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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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러다이트와 터미네이터 오늘날 모든 길은 인공지능(AI)으로 통한다. 기업도 정부도 대학도 온통 인공지능에 몰입 중이다. 우리의 일상도 인공지능이 지배하고 있다. 그것은 보고서나 포스터를 작성할 때 둘도 없는 친구다. 그것은 어쩌면 작가보다 더 작가답고, 화가보다 더 화가답다. 요컨대 인공지능은 빅데이터와 알고리즘, 딥러닝을 통해 놀라운 학습 및 사고 능력을 갖춘, 말 그대로 생각하는 기계다. 그러나 생각하는 기계가 우리를 ‘대신하여’ 생각하면 어떻게 될까? 인간지능은 급속히 쇠퇴하는 반면 인공지능은 무섭게 진화하며 인간 같은 기계가 퇴화한 인류를 지배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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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파시즘 뒤에는 무엇이 있는가 파시즘에 맞섰던 독일의 비판적 지식인 발터 베냐민의 글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고대 상형문자처럼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파시즘에 대한 그의 논평은 예리하면서 함축적이어서 여운이 길다. 그는 대중에게 사회를 바꿀 권리가 있지만 파시즘은 그들에게 오직 표현의 기회만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실제 사회적 관계는 바꾸지 않고 대중을 조직한다는 말이다. 이로부터 파시즘은 모든 기술적 수단을 동원해 언어와 상징, 의례, 이미지를 창조하고 조작함으로써 정치를 미화한다. 화려한 유니폼과 퍼레이드, 대중연설과 공공집회가 그런 정치의 미화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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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토끼는 항상 거북을 이겨야 할까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 전 대통령인 오바마와 바이든, 전 하원의장 펠로시가 오물에 빠져 있는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를 올려 물의를 빚고 있다. 제목은 “멍청한 민주당원들(dumacrats)은 오물을 사랑해”이다. 여기서 ‘멍청한(dumb)’과 ‘민주당원들(democrats)’을 합성한 기상천외한 신조어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정치인들을 향해 “반역자” “저능아” “기괴한 자” “공산주의자 미치광이” 등 저속하고 노골적인 말폭탄을 퍼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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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절대 권력은 말이 필요 없거늘 초강대국 미국이 이란을 압도적 군사력으로 타격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절대 권력을 초조하게 강변하는 현실이 어딘지 불안하고 초현실적으로 보인다. 절대 권력의 부름에 우방들이 즉각 응하지 않는 현실도 낯설고 비현실적이다. 절대 권력이란 무엇이고, 권력은 얼마만큼 절대적일 수 있을까? 문득 전쟁과 내전, 혁명이 교차한 17세기 영국에서 절대 주권을 정당화한 토머스 홉스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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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후퇴하는 미국 민주주의 이란 전쟁은 왜 시작되었는지도 불분명하거니와, 어떻게 끝날지도 짐작할 수 없게 전개되고 있다. 수많은 예측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저명한 미국 역사학자가 단연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할 만한 예측을 내놓아 주목을 끈다. 통상 역사학자는 과거를 다루는 사람이니만큼 미래에 대해 말하기를 즐겨하지 않으며, 예측한다고 해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게 상례다. 그런데도 역사학자로서 과감하고도 구체적인 예측을 시도했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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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헤게모니에서 제국으로 기원전 5세기 전반 페르시아가 수차례에 걸쳐 그리스 도시국가들을 침공했다. 이 전쟁에서 그리스인들은 아테네를 중심으로 뭉쳐 마라톤, 살라미스 등지에서 페르시아를 물리쳤다. 위협은 여전했다. 이에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페르시아의 재침공에 대비하여 저마다 함선이나 현금을 추렴했다. 특히 델로스섬에 공동 금고를 마련하여 이를 아테네가 관리했다. 이로써 아테네는 델로스 동맹의 맹주, 즉 오늘날 헤게모니 개념의 어원인 ‘헤게몬(hegemon)’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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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보편 인류라는 저 고귀한 꿈 모든 인간이 평등하고 인류가 하나라는 생각은 그 역사가 극히 짧다. 긴 역사 동안 인류는 차별받고 조각나 있었다. 보편 인류의 이상은 극소수 선각자들의 머릿속에서나 떠올랐을 뿐, 현실에서는 식민지 노예제와 인종주의가 오래 지속되었다. 노예제는 공식 폐지되었지만 형태를 달리하며 지구 절반에 존속하고, 인종주의는 추방되었으나 혐오와 분란의 원인으로 아직도 굳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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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자본주의는 독점이다? 현대 역사학의 장르 중 전체사라는 것이 있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사건사에 맞서 잘 변하지 않는 역사의 심층 구조를 밝히려는 야심적 시도다. 전체사를 대표하는 역사학자가 ‘역사학의 교황’이라 불린 페르낭 브로델이다. 그의 대표작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는 기층의 물질문명과 중간의 시장경제, 표층의 자본주의라는 3층 구조를 통해 전체사의 문제의식을 실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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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변신의 두 원리 이탈리아 작가 주세페 디 람페두사의 베스트셀러 소설 <표범>은 19세기 이탈리아 민족국가 탄생기에 몰락하는 시칠리아 귀족의 이야기다. 새로운 세상이 도래할 때 낡은 귀족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가문의 수장 돈 파브리초에게 젊은 조카 탄크레디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저들이 공화국을 만들 거예요. 모든 것이 그대로 유지되길 바라면 모두 다 바꾸어야 해요.” 이 말은 낡은 것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역설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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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일상은 정치적이다 오스트리아 작가 로베르트 무질은 소설 <특성 없는 남자>에서 이렇게 말했다. “주목할 만하게도, 여기서는 아무 일도 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역사에서는 외관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 실제로 중요한 일들이 일어난다. 그렇듯 단순한 일상에 숨겨진 복잡한 관계와 변화를 포착하려는 역사가 미시사(microhistory)다. 작은 대상에 꽂힌 집요한 시선을 통해 그때까지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새로 드러난 사실들엔 상식과 통념을 뒤흔들 잠재력이 깃들어 있다. 작은 것이 큰 것을 뒤집고,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역사, 그것이 미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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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옛것은 가고 새것은 오지 않은 전쟁에서 교착상태라는 게 있다. 양군의 전력이 엇비슷해 조금의 진전도, 변동도 없는 상황을 뜻한다. 1차 세계대전이 그런 경우였다. 서부 전선에서 독일군의 초기 돌격이 저지된 후 양군은 참호를 파고 대치하며 교착상태에 빠졌다. 정치에도 그런 교착상태가 있다. 즉 세력 A와 세력 B가 투쟁할 때 어느 쪽도 다른 쪽을 압도하지 못한 채 둘 다 탈진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두 세력은 도돌이표처럼 각자의 주장만 무한 반복하며 출구나 타협책을 전혀 찾지 못한다. 이에 국민들은 정쟁에만 몰두할 뿐 삶을 돌보지 않는 정치에 염증과 무관심을 내보이며 불만과 좌절감을 쌓아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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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스프레차투라, 천재의 기술 이탈리아 르네상스는 천재들의 시대였다. 조토와 보티첼리,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뛰는 천재적 예술가들이 그토록 짧은 시기에 집중적으로 배출된 것은 기적과도 같다. 그런데 관점을 바꿔보자. 당대에 배출된 것이 천재라기보다 천재의 개념이라고. 르네상스 시대에 천재의 개념이 나타났고, 이 개념이 그들에게 붙여진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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