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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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의 시대사색 대안교육과 제도권 공교육의 선순환적 관계 지난 7월23일 전남광주 호남대에서 열린 ‘한국 대안교육 한마당’에서 특강을 할 기회가 있었다. 전국 20여개의 대안교육기관과 그 외의 각종 대안학교들이 한자리에 모인 뜻깊은 행사였다. 고양자유학교, 공간민들레, 성미산학교, 제천간디학교, 실상사작은학교, 산학교, 볍씨학교, 별꼴학교, 무지개학교 등 오랜 시간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교육을 실험해 온 학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한번 하나의 질문을 품게 되었다. 대안교육과 제도권 공교육은 어떤 관계여야 하는가. -
조희연의 시대사색 ‘혐오의 놀이화’를 넘어서기 위한 5가지 대책 교육은 언제나 그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산업화 시대 학교는 규율과 근면을 가르쳤고, 민주화 시대 학교는 자유와 참여를 배우는 공간이 되어야 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플랫폼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 학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그러나 나는 질문을 조금 바꾸고 싶다. 오늘날 아이들은 학교 밖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10년 동안 서울시교육감을 맡으며 학생인권과 민주시민교육, 세계시민교육을 우리 교육의 중요한 방향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교육감을 마친 뒤 돌이켜보니, 우리가 학교 안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동안 학교 밖에서는 또 다른 사회화가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디지털 플랫폼과 알고리즘이 있다. 학생들은 교과서보다 쇼트폼을 먼저 접하고, 교사보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더 오래 만난다. 민주주의보다 밈을 먼저 배우고, 역사보다 자극적인 이미지와 짧은 영상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알고리즘은 숙고보다 즉각적인 반응을, 맥락보다 자극을, 공감보다 분노를 확산시키는 데 훨씬 능숙하다. -
조희연의 시대사색 ‘교육개혁 시즌2’를 열기 위한 두 가지 관점 전환 최근 나는 교육 의제의 위상 변화를 새삼 실감한다. 한때 교육 의제는 선출직 후보와 정당들이 앞다투어 수용해야 할 ‘국민적 의제’였다. 그러나 교육은 이제 갈등 의제가 되었고, 득표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감표의 위험을 지닌 ‘관리 대상’이 됐다고 느낀다. 이것을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지난 10~20년간 혁신교육운동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공교육 정상화’는 눈에 띄게 진전됐다. 한때 ‘혁신’이라는 말과 ‘무상’이라는 말이 주던 설렘이 줄어든 이유도, 역설적으로 많은 것이 성취됐기 때문이다. 무상급식에서 출발한 무상교육 흐름은 무상보육으로 확장됐고, 입학준비금 지원과 같은 정책에까지 이르렀다. -
조희연의 시대사색 시민사회의 싱크탱크적 역량이 강화되어야 지난 3월27일, 희망제작소가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민간 모금의 기반이 취약한 우리 사회에서 20년을 버텨왔다는 사실은 결코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그 시간은 단순한 ‘지속’이 아니라, 민간 싱크탱크의 새로운 길을 스스로 개척해온 여정이었다. 이제 우리는 그 성취 위에 서서, 다시금 다음 단계의 과제를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사회과학의 고전적 틀인 국가·시장·시민사회라는 삼분 구도로 보면, 1960~1970년대 한국은 국가라는 거대한 거인이 압도적으로 앞장서던 시대였다. 시장은 아직 걸음마조차 떼지 못한 어린아이였고, 노동과 시민사회는 차가운 땅 밑에 짓눌린 씨앗이었다. 국가는 ‘조국 근대화’라는 이름 아래 발전국가로서 강력한 동력을 행사했고, 그 과정에서 기업과 시장은 국가의 보호 속에 성장했다. 그 이면에서 시민사회와 노동은 억압 속에서도 저항하며 자신을 키워갔다. 1980년대는 이 두 힘이 정면으로 맞부딪친 격동의 시기였다. -
조희연의 시대사색 부마에서 6월 항쟁까지, 민주항쟁 궤적 헌법 전문에 새겨야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시도는 한국 민주주의가 결코 자동적으로 유지되는 체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민주주의 내에서 발원하는 이러한 퇴행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권교체나 정치개혁을 넘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헌정질서를 보다 명확하게 재정립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헌법 개정 논의가 다시 제기되고 있으며, 국회에서도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둘러싼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헌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국민발안제 도입, 국민투표 범위 확대 등 직접민주주의적 요소의 강화와 함께 각종 사회권의 명확화 및 확대가 주요 의제로 논의되고 있다. 이는 당연히 추진되어야 할 과제이다. -
