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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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훈의 인터페이싱 사투리를 교정하려는 상경 주민 경남에 15년을 살면서 사투리를 구사하진 못하지만, 경상도 사투리의 미묘함을 살피는 걸 좋아하게 됐다. 유튜브의 사투리 콘텐츠 중에 보지 않는 게 없을 지경이다. 이제는 경남·경북 사투리의 차이, 부산말과 마산말의 차이, 같은 경남이지만 동서 간 사투리의 차이도 분명하게 느껴지곤 한다. 예컨대 성조가 앞에 오냐, 뒤에 오냐로 남북이 갈린다. 밥 먹었냐고 물을 때 “밥 뭇나”에서 성질이 급한 대구 사람들이 “밥”에 강세를 주고, 말을 굴리는 부산 사람들이 “뭇”에 강세를 주는 것처럼 말이다. 피란민까지 품었던 부산이나 전국에서 일하러 온 노동자들을 품었던 창원과 거제, 포항 같은 도시에서 노동자 2세대의 사투리가 억양은 센데 단어는 또박또박 귀에 다 들리는 이유가 말이 뒤죽박죽 섞였기 때문이라는 점도 알게 됐다. 거제에 처음 갔을 때 토박이 직원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 여러 차례 상경해서 학교를 다녔던 또 다른 토박이 부장님에게 “저게 무슨 말이에요?”라고 연신 묻던 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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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훈의 인터페이싱 어디까지가 산업의 몫이고 정부의 몫인가 정보기술(IT) 업계에 대한 통념은 실리콘밸리의 자유로운 공기와 묶여 있다.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 스티븐 레비의 <해커, 광기의 랩소디>를 읽다보면, 1970년대 CPU와 메모리,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를 조립해 팔던 워즈니악과 잡스가 등장한다. 집에서 맥주를 빚듯 컴퓨터를 손수 조립하던 취미가들의 모임, 반문화의 세례를 받은 장발과 부츠, 신비주의적 언어, 크런치 모드로 불린 자발적 몰입이 뒤섞인 것이 그 시절 실리콘밸리였다. 빌 게이츠뿐 아니라 메타의 저커버그, 앤트로픽의 아모데이, 엔비디아의 젠슨 황까지, 기성 질서에 얽매이지 않는 개인의 이미지가 이 산업의 표상이 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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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훈의 인터페이싱 저신뢰사회의 노사협상 넘어서려면 피서철 관광지에서 바가지요금을 내본 경험은 흔하다. 뜨내기손님을 다시 볼 이유가 없으니 한철 장사로 이익을 남겨야 한다는 상인들의 전략 때문이다. 상인들을 욕하긴 쉽지만, 단속으로 근절하긴 어렵다. 서울이나 부산처럼 관광객 숫자가 안정화되거나, 도시가 확장해서 내수 시장이 커지면 바가지 장사는 위축된다. 이번 노사협상은 반도체 초호황 성수기의 대목을 노리는 장사인가? 노사가 서로 믿을 수 없으니 성과급이라는 확실한 담보만 논의에 남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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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훈의 인터페이싱 저출생이라는 난감함 공유하기 지난 2월 발표된 2025년 합계출산율은 0.80명. 2021년 이후 4년 만에 0.8명대로 올라섰고, 올 1월 월간 수치는 0.99명으로 1명 선에 다가섰다. 지난해 쿠르츠게작트의 ‘South Korea is Over’가 돌던 때의 우울함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소멸’을 습관처럼 붙이던 정부·학계 행사에도 뭐라도 해보자는 기운이 끼어들었다. 해석은 엇갈린다. 연간 20조원의 저출생 예산이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쪽과, 팬데믹으로 미뤄둔 혼인 수요가 뒤늦게 몰린 일시적 효과라는 쪽이 맞선다. 후자라면 곧 평균으로 수렴한다는 뜻이어서, 지금의 반등은 오래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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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훈의 인터페이싱 AI 확산의 생태학적 한계와 조율 AI의 도움을 받아 글을 쓴 지 3년이 되어간다. 초기에는 천연덕스럽게 없는 것을 있다고 거짓말하는 환각 현상을 주의하느라 신경을 썼다. AI의 성능이 발전하고, 프롬프트를 잘 짜게 되면서 논문 작성, 강의 준비, 발표 준비 등 모든 과정에 AI를 쓰게 됐다. 원고를 윤문하거나 외국어를 번역하는 가장 낮은 수준에서, 문헌과 자료를 채팅 창에 ‘쏟아붓고’ 요약하는 중간 수준, 연구 방향을 주고 관련 문헌을 검색해 연구를 설계하는 높은 수준까지, 모든 수준을 오르락내리락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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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훈의 인터페이싱 두 제자 이야기 함께 연구과제를 수행했던 사회학과 제자들이 모두 졸업을 했고, 근황을 전해오기 시작했다. 며칠 전 A를 집 근처에서 만났다. 전국 사회학과 34곳 중 19곳이 수도권에 있다. 본인이 배우고 싶은 스승을 찾아보다가, 서울에 있는 사회학과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다. 문제는 주거다. 자취방 찾는 데 두 달이 넘게 걸렸다. 대학가가 가깝고 자취와 하숙집이 많아 주거비가 저렴하던 동네를 추천해줬는데, 이제는 대부분 재건축·재개발 대상이 되어서 괜찮은 집을 구할 수가 없다. A가 마산에서는 9평 원룸을 보증금 500만원, 월세 20만~30만원에 구할 수 있었는데, 서울에선 5평 원룸에 보증금 5000만원, 월세 50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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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훈의 인터페이싱 청년들에게 AI 겪게 하기 10년 전부터 내 과업은 지역의 문과 대학생들에게 코딩과 통계학을 가르쳐 취업시키는 일이었다. 