메이커다. 지난 13일에도 그가 5번째 항암치료를 받는다는 소식에 수많은 미국인이 애를 태웠다. 이틀 후 “나는 여전히 일할 수 있다”고 개인성명을 낸 뒤에야 지지자들은 안도했다. 기득권을 깨는 기념비적인 판결들을 내놔 ‘노토리어스 RBG’(악명 높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그는 약자와 진보를 대변하는 아이콘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 때 역대 두번째 여성 대법관이 된 후 그는 남녀차별 철폐와 장애인·성소수자 인권 옹호 판결을 이끌어내고 있다. 머그잔과 티셔츠 사진에도 등장할 만큼 미국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연예인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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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택배 노동자 첫 휴가 국내 택배업은 1992년 한진택배의 ‘파발마’가 시작이었다. 1994년 대한통운과 이듬해 현대택배가 차례로 뛰어들고, 1990년대 중반 홈쇼핑 출범이라는 날개를 달면서 택배업은 IMF 외환위기까지 뚫고 성장을 거듭했다. 여러 업체가 경쟁하던 2000년대 택배업계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렸다. 1999년 7900만개였던 연간 택배 물량은 2000년 1억개를 돌파한 뒤 2009년엔 10억개, 지난해엔 28억개를 넘었다. 지난해 국민 1명이 연평균 54회 택배서비스를 이용했다. 택배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택배업은 다시 한 차원 높은 특수를 누리고 있다. 그사이 택배기사들의 노동환경은 급속도로 열악해졌다. 올해 사망한 택배노동자 4명의 근무 기록엔 살인적인 노동강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건당 700~800원을 받고 많게는 1분30초에 한 개씩, 하루 평균 13시간 일하며 주 6일 매일 400개의 상자를 배달했다. 개인 사업자 신분인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주 52시간 근무제에 해당되지 않는다. 보통 기업의 노동자들이 누리는 복지는커녕, 사고가 나면 모든 책임을 개인이 져야 한다. 병원에 가려면 일당의 3배에 이르는 금액으로 대체 인력을 써야 한다. 아파도 참아가며 숨 돌릴 새 없이 일하다 쓰러지고 있는 것이 택배노동자들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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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쿠팡맨을 ‘괜찮은’ 일자리로! 1997년 1월 재계 14위 한보그룹의 부도를 신호탄으로 삼미·진로·기아·쌍방울·해태 그룹, 그리고 1999년 대우그룹 부도까지. 외환위기의 쓰나미는 30대 기업 중 17개를 집어삼켰다. 제일은행 직원들의 ‘눈물의 비디오’가 대변하듯 금융권도 초토화됐다. 은행 26곳 중 16곳이 퇴출됐다. 코로나19의 양상은 다르다. 외환위기는 사회 모든 곳을 강타했지만, 코로나는 적어도 아직까진, 핀셋으로 찍은 듯 약자에게만 가혹하다. 공무원은 물론 대기업도 일부 업종만 위기를 느낄 뿐 대규모 실직의 그림자는 아직 드리우지 않았다. 대신 영세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등 힘없는 이들이 직격탄을 온몸으로 맞으며 쓸려나가고 있다. 지난달 직장갑질119의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 이후 실직 경험 비율은 비정규직(26.3%)이 정규직(4%)의 6배 이상, 월 150만원 이하 저임금 노동자(25.8%)가 월소득 500만원 이상 고임금 노동자(2.5%)의 10배 이상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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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가족의 확장 가족이라는 말과 함께 1차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부모와 자녀, 애정과 돌봄, 포근함 등일 것이다. 하지만 가족(family)의 어원은 이런 따뜻한 이미지와는 달리 하인을 뜻하는 라틴어 ‘파물루스(famulus)’다. 여기에서 한집의 식솔인 ‘파밀리아(familia)’와 ‘패밀리(family)’가 파생됐다고 한다. 중세까지 가족은 경제생산과 인구 재생산, 교육, 종교 등을 모두 담당하는 사회 기본단위로서 충실히 기능했다. 연애와 결혼, 사랑과 행복의 원천으로서의 ‘낭만적인 가족’은 18~19세기 근대의 산물이다. 특히 산업화 시기 한국에선 가부장제와 결합한 1인 부양모델의 한국적 가족주의가 편리한 통치수단으로 작동했다. 어느 정도 충분한 임금만 쥐여주면 노동과 교육, 돌봄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두 가족에게 떠넘길 수 있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체제 속에서 한국적 가족주의는 더욱 강화됐다. ‘우리 가족만 똘똘 뭉쳐서 잘살자’는 생각으로 시테크, 재테크에 동동거리며 자녀교육에 전심전력을 다하는 부모와, 이에 부응하는 자녀의 모습이 합리적인 가족의 상으로 여겨졌다. (조주은 <기획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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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경험하지 못한 여름’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고 신영복 선생은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여름 징역’의 고충을 이렇게 묘사했다. 폭염이 열악한 환경 속 가난한 이들에겐 창살 없는 감옥이 될 수 있음을 일깨운다. 에어컨 등 문명의 이기를 갖춘 공간에서 폭염과 열대야를 보낼 일반 시민들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쪽방촌 주민들에게 여름은 그 의미가 다를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지자체들은 취약계층의 ‘일상 속 여름 징역’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놨다. 