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동
탄탄주택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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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외로운 노인의 위험한 연대 내가 바라는 노년의 모습은 ‘명랑한 동네 할아버지’다. 무루 작가의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라는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이다. 호기심과 감수성을 잃지 않고,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유대 안에서 독립된 개인으로 나답게 살아가는 노인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지만 대다수 할아버지의 공통점은 웃음은커녕 얼굴에 표정이 없고 말이 없고 재미가 없다. 우리나라만 그런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닌가 보다. 지난해 12월 일본의 노인주택과 요양시설을 돌아보고 왔다. 나는 남성 노인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어디든 남성의 비율은 20~30% 정도로 여성 노인이 많다. 여전히 가부장제 문화가 살아 있는 한·중·일 동아시아의 공통점인지 몰라도 일본의 남성 노인 역시 별로 말이 없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던 서비스제공형고령자주택의 소장은 남성 거주자의 커뮤니티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본인이 나서서 모임을 만들었다.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으니 할아버지들이 꼽은 1위가 ‘술’이란다. 다양한 취향과 활동을 즐기는 여성 노인에 비해 남자는 고작 술인가 하여 서글펐다. 술자리 모임 사진을 보여주는데 활짝 웃는 모습이 다들 행복해 보인다. 그 모습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그래, 무엇을 하든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이웃과 친구가 있으니 좋지 아니한가, 이 술 모임은 이제 운영진 개입 없이도 자조 모임으로 잘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한 가지 의문이 남기는 한다. 할머니들도 같이 마시면 더 좋을 것 같은데, 할머니들이 원치 않는 건지 할아버지들이 거부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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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보통 이 정도 합니다 장인어른께서 돌아가셨다. 언젠가는 이날이 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죽음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유족들은 슬퍼할 겨를 없이 당장 상(장례)을 치러야 한다. 이때부터 모든 주도권은 전문가(장례지도사)에게 넘어간다. 장례 절차와 의례, 장례식장 및 장사시설 이용, 빈소 설치와 조문 예절에 이르기까지 장례지도사는 일사천리로 안내한다. 상당 부분 이미 패키지화되어 있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뭐가 뭔지 잘 몰라 하는 질문에 장례지도사는 친절함에 전문가의 권위를 담아 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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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다문화’라는 그 말 요즘 성남에 자주 간다. 성남. 흔히들 알고 있는 판교, 분당이 아니다. 남한산성 아래, 청계천 철거민의 이주로 시작된 도시. 광주대단지 사건의 아픈 역사, 윤흥길의 소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나이>로 기억되는 그곳이다. 지난 9월부터 한 회사에서 파트타임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중장년 일자리 지원 차원에서 마련된 단기 일자리다. 내가 맡은 일은 은퇴전문인력 멘토와 청소년·청년 멘티 간 멘토링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멘토링 코디네이터다. 그 일로 성남에 간다. 성남의 한 다문화지원기관에서 멘토링을 신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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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아파트공화국, 카페천국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된 사건이 있다. 강남의 모 아파트 단지에 마치 학교 교가 같은 느낌의 아파트 찬양 시를 새긴 비석이 알려진 것이다. 우리의 궁궐, 천 년의 보금자리, 이상향, 영원한 파라다이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함께 과거 절대권력에 부역했던 문인들이 떠오른다. 낯뜨거운 표현에 처음엔 웃었지만 생각할수록 기이하다. 그들은 아파트공화국인 이 나라의 시민이기를 거부하고 그들만의 왕국을 짓고 살아서 천국을 누리나 보다.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천국이 되어가고 있다. 카페천국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도 대형 카페가 경쟁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대부분이 북한산 뷰를 품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경관이 좋기로 소문난 곳이 하나 있다. 그래도 동네 주민으로서 한 번은 들러야 하지 않겠나 핑계를 대며 아내와 함께 가보았다. 주차장에 들어서니 주차 안내를 하시는 분이 우리 차로 오더니 차 안을 살펴보고 승차 인원 숫자를 적은 종이를 준다. 1인 1음료 주문을 체크하는 시스템이다. 시작부터 감시받는 느낌에 기분이 좋지 않다. 내심 평일이니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다정한 연인들과 삼삼오오 남녀노소 손님은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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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빈집은 없다 지인 중에 충북 제천에서 청년들과 함께 사회적농업을 일구고 있는 활동가가 있다. 대안학교 선생님으로 재직하다가 소멸해가는 지역의 현실을 보고 청년을 맞이하기 위한 활동으로 사회적농업을 시작한 것이다. 많은 청년이 지역에서 도시로 향해가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도시의 삶에 지친 청년들이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농촌에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그들에게 농촌은 해외보다 더 멀고 낯선 곳이다. 혼자서 부딪치기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들이 안전한 공간과 관계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많은 청년이 다녀갔고 적지 않은 청년들은 지역에 자리잡아 살고 있다. 