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환
일본 방송PD
최신기사
-
국제칼럼 표적 만드는 정치에 ‘노’하라 ‘표적’을 만들어 유권자의 표를 얻으려는 정치가 또다시 시작됐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외국인이 집단으로 범죄를 일으키고 있다.” “세금은 일본인만을 위해 쓰여야 한다.” 인터넷에서 확산하고 있는 외국인 혐오 발언이 아니다. 일본 정치인의 발언이다. 오는 2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 화두는 외국인이다. 문제는 외국인 배외주의를 연상케 하는 언설들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언설뿐만이 아니다. 각 당은 외국인 토지 취득 규제 강화, 생활보장에서 외국인 제외 등 외국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정책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일본에 살고 있지만, 정치가 이렇게까지 노골적이고 공공연하게 외국인을 공격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공포감마저 느낀다. 왜 외국인이 표적이 된 것일까? 지난달 도쿄도의원 선거에서 “일본인 퍼스트”를 주장하는 참정당이 약진하자 외국인을 표적으로 삼으면 보수층의 표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선 듯하다.
-
국제칼럼 무너지는 ‘일본학술회의 신념’ “과거를 반성하고 전쟁을 목적으로 하는 과학 연구에는 협력하지 않겠다.” 학자들의 국회라고 불리는 일본학술회의가 75년간 지켜온 신념이다. 군사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연구에 협력하는 것과 학문에 권력이 간섭하는 것을 막아주던 이 방파제가 무너져버리는 것일까. 이르면 11일 열리는 참의원 본회의에서 학술회의의 법인화 법안 통과가 유력하기 때문이다.
-
국제칼럼 패전 80년, 다 해결됐다는 착각 5월3일은 일본 헌법기념일이다. 전쟁과 무력행사를 포기하고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평화헌법이 시행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올해는 남다른 헌법기념일을 맞이하고 있다. ‘전후 80년’, 정확히 말하면 ‘패전 80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10년 주기로 담화를 발표해왔다. 패전 50년을 맞은 1995년에는 현직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무라야마 총리가 한반도 식민지 지배를 사죄하는 내용을 담은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패전 60년에는 고이즈미 담화가 발표됐고, 패전 70년이 되는 해에는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 없는 우리 아이들에게 계속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패전 80년을 맞이한 올해, 이시바 총리는 담화를 발표하지 않을 예정이다. 더 이상 사과하지 않겠다는 아베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사과받아야 할 역사가 남아 있다. 일제 강제동원 문제가 그중 하나이다.
-
국제칼럼 ‘격차사회’ 한국, 일본에도 있다 격차사회 한국. 일본인이 한국 하면 떠올리는 인상 중 하나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격차에 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때마다 속으로 말한다. “너희 나라도 만만치 않아.” 새로운 연도가 4월부터 시작되는 일본. 매년 2월부터 3월 사이에 노사 간의 임금 협상이 진행된다. 2월에 노동조합이 사측에 임금 인상안을 제시한다. 3월이 되면 노조의 요구에 대해 사측이 대답을 내놓는다. 봄에 진행된다는 의미에서 춘투라고 한다.
-
국제칼럼 무상교육, 한·일의 엇갈린 길 고교 무상교육에 약 5000억엔의 정부 예산이 추가로 투입된다. 학부모로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은 2009년부터 고등학교의 수업료를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행 제도에는 소득 기준이 있다. 공립고등학교의 경우 연 소득금액 910만엔 미만인 가구는 연간 수업료에 해당하는 11만8000엔을 지원받는다. 사립학교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연 소득금액 590만엔 미만인 가구는 최대 39만6000엔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
국제칼럼 ‘계엄 타산지석’ 엇갈린 일본 작년 12월3일의 비상계엄은 일본 사회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일본에 많은 것을 양보한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수괴가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은 경쟁하듯 내란사태에 대한 보도를 연일 쏟아냈다. 하지만 내란이 발생한 지 40여일이 지나면서 관심은 줄어가고 있다. 한국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복원해 가는지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거의 없다. 다만, 일본에 한없이 친절했던 윤석열 정권이 무너지고 반일 정권이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만이 팽배하다. 이렇게 한·일 수교 60주년이 되는 해를 맞이하고 있다.