잠깐이나마 더위를 피하고 잠도 청할 수 있도록 복지관, 경로당 등에 (야간) 무더위쉼터를 만드는가 하면 물을 뿌려 더위를 식히는 쿨링포그, 바닥분수 등도 설치했다. 그런데 올해는 이런 ‘여름 피난처’마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이다. 기존 대책들이 거리 두기를 어렵게 하는 데다 바이러스의 온상이 될 수도 있어 지자체마다 전전긍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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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세대주’라는 낡은 기준 지난달 시작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적잖은 사람들이 배신감을 느꼈다. 분명히 전 국민에게 주겠다고 했는데 세대주만 신청할 수 있다니, 대체 무슨 말인가? 정부는 1인 가구는 40만원, 2인 가구 60만원, 3인 가구 80만원, 4인 이상 가구 100만원으로, 전국 2171만가구의 세대주가 신청하고 받을 수 있도록 긴급재난지원금을 설계했다. 세대주 아닌 세대원들은 지원금을 구경조차 못했다. 세대주는 주거 및 생계를 같이하는 생활단위인 ‘세대’의 대표를 말한다. 1962년 주민등록법과 함께 등장한 세대주는 각종 신고의무 등 행정편의가 목적으로, 실생활에선 거의 유명무실한 존재다. 주민등록표상의 성인 세대원 중 아무나 될 수 있고, 기존 세대주의 동의를 거치면 언제든 세대주 변경이 가능하다. 평소엔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세대주가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의 주체가 되면서 관심의 대상이 됐다. 세대주를 둘러싼 구멍들도 드러났다. 이혼소송 중이거나 별거, 가정폭력 등으로 세대주와 불화가 심각한 세대원은 지원금을 받을 수 없었다. 가구 구성이 법적 가족관계와 다른 경우나 세대주가 행방불명 또는 연락두절인 경우도 있었다. 잇단 이의제기에 정부가 구제할 길을 열어놓았지만, 서류를 통해 가정불화 등을 명확하게 입증하지 못하면 지원받는 것이 어렵게 돼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현재 이런저런 이의신청이 26만건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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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온라인 ‘삼성고시’ 2014년 1월16일. 주요 일간지 앞머리에는 일제히 삼성그룹의 공개채용 제도 개편 기사가 주요기사로 실렸다. 서류전형 부활과 대학 총·학장 추천제가 골자였고, 시험 과열 해소, 현장 경험 중시 취지 등의 해설 기사도 함께 실렸다. 하지만 대학서열화 조장, 지역·성차별 논란 등으로 열흘가량 논란이 일었다. 결국 그룹 측에서 시험 개선안을 백지화했다. 한 기업의 입사시험이 이렇게까지 화제가 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순기능이든 역기능이든 그만큼 채용시장에 영향이 크다는 반증이다. 삼성은 1957년 국내 최초로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실시했고, 1993년에는 처음으로 대졸 여성 공채를 도입했다. 1994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통합적 사고력을 평가하기 위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된 직후인 1995년엔 수능과 비슷한 취지의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이후 GSAT로 명칭 변경)를 만들었다. 단편적인 암기 대신 종합적인 자질을 평가하자는 취지로, 학력, 성별 등의 모든 차별을 배제한 ‘열린 채용’도 함께 도입했다. 기업문화와는 별개로 공개채용에선 단연 트렌드세터였다. 공개채용 문화가 점차 사라지기 시작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하반기 각각 9만~10만명 정도가 응시하는 GSAT는 대학수학능력시험, 9급 공무원 시험, 공인중개사 시험에 이어 응시생 규모 국내 4위로 알려진 시험이었다. 별도의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고, 시험날엔 주요 포털사이트 상위 검색어를 휩쓸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삼성고시’라고 불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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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n번방, 시민교육의 실패 얼굴을 드러낸 이들은 괴물이 아니었다. 너무나 평범해서 당황스럽기까지 한 10~20대 청소년들이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 ‘박사방’의 주범과 공범 ‘박사’ 조주빈(24), ‘부따’ 강훈(18)이 포토라인 앞에 섰을 때, 그들의 부모와 가족, 선생님, 친구들이 문득 떠올랐다. 코로나19가 강타하며 학교 문이 열리지 않았던 3월과 4월, 교육의 화제는 단연 온라인개학이었다. 한편에선 먹통이 된 서버와 준비 안된 수업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고, 다른 한편에선 원격수업과 에듀테크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요란했다. 그런데 마치 별개의 일인 듯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n번방 사건을 보면서 모든 논란이 부질없게 느껴진다. 며칠 전만 해도 중학교 동창들인 고교 1학년 5명이 ‘박사방’과 유사한 형태로 텔레그램 성착취물을 유통하다 검거됐다. 텔레그램 주요 공범 상당수가, 인터넷 채팅 메신저 디스코드의 성범죄자 대다수가 10대로 밝혀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비슷한 일들이 확대·증폭되고 있을지 모른다. 이들은 어디에서 이런 일을 해도 된다고 배웠을까.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공교육 12년의 기간, 이들에게 학교는, 교육은, 사회는 대체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