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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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그 하나의 이름 일본의 장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이 끝날 때 흐르는 ‘카나타 하루카’(저편 아득히)라는 곡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있다. “몇천년 후의 인류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따위보다 누구도 본 적 없는 얼굴로 웃는 네가 보고 싶어.” 경세가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이 가사는 어쩌면 조금 불편할지도 모른다. 대의냐 한 인간이냐라는 프레임은 많은 서사에서 반복적으로 다루어진다. 어떤 영화에서 주인공은 기계의 침공 앞에서 한 줌 남은 인류를 구할지 자신이 사랑하는 한 사람을 구할지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 병사 한 명을 구하다가 해병대 분대원이 전부 전사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무려 5억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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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기억은 공간을 통해 이어진다 미국 워싱턴에는 동쪽 끝에 의회 의사당이, 서쪽 끝에 링컨 대통령 기념관이 마주보고 있는 “내셔널 몰”이라 불리는 긴 공간이 있다. 동쪽으로는 각종 역사박물관들이, 서쪽과 남쪽으로는 홀로코스트와 2차 대전·한국전쟁·베트남전쟁 참전용사 추모공원, 마틴 루서 킹 목사 추모공원 등이 자리해 있다. 미국 정치의 핵심부라 할 수 있는 워싱턴은 백악관과 의사당만 있는 공간이 아니라 사실상 거대한 추모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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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우리가 민주주의의 꽃이다 제22대 국회를 구성하기 위한 총선이 두 주 정도 남았다. 미뤄지던 공천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후보들이 구체화되면서 유권자들, 특히 대안적 정치를 꿈꾸는 이들 중에서는 총선을 바라보는 답답하고 절망스러운 마음을 표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 절망은 선거가 그만큼 중요한 행사라는 징표이긴 하지만, 우리에게는 선거를 달리 바라볼 이유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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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말 한마디 정치 공사 영역을 불문하고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이들의 침묵과 날선 말들로 인해 시민들이 상처받는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특히 한국 정치에서 가장 부족한 미덕 중 하나는 사과일 것이다. 많은 공직자들이 시민들에게 과오를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를 하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자기들의 정당성을 집요하게 변호하는 모습을 본다. 참사가 터졌을 때, 국가의 관리·감독 실패가 발견되었을 때, 시민들이 위정자들에게 바라는 것은 피해 보상과 책임자 처벌 이전에 납득할 만한 설명과 진심 어린 사과이다. 생각해 보자. 동일한 실패에 대해 사과에 앞장선 사람과 변명을 일삼은 사람 가운데 과연 누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지를. 하지만 이 시대의 권력자들은 사랑받기보다는 두려움을 사라는 마키아벨리의 충고를 충실히 따르는 듯하다. 혹은 사과할 수 있을 만큼 자유롭지 못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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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대표를 다시 생각한다 2023년 8월 어느 더운 날, 국회에서는 전국에 소재한 1500여곳의 집단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 2만8000명을 지역사회에서 어울려 살도록 전환하는 탈시설 정책을 추진하면 예산이 얼마나 소요될지 가늠해보는 세미나가 열렸다. 당시 여섯 명의 현역 국회의원들이 축사를 전하거나 직접 참여했다. 이들의 소속 정당이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으로 다양했던 것도 흥미로웠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한결같이 ‘초선’의 ‘여성’ ‘비례대표’ 의원이었다는 점이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작은 삶들을 위한 세미나에 축사를 보낸 이들 역시 그리 주류는 아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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