더 이상 떠날 수 없는 자들만 남아 활기를 잃은 지역에 청년들이 들어오니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청년들은 지역 사회와 연계하여 그들이 ‘할 수 있는 일’과 ‘지역에 필요한 일’을 찾게 된다. 고령농가 집수리, 건강도우미, 병원 동행, 지역아동센터 봉사, 반찬 배달, 환경 지킴이 등의 지역민 대상 서비스 및 돌봄을 제공한다. 사람 살 만한 곳이 되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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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마지막 집은 어디에 죽는 것보다 늙는 게 두려운 세상에서 과연 나의 ‘마지막 집’은 어디일까? 이 시대 적지 않은 노인들이 ‘집’이 아닌 요양시설에 머물고 계시며 그곳에서 삶을 마감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고령자주거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의 마지막 집 또한 요양시설이거나 시설 입소조차도 쉽지 않을 수 있다. 그 미래가 원치 않는 모습이라면 아파트만 끝없이 지어 올리지 말고 우리의 마지막 집에 신경 써야 한다. 7월23일 정부는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 정책을 발표했다. 시니어 레지던스? 고리타분한 노인주택이 아니라 그럴듯한 신상품을 소개하는 느낌이다. 초고령사회를 맞아 고령자 주거의 선택지와 공급을 늘린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시니어 레지던스가 아파트 시장의 정체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부동산 개발사업을 일으키기 위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앞뒤 없이 고령자주택이 부족하니 규제를 확 풀어서 공급을 늘리겠다는 결정 이전에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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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잘 죽을 권리 의료, 요양, 돌봄, 상조. 우리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마주해야 하는 것들이다. 이 시대 ‘죽음’은 점점 더 거대한 비즈니스가 되어가고 있다. 살기도 힘들지만 죽기도 쉽지 않다. 잘 죽기는 더욱 어렵다. 무병장수 끝에 고통 없는 죽음, 9988234를 꿈꾸지만, 그게 어디 내 맘대로 되는 일인가. 현대의학의 눈에 노화란 없다. 살아 있는 한 치료하고 극복되어야 할 다양한 이름의 질병만이 있을 뿐. 우리의 노년에는 병명과 먹어야 할 약이 하나씩 더해진다. 누구에게나 임종의 시간이 찾아온다. 하지만 죽음을 의료의 패배로 인식하는 고약하고 오만한 의료시스템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환자를 살리려 든다. 의사에게 환자를 살려야만 하는 의무가 있다면 환자에게도 잘 죽을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 임종 단계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것, 그것은 우리 사회가 어렵게 얻어낸 ‘잘 죽을 권리’의 시작이다. 내가 주 1회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대형병원 부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실 모습을 통해 다음 3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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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전세사기, 함께 풀자 전세사기 문제가 심각하다. 전세의 순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뻔히 보이는 잠재된 위험에 대한 대비 없이 위험을 키워왔고 그 피해는 임차인에게 집중되었다. 그 시작은 빚이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 거래에 정부가 개입해 싼 이자로 정책자금을 쏟아부은 것이다. 임차인 처지에서는 주거비 부담을 줄이는 합리적 선택이 전세다. 은행은 정부의 보증에 기대어 편하게 이자수익을 올렸고 투기꾼들에게는 무자본 갭투기의 꽃길을 열어주었다. 악의적인 사기범들이 이런 저위험 고수익의 사업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대규모 조직적인 전세사기가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정부의 정책 실패로 인한 명백한 사회적 재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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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다양한 가족 5월 초 연휴 풍경. 집 나가 혼자 사는 다정한 따님도 다녀가고 우리 부부와 함께 사는 90대 노모를 찾아뵙기 위해 형제들이 바삐 다녀갔다. 흔한 동네 식당도 줄을 서야 했고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차 한 잔 마시길 기대하며 찾은 카페는 시장통을 방불케 한다. 용돈과 선물이 오가고 가족의 온기가 가득한 시간이었다. 정해진 때에 맞춰 그래도 우리가 가족임을 확인하는 의식을 치른 후 이제 다들 자기 삶의 자리로 돌아갔다. 어린이날부터 어버이날, 입양의날, 부부의날, 가족과 관련된 기념일이 가득한 5월은 ‘가정의달’이다. 기념일 이름만 보아도 가정의달이 기념하는 ‘가정’은 여전히 혼인, 혈연, 입양 관계만 인정하는 정상가족에 갇혀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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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시니어비즈니스 공공 주도로 멀리서 보면 핑크빛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20년 넘게 유망하기만 했던 시니어비즈니스 이야기다. 초고령사회가 목전이고 노인인구 1000만 시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시장에는 시니어비즈니스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가득하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시니어비즈니스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정부정책, 규제, 공공복지와의 충돌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 돈 쓸 사람이 없다. 당사자는 돈이 없어서 못 쓰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못 쓴다. 자식들도 자기 먹고 살기 빠듯해 부모 위해 돈 쓸 여유가 없다. 결국 공공재정에 의존적인 사업모델을 만들 수밖에 없다. 공공은 보수적이고 기득권 벽이 높다. 매우 뾰족하고 구체적인 사업으로 직접 가치도 증명하고 시장의 틈새를 열어야 한다. 이 정도 능력과 열정이면 시니어비즈니스보다는 다른 시장이 훨씬 매력적이다 보니 이 시장엔 돈도 사람도 없고 혁신도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