-
국제칼럼 일본 교사의 고단한 열정페이 약 14%의 사람이 일본 정부가 과로사 기준으로 정한 월 80시간을 넘는 시간외 근무를 하고 있다. 또 약 64%의 사람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상한 시간인 월 45시간 이상의 시간외 근무를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기업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일본 공립 초등학교 교사들의 현실이다. 일본 공립 초등학교 교사들이 과도한 시간외 근무에 시달리고 있다.
-
국제칼럼 성 바꾸는 것 강요하는 일본 일본에는 결혼 후 성(姓)을 바꿀 것을 강제하는 세계 유일의 부부동성(夫婦同姓)제도가 있다. 여성차별을 상징하는 제도 중 하나다. “나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어요.” 이름은 개인의 정체성과 직결된다. 일본에는 자신의 성(姓)을 바꾸는 것을 거부하고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사실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달 21일, 사실혼 상태인 30대 부부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구두변론이 열렸다. 부부는 변론에서 “현행 혼인제도는 한쪽이 자신의 성을 바꿀지 결혼을 포기할지를 강요하는 매우 잔혹한 제도이며,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소송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2번의 집단소송이 있었지만, 최고재판소(대법원)는 현행 제도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현재도 5쌍의 부부가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 개정을 위한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부부동성제도 철폐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해외에서도 나오고 있다.
-
국제칼럼 기억하려는 자, 잊으려는 자 “강제노동의 역사를 직시하는 유일한 장소이기에 남겨야만 한다.”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달 28일, 홋카이도(北海道) 북단의 조그마한 마을인 슈마리나이(朱掬內)에 강제노동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조선인 강제노동 현장에 세워진 일본 최초의 박물관이다. 새롭게 문을 연 슈마리나이 강제노동박물관의 이야기는 약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국제칼럼 패전, 오키나와에서는 진행형 8월 중순이 되면 일본은 추석과 비슷한 오봉(お盆) 연휴를 맞이한다. 전국 각지는 귀성객과 여행객으로 붐빈다. 패전이라는 과거를 직시하는 연휴이기도 하다. 8월15일은 ‘종전의 날’이기 때문이다. 정부 주최로 추도식이 열리고 다시는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어온다. 아쉽게도 가해국의 책임과 반성은 빠져 있다. 일본인들이 경험한 전쟁의 참상, 즉 피해자로서의 기억만이 전승된다. 하지만 전쟁이 과거가 아닌 현재 진행형인 곳도 있다. 오키나와가 바로 그곳이다.
-
국제칼럼 민족차별, 일본의 ‘두 얼굴’ “콜럼버스, 나폴레옹, 베토벤이 함께 여행을 떠난다. 이들은 우연히 원숭이(유인원) 가족을 만난다. 원숭이에게 피아노와 말 타는 법을 가르친다. 그리고 자신들이 탄 인력거를 끌게 한다.” 일본의 인기 밴드 미세스 그린 애플(Mrs. GREEN APPLE)이 발표한 신곡 ‘콜럼버스’의 뮤직비디오 줄거리다. 인종차별을 옹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비판에 뮤직비디오는 발표 다음날 공개가 중지됐다. 콜럼버스는 항해자가 아닌 식민주의자로 재평가받고 있다. 미세스 그린 애플은 “비참한 역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의도는 없었다”라고 사죄했고, 소속 음반사도 “역사와 문화적인 배경에 대한 이해가 모자란 표현”이었다고 사과했다. 각 방송사는 이들의 출연을 취소하고, 신문사는 사설과 기사를 통해 일제히 문제를 제기하는 등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처럼 일본 사회는 차별에 때로는 매우 민감하다. 하지만 이러한 사태를 사전에 막지 못한 이유는 인종차별적 표현에 대한 일본 사회의 둔감함이라고 할 수 있다.
-
국제칼럼 되씹을, 국립대학 존재의 이유 “국립대학의 등록금을 150만엔(약 1300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 일본 문부과학성 중앙교육심의회 위원이자 사립대학인 게이오대학 이토 고헤이 총장의 제안이다. 150만엔은 국립대학 등록금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토 총장은 국립대학의 경쟁력 향상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학생이 부담해야 하므로 국립대학의 등록금을 150만엔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교육의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연 등록금 인상이 해결책일까?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