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혜
이주민센터 친구 상근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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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아리셀 참사 1년, 바뀐 것은 경기 화성시의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인 주식회사 아리셀 공장에서 폭발 및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되었다. 이 사고로 23명의 작업자가 목숨을 잃고, 9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생산을 추진했고, 대형 폭발 발생 전 리튬 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음에도 조치 없이 작업이 재개됐다. 아리셀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성 평가 심사를 거쳐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실상은 위험 요소들이 방치된 곳이었다. 당시 현장에는 금속 화재 전용 소화기도, 유증기를 막을 환기시설도 없었다. 비상구 문은 정규직만 열 수 있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탈출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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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표 없는 사람들의 민주주의 2025년 4월4일,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했다. 헌법에 따라 60일 이내 후임자를 선출해야 하기에, 대통령 선거일은 6월3일로 결정됐다. 사전투표는 지난주 목요일과 금요일, 전국 곳곳에서 치러졌다. 점심시간 무렵, 사무실 근처 사전투표소에는 병원 유니폼을 입은 청년부터 보행 보조기를 짚은 노인까지 줄지어 서 있었다. 일터에서 잠시 짬을 내온 이들도, 천천히 한 걸음씩 움직이는 이들도 있었다. 그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자란 이렇게 각양각색이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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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보호’ 없는 외국인보호소 2025년 4월18일, 화성 외국인보호소에서 난민 신청자에 대한 강제퇴거 명령을 집행하는 과정에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출입국관리 공무원들은 저항하는 난민 신청자의 얼굴을 머리 보호대와 마스크로 덮고, 수갑을 두 겹으로 채우고, 두 무릎을 밧줄로 묶은 채 인천공항 출국장까지 이송했다.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송환임을 확인한 항공사 직원이 탑승을 거부하면서 강제송환은 무산됐다. 하지만 그는 다시 보호소로 끌려가 ‘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독방에 감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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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산불 재난’과 그림자 이주민 고온건조하고 강풍이 부는 2025년 3월, 전국적으로 크게 일어난 산불이 비로소 진화됐다. 31명의 사망자, 5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불이 진화된 이후에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이재민은 3200여명에 달한다. 경남 산청군, 경북 의성군 등에 거주하는 외국인노동자를 비롯한 이주민들 역시 산불 피해를 입었다. 인도네시아 국적 선원은 거주하던 경북 영덕군 마을에서 주민들을 직접 대피시키는 등 인명 구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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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외국인 가사노동자 확대가 답? 정부는 외국인 가사사용인 4000명을 각 가정의 육아, 가사 등 돌봄노동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올해 허가할 예정이다. 장기 체류자 가운데 취업이 자유롭지 않은 외국인 유학생, 결혼이민자의 가족, 외국인 노동자의 배우자 등을 대상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교육 이수 후 취업활동 허가를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서울시에서 시행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과 몇 가지 차이가 있다. 정부의 ‘외국인 가사사용인 시범사업’에서는 가구 내 고용 형태로 일하는 가사사용인에 대해 최저임금법,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서울시 시범사업의 경우, 비전문취업(E-9) 체류자격을 부여받아 입국해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 고용돼 각 가정으로 파견되는 형태로, 해당 기관이 고용 사업주로서 근로기준법상의 책임 주체가 됐다. 그러나 정부 사업은 이미 장기 체류자격을 보유하고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허가하는 것으로 체류자격의 유지는 취업 활동이 아닌 유학이나 가족의 초청 및 보증 등에 의해야 하며, ‘가사근로자법’ 등에 의해 보호되는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와는 달리 기존에 가사사용인의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던 문제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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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중국인 혐오’를 멈춰라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12월3일 자신이 선포한 계엄령에 관해 12월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인의 군사시설 촬영에도 불구하고 이를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할 수 없었다는 점을 계엄의 발동 근거 중 하나로 들었다. 이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부정선거 및 중국의 선거개입설을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중국이 탄핵 촉구 집회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탄핵 찬성 집회에 중국인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유상범 의원)는 등 사실 확인도 되지 않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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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미등록 이주아동에 체류권을 “어릴 때, 여동생이랑 같이 계속 집 안에만 있었어요. 부모님은 일 나가셔야 하는데 우리가 밖에 나갔다가 길 잃어버릴까봐 밖에서 자물쇠로 문을 걸어잠그고 나갔어요. 집에만 있으면 너무 심심하고 할 것도 없었어요. 반지하 창문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용을 썼던 것 같아요.” 그는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말했다.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와 이주인권단체들이 함께한 ‘미등록 이주아동의 체류권 실태조사’를 위해 아이들과 부모들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정리하던 중 나온 이야기였다. 국립대 박사과정 학생이 되어 한국에서 이주아동과 어머니들을 돕는 활동을 열심히 해 온 그녀도 ‘미등록 이주아동’이던 시절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