조희연의 시대사색 AI 강국은 독서국가와 함께 가야 한다 인공지능(AI)은 우리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꾸고 있다. 생성형 AI는 인간의 지식 생산과 소비를 돕는 강력한 비서가 되었고,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정보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한때 오랜 독서와 사유를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었던 지식의 산맥들이, 이제는 손바닥 위의 작은 화면 속에서 순식간에 펼쳐진다. 이것은 분명 축복이다. 그러나 동시에 조용하고도 깊은 위기이기도 하다. -
조희연의 시대사색 학교폭력이라는 거울, 우리 사회의 위기 학교폭력 사건을 많이 다뤄온 한 변호사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한 학교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하자 가해 학생의 부모-법률에 밝은 사람이었다-는 자녀에게 이렇게 지시했다. “절대 가해 사실을 인정하지 말아라.” 다음으로 “너도 그 학생에게 맞거나 피해를 본 적이 있을 테니 무엇이든 기억해내라.” 마지막으로 “그런 사례가 없으면 친구들에게 물어봐서라도 피해 학생의 ‘가해 사실’을 수집해라.” 강남의 한 사례에서는 가해·피해 학생이 6명이었는데, 변호사도 6명이 등장했다. 요즘은 SNS에서의 욕설과 조롱, 가벼운 힐난까지 모두 증거로 제출된다. 욕이 일상화된 또래 문화 속에서 과거 대화 기록 전체가 가해 자료로 재구성된다. 졸업을 앞두고 ‘앙갚음’ 차원에서 신고한 뒤 학폭심의위원회에는 아예 출석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학교폭력법보다 처벌이 더 강한 스토킹처벌법으로 고소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
조희연의 시대사색 극단성이 수익이 되는 알고리즘 사회의 개혁 우리는 지금 어떤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가. 아침에 스마트폰 화면을 켜는 그 짧은 순간, 어떤 뉴스가 먼저 떠오르고 어떤 영상이 우리를 붙잡으며, 어떤 분노와 어떤 공감이 마음을 흔드는지는 더 이상 우리의 순수한 선택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이미 그 앞단에는 수많은 계산식과 학습 모델로 이루어진 ‘알고리즘’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알고리즘은 편리함을 약속하지만, 결코 중립적인 존재는 아니다. 문제는 이 비중립성이 개인의 취향을 넘어, 민주주의의 공론장 자체를 보이지 않게 재구성하고 있다는 데 있다. -
조희연의 시대사색 EU와 같은 ‘동아시아 평화연합’을 상상한다면 최근 넷플릭스에서 안중근 의사를 다룬 영화 <하얼빈>을 보았다. 늦게나마 접한 이 영화는 단순한 역사극을 넘어, 내 안에 오랫동안 잠재해 있던 하나의 상상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그것은 바로 ‘동아시아 평화연합(연방)’이라는 구상이다. 유럽연합(EU)을 닮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상상이다. 우리는 왜 평화를 중심에 둔 지역 공동체를 꿈꾸지 않는가? 왜 동북아는 늘 갈등과 긴장의 지형으로만 남아야 하는가? -
조희연의 시대사색 ‘이중 로컬 정체성’ 가진 생태시민 키우는 농촌유학 기후위기 시대,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우리는 산업문명이 만들어낸 풍요 속에서 자연을 오랫동안 ‘배경’으로만 여겨왔다. 그러나 이제 자연은 인간의 무대가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생명의 이웃으로 다가오고 있다. 교육이 이 변화를 외면한다면 다음 세대는 방향을 잃게 될 것이다. 그 새로운 배움의 길목에 ‘농촌유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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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의 시대사색 ‘내로남불 정치’를 넘어…여당 된 민주당의 길 1980년대 이후 40년에 가까운 민주화의 진전 속에서, 한국 정치의 풍경은 크게 달라졌다. 민주화 이후 초기에는 독재를 계승하는 집권여당 대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있는 야당의 구도였기 때문에, 시민들은 야당의 목소리 속에서 억눌린 시대정신을 확인했고, 그 자체가 희망이었다. 그러나 민주진보 세력이 집권하기도 하고, 보수 세력이 재집권하기도 하는 권력 순환이 일상이 되면서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정치의 한복판에 등장했다. 상대를 공격할 때는 최고의 윤리적 기준을 적용하면서, 우리 편을 감싸고 옹호할 때는 최소한의 기준만을 들이대는 이중성. 그것이 바로 내로남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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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의 시대사색 방송통신대 로스쿨을 검토해보자 현재 전국에는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하나를 더해, 방송통신대학교에 로스쿨을 설립함으로써 평범한 시민에게도 법조인이 되는 새로운 길을 열어보자고 제안한다. 1993년 창립된 참여연대는 다양한 감시센터를 운영했고, 그중 사법개혁센터는 권위주의적 법조 양성 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해 로스쿨 제도를 공론화했다. 안경환, 한인섭 교수 등 서울대 법대의 개혁적 교수들과 민변 변호사들이 이를 주도했으며, 그 핵심은 ‘사법 낭인(浪人)’의 양산을 막고 실무 역량을 갖춘 법률가를 길러내는 데 있었다. 나도 참여연대 임원이어서 이를 옆에서 지켜보았다. 이 구상은 처음에는 제도화되지 못했으나, 1998년 대선을 거치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마침내 참여정부의 국가 정책으로 구체화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우려는 새로운 로스쿨이 또 다른 엘리트 독점 기제로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고시 특권’을 없애려던 제도가 자칫 일류대와 중상층 자녀들의 전유물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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