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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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의 시대사색 부마에서 6월 항쟁까지, 민주항쟁 궤적 헌법 전문에 새겨야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시도는 한국 민주주의가 결코 자동적으로 유지되는 체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민주주의 내에서 발원하는 이러한 퇴행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권교체나 정치개혁을 넘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헌정질서를 보다 명확하게 재정립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헌법 개정 논의가 다시 제기되고 있으며, 국회에서도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둘러싼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헌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국민발안제 도입, 국민투표 범위 확대 등 직접민주주의적 요소의 강화와 함께 각종 사회권의 명확화 및 확대가 주요 의제로 논의되고 있다. 이는 당연히 추진되어야 할 과제이다. -
조희연의 시대사색 AI 강국은 독서국가와 함께 가야 한다 인공지능(AI)은 우리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꾸고 있다. 생성형 AI는 인간의 지식 생산과 소비를 돕는 강력한 비서가 되었고,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정보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한때 오랜 독서와 사유를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었던 지식의 산맥들이, 이제는 손바닥 위의 작은 화면 속에서 순식간에 펼쳐진다. 이것은 분명 축복이다. 그러나 동시에 조용하고도 깊은 위기이기도 하다. -
조희연의 시대사색 학교폭력이라는 거울, 우리 사회의 위기 학교폭력 사건을 많이 다뤄온 한 변호사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한 학교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하자 가해 학생의 부모-법률에 밝은 사람이었다-는 자녀에게 이렇게 지시했다. “절대 가해 사실을 인정하지 말아라.” 다음으로 “너도 그 학생에게 맞거나 피해를 본 적이 있을 테니 무엇이든 기억해내라.” 마지막으로 “그런 사례가 없으면 친구들에게 물어봐서라도 피해 학생의 ‘가해 사실’을 수집해라.” 강남의 한 사례에서는 가해·피해 학생이 6명이었는데, 변호사도 6명이 등장했다. 요즘은 SNS에서의 욕설과 조롱, 가벼운 힐난까지 모두 증거로 제출된다. 욕이 일상화된 또래 문화 속에서 과거 대화 기록 전체가 가해 자료로 재구성된다. 졸업을 앞두고 ‘앙갚음’ 차원에서 신고한 뒤 학폭심의위원회에는 아예 출석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학교폭력법보다 처벌이 더 강한 스토킹처벌법으로 고소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
조희연의 시대사색 극단성이 수익이 되는 알고리즘 사회의 개혁 우리는 지금 어떤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가. 아침에 스마트폰 화면을 켜는 그 짧은 순간, 어떤 뉴스가 먼저 떠오르고 어떤 영상이 우리를 붙잡으며, 어떤 분노와 어떤 공감이 마음을 흔드는지는 더 이상 우리의 순수한 선택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이미 그 앞단에는 수많은 계산식과 학습 모델로 이루어진 ‘알고리즘’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알고리즘은 편리함을 약속하지만, 결코 중립적인 존재는 아니다. 문제는 이 비중립성이 개인의 취향을 넘어, 민주주의의 공론장 자체를 보이지 않게 재구성하고 있다는 데 있다. -
조희연의 시대사색 EU와 같은 ‘동아시아 평화연합’을 상상한다면 최근 넷플릭스에서 안중근 의사를 다룬 영화 <하얼빈>을 보았다. 늦게나마 접한 이 영화는 단순한 역사극을 넘어, 내 안에 오랫동안 잠재해 있던 하나의 상상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그것은 바로 ‘동아시아 평화연합(연방)’이라는 구상이다. 유럽연합(EU)을 닮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상상이다. 우리는 왜 평화를 중심에 둔 지역 공동체를 꿈꾸지 않는가? 왜 동북아는 늘 갈등과 긴장의 지형으로만 남아야 하는가? -
조희연의 시대사색 ‘이중 로컬 정체성’ 가진 생태시민 키우는 농촌유학 기후위기 시대,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우리는 산업문명이 만들어낸 풍요 속에서 자연을 오랫동안 ‘배경’으로만 여겨왔다. 그러나 이제 자연은 인간의 무대가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생명의 이웃으로 다가오고 있다. 교육이 이 변화를 외면한다면 다음 세대는 방향을 잃게 될 것이다. 그 새로운 배움의 길목에 ‘농촌유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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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의 시대사색 ‘내로남불 정치’를 넘어…여당 된 민주당의 길 1980년대 이후 40년에 가까운 민주화의 진전 속에서, 한국 정치의 풍경은 크게 달라졌다. 민주화 이후 초기에는 독재를 계승하는 집권여당 대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있는 야당의 구도였기 때문에, 시민들은 야당의 목소리 속에서 억눌린 시대정신을 확인했고, 그 자체가 희망이었다. 그러나 민주진보 세력이 집권하기도 하고, 보수 세력이 재집권하기도 하는 권력 순환이 일상이 되면서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정치의 한복판에 등장했다. 