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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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의 시대사색 EU와 같은 ‘동아시아 평화연합’을 상상한다면 최근 넷플릭스에서 안중근 의사를 다룬 영화 <하얼빈>을 보았다. 늦게나마 접한 이 영화는 단순한 역사극을 넘어, 내 안에 오랫동안 잠재해 있던 하나의 상상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그것은 바로 ‘동아시아 평화연합(연방)’이라는 구상이다. 유럽연합(EU)을 닮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상상이다. 우리는 왜 평화를 중심에 둔 지역 공동체를 꿈꾸지 않는가? 왜 동북아는 늘 갈등과 긴장의 지형으로만 남아야 하는가? -
조희연의 시대사색 ‘이중 로컬 정체성’ 가진 생태시민 키우는 농촌유학 기후위기 시대,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우리는 산업문명이 만들어낸 풍요 속에서 자연을 오랫동안 ‘배경’으로만 여겨왔다. 그러나 이제 자연은 인간의 무대가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생명의 이웃으로 다가오고 있다. 교육이 이 변화를 외면한다면 다음 세대는 방향을 잃게 될 것이다. 그 새로운 배움의 길목에 ‘농촌유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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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의 시대사색 ‘내로남불 정치’를 넘어…여당 된 민주당의 길 1980년대 이후 40년에 가까운 민주화의 진전 속에서, 한국 정치의 풍경은 크게 달라졌다. 민주화 이후 초기에는 독재를 계승하는 집권여당 대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있는 야당의 구도였기 때문에, 시민들은 야당의 목소리 속에서 억눌린 시대정신을 확인했고, 그 자체가 희망이었다. 그러나 민주진보 세력이 집권하기도 하고, 보수 세력이 재집권하기도 하는 권력 순환이 일상이 되면서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정치의 한복판에 등장했다. 상대를 공격할 때는 최고의 윤리적 기준을 적용하면서, 우리 편을 감싸고 옹호할 때는 최소한의 기준만을 들이대는 이중성. 그것이 바로 내로남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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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의 시대사색 방송통신대 로스쿨을 검토해보자 현재 전국에는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하나를 더해, 방송통신대학교에 로스쿨을 설립함으로써 평범한 시민에게도 법조인이 되는 새로운 길을 열어보자고 제안한다. 1993년 창립된 참여연대는 다양한 감시센터를 운영했고, 그중 사법개혁센터는 권위주의적 법조 양성 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해 로스쿨 제도를 공론화했다. 안경환, 한인섭 교수 등 서울대 법대의 개혁적 교수들과 민변 변호사들이 이를 주도했으며, 그 핵심은 ‘사법 낭인(浪人)’의 양산을 막고 실무 역량을 갖춘 법률가를 길러내는 데 있었다. 나도 참여연대 임원이어서 이를 옆에서 지켜보았다. 이 구상은 처음에는 제도화되지 못했으나, 1998년 대선을 거치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마침내 참여정부의 국가 정책으로 구체화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우려는 새로운 로스쿨이 또 다른 엘리트 독점 기제로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고시 특권’을 없애려던 제도가 자칫 일류대와 중상층 자녀들의 전유물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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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의 시대사색 TBS를 ‘다국어 교육 방송’으로 개편하자 얼마 전, 우연히 TBS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었다. 아직도 직원 180여명이 월급도 온전히 받지 못한 채, TBS의 존속과 회생을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한때 내게도 TBS는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었지만, 그 존재마저 마음속에서 희미해져가고 있던 참이었다.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 TBS의 독립성을 높이고자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가 탄생했다. 서울시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재정적 지원만 했다. 민주당이 서울시의회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하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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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의 시대사색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에 대해 우려하는 학부모에게 “교사 정치활동 보장한다던데… 아빠, 제발 이런 건 막아주세요. 주위에서 큰일 난다고 이야기하네요.” 며칠 전 큰애에게서 온 문자입니다. 교육계 숙원이던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이 주요 정당의 대선 공약으로 채택되며 실현 가능성이 한층 커졌습니다. 이 사안은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의 깊이를 더해가는 여정 속에서 꾸준히 논의된, 어쩌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 같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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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의 시대사색 복기와 횡단, 미래를 여는 두 개의 공약 실행 열쇠 12·3 이후 탄핵을 둘러싼 치열한 갈등의 시간은 막을 내렸다. 이제는 선거의 시간이다. 선거 국면이 본격화되면 곧 공약을 ‘생산’하는 시기에 돌입할 것이고, 대선이 끝나 새 정부의 가치 방향이 결정되면 ‘공약 실행’의 시간으로 바뀔 것이다. 과거와 달리 대선 이후 공약 실행 과정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허니문 기간도 없어지고, 심지어 ‘승리한 후보가 다시 실패하길 바라는’ 식의 정서에서 ‘묻지마 반대’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약 실행에 사소한 결함이 있거나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면 큰 정치적 갈등으로 번질 위험이 크다. 설익은 정책은 아예 실행해보지도 못하고 좌초할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 초기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이 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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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의 시대사색 ‘서울대 10개 만들기’ 넘어 5대 광역생활자립권으로 비정상이 정상으로 둔갑하는 위기의 시대이다. 그러나 우리는 위기 속에서도 위기 이후의 새로운 미래에 대한 꿈을 꾸어야 한다. 오랫동안, 초중등교육에 종사하는 교육자들은 -혁신교육이라고 표현하건 행복교육이라고 표현하건-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데 모든 노력과 헌신을 원점으로 돌리는 하나의 블랙홀이 있다. 바로 대입과 대학 서열체제이다. -
조희연의 시대사색 ‘역지사지형 전투주의’가 필요하다 1월19일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죄로 구속 기소되면서,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탄핵 정국은 이제 1차 전환 국면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탄핵을 촉진하는 힘겨운 투쟁을 국민들이 나서서 수행해왔다. 그런데 2차 탄핵 국면과 그 이후를 위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고, 이를 나는 ‘역지사지형 전투주의’라고 표현한다. 전투주의를 세분화해 본다면, 반대 세력이나 쿠데타 세력들과 직선적으로 투쟁하는 ‘돌진적 전투주의’가 한편에 있다면, 상대 진영의 정서와 인식을 함께 살피면서 대응 방식을 다양화하는 ‘역지사지형 전투주의’가 또 다른 편에 있다. 즉 투쟁 의지를 분명히 유지하되, ‘적의 시선을 마음에 품고’ 더욱 복합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후자이다. 시민들의 투쟁과 사회운동은 옳은 것을 위해 투신하는 자세로 행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돌진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진 변화의 에너지를 정치가 받아안을 때는, 때로는 완급조절도 하고 자기 희생적 모습도 보이고, 스스로의 약점과 오류에 대한 적의 비판까지도 염두에 두면서, 그 국민적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는데, 정치는 많은 경우 이에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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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의 시대사색 썰물 이후 밀물 시간, 다른 세상이 가능하려면 썰물이 지면, 바닷물 아래 바닥이 드러난다. 해양 생태계를 구성하는 생명체가 얼마나 다양한지 알게 된다. 물론, 바다를 오염시키는 쓰레기도 함께 나타난다. 역사의 썰물도 마찬가지다. 퇴행과 저항이 오가는 사이, 일상적인 언론 보도에선 잘 드러나지 않았던 사회 진보의 진짜 주인공이 나타날 때가 많다. 이들이 자기 언어를 가질 때,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근대 유럽의 시민혁명이 그랬다. 1980년 5월 광주 이후, 한국 사회 민주화 과정도 비슷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