당시 머신러닝(알고리즘을 활용한 학습)과 빅데이터가 유행이었고, 코딩 열풍도 막 시작됐다. 수업은 프로그래밍과 통계 기초, 몇 가지 머신러닝 기법을 따라 하며 사회적 현안을 데이터로 간단히 분석해 보는 수준이었다. 프로그래밍과 통계학을 교재에 나온 대로 실수하지 않는 것보다, 직접 실제 ‘빅데이터’를 만지며 ‘겪는 시간’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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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훈의 인터페이싱 대전·충청 통합과 5극3특 메가시티 행정학이나 정책학에서 쓰는 개념 중에 ‘기회의 창’이 있다. 사회적 이슈가 문제로 인식되는 ‘문제 흐름’, 정책 대안들이 형성·발전되는 ‘정책 흐름’, 그리고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담론 환경인 ‘정치 흐름’ 세 가지가 따로 놀다가 한번에 마주치고 새로운 정책 실현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그때 ‘기회의 창’이 열렸다고 말한다. 기회의 창이 열리는 가장 흔한 계기는 보통 대통령선거처럼 중대한 선거로 인한 변화, 6월항쟁 같은 시민들에 의한 격변,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 국가 전 분야의 담론이 요동칠 수밖에 없는 여건을 꼽는다. 그리고 내란 사태, 탄핵과 파면, 정권교체 등으로 연속된 정치적 격변은 한국 사회에서도 기존까지 쉽게 돌파되지 않으리라 여겨졌던 개혁 정책 의제들이 순식간에 연속적으로 실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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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훈의 인터페이싱 여성 고용과 지역 그리고 성평등 지방사립대에서 진로 지도를 하기 어려운 학생들은 공부를 잘하는데 ‘꿈’이 많은 여학생이다. 취업지도교수를 5년 이상 수행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학점 높고, 현장실습이나 해외 경험이 많은 여학생을 찾는 건 어렵지 않은데, 지역사회에는 그들이 희망하는 일자리가 없다. 예컨대 문화예술계 마케팅 일자리를 찾긴 힘들다. 비수도권 광역대도시의 몇개 되지 않는, 여성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경쟁이 치열하고, 임금은 수도권 대비 낮다. 차라리 경쟁이 치열하고 물가가 비싸도, 모수가 큰 서울에서 기회를 찾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 된다. 이것이 우리가 아는 지방의 ‘청년 유출’ 메커니즘이다. 상경했지만 자리 잡지 못해 생애주기를 미루는 현실은 결국 ‘저출생·고령화’의 재생산 구조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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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훈의 인터페이싱 공정한 게임의 역설 마라톤을 시작한 수년 전, 뛰는 사람 중 다수는 수십년 경력을 자랑하는 40~60대 ‘마라톤 클럽’ 회원들이었다. 칠순을 넘긴 러너를 보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대회 신청은 어렵지 않았고, 장년 러너들의 권유로 현장에서 등록해 뛰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마라톤 대회 풍경이 달라졌다. ‘스타일로서의 러닝’이 유행하면서 메이저 대회 풀코스 신청은 ‘광클’이 필요한 일이 됐다. ‘국민건강 체육’이던 마라톤은 이제 유튜브를 보고 책을 읽고 레슨을 받으면서 ‘정복할’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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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훈의 인터페이싱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다수의 사립대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2021년에 출간된 책이다. 저자는 9개 비수도권 거점국립대에 서울대에 비견할 수준의 투자를 해서 실질적으로 서울대 수준의 대학을 10개 만들자고 한다. 서울대가 10개 생겨나면 학생들의 대학 입시를 향한 극한적인 경쟁 압력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립대 체제를 벤치마킹해 거점국립대 간의 연계 협력을 강화하면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학계의 대학개혁론 중 하나였던 ‘국립대학 네트워크’ 논의를 ‘서울대 10개’라는 선명한 구호로 엮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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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훈의 인터페이싱 주가 부양과 정책의 난제들 새 정부의 주식시장 관련 정책이 지속적인 논란이 되고 있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주가순자산비율(PBR) 10’ 발언에 대한 비판이 여기저기서 일었다. 코스피를 기준으로 PBR은 1을 조금 넘는다. 주가가 기업들의 장부에 적힌 순자산 가격만큼만 반영한다. 미국의 대표 지수인 S&P500의 경우 PBR은 5배가 넘고, 중국과 일본 주요 지수의 PBR은 1.5배, 유럽 주요 증시는 2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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