상대를 공격할 때는 최고의 윤리적 기준을 적용하면서, 우리 편을 감싸고 옹호할 때는 최소한의 기준만을 들이대는 이중성. 그것이 바로 내로남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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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의 시대사색 방송통신대 로스쿨을 검토해보자 현재 전국에는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하나를 더해, 방송통신대학교에 로스쿨을 설립함으로써 평범한 시민에게도 법조인이 되는 새로운 길을 열어보자고 제안한다. 1993년 창립된 참여연대는 다양한 감시센터를 운영했고, 그중 사법개혁센터는 권위주의적 법조 양성 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해 로스쿨 제도를 공론화했다. 안경환, 한인섭 교수 등 서울대 법대의 개혁적 교수들과 민변 변호사들이 이를 주도했으며, 그 핵심은 ‘사법 낭인(浪人)’의 양산을 막고 실무 역량을 갖춘 법률가를 길러내는 데 있었다. 나도 참여연대 임원이어서 이를 옆에서 지켜보았다. 이 구상은 처음에는 제도화되지 못했으나, 1998년 대선을 거치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마침내 참여정부의 국가 정책으로 구체화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우려는 새로운 로스쿨이 또 다른 엘리트 독점 기제로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고시 특권’을 없애려던 제도가 자칫 일류대와 중상층 자녀들의 전유물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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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의 시대사색 TBS를 ‘다국어 교육 방송’으로 개편하자 얼마 전, 우연히 TBS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었다. 아직도 직원 180여명이 월급도 온전히 받지 못한 채, TBS의 존속과 회생을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한때 내게도 TBS는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었지만, 그 존재마저 마음속에서 희미해져가고 있던 참이었다.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 TBS의 독립성을 높이고자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가 탄생했다. 서울시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재정적 지원만 했다. 민주당이 서울시의회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하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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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의 시대사색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에 대해 우려하는 학부모에게 “교사 정치활동 보장한다던데… 아빠, 제발 이런 건 막아주세요. 주위에서 큰일 난다고 이야기하네요.” 며칠 전 큰애에게서 온 문자입니다. 교육계 숙원이던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이 주요 정당의 대선 공약으로 채택되며 실현 가능성이 한층 커졌습니다. 이 사안은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의 깊이를 더해가는 여정 속에서 꾸준히 논의된, 어쩌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 같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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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의 시대사색 복기와 횡단, 미래를 여는 두 개의 공약 실행 열쇠 12·3 이후 탄핵을 둘러싼 치열한 갈등의 시간은 막을 내렸다. 이제는 선거의 시간이다. 선거 국면이 본격화되면 곧 공약을 ‘생산’하는 시기에 돌입할 것이고, 대선이 끝나 새 정부의 가치 방향이 결정되면 ‘공약 실행’의 시간으로 바뀔 것이다. 과거와 달리 대선 이후 공약 실행 과정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허니문 기간도 없어지고, 심지어 ‘승리한 후보가 다시 실패하길 바라는’ 식의 정서에서 ‘묻지마 반대’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약 실행에 사소한 결함이 있거나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면 큰 정치적 갈등으로 번질 위험이 크다. 설익은 정책은 아예 실행해보지도 못하고 좌초할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 초기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이 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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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의 시대사색 ‘서울대 10개 만들기’ 넘어 5대 광역생활자립권으로 비정상이 정상으로 둔갑하는 위기의 시대이다. 그러나 우리는 위기 속에서도 위기 이후의 새로운 미래에 대한 꿈을 꾸어야 한다. 오랫동안, 초중등교육에 종사하는 교육자들은 -혁신교육이라고 표현하건 행복교육이라고 표현하건-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데 모든 노력과 헌신을 원점으로 돌리는 하나의 블랙홀이 있다. 바로 대입과 대학 서열체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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