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우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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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한 그릇 일회용기에 담아 버리는 존엄 연휴 동안 지인의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일을 들었다. 그가 사는 아파트는 꽤 오래전 지어진 탓에 재활용 쓰레기를 모아두는 공간이 따로 없고, 일주일에 한 번 정해진 시간에만 주차장 한쪽으로 이동식 수거장을 설치해 입주민들의 쓰레기를 거둬 처리한다고 했다. 하필이면 지난 연휴에 재활용 쓰레기 수거일이 겹쳐 2주치 쓰레기를 집 안에 쌓아두고 지내야 했다고 하는데,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 업체도 휴일은 챙겨야 할 테니 관리사무소나 입주민들 입장도 참 난처하겠다 싶었다. 지인은 그렇게 쓰레기 버리는 날만 벼르며 연휴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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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한 그릇 조문객에 민어 대접을…죽을 때까지 ‘먹을 걱정’ 지인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내가 평소 그에게 끼친 온갖 민폐를 생각하면 부고 소식을 듣자마자 총알택시를 타고 인천으로 향해야 마땅했지만, 선약을 핑계로 그다음 날이 되어서야 갈 수 있었다. 전해 들은 바로는 고인은 자신의 장례식에 올 사람이 많이 없을 것이라 했다고 한다. 먼저 떠나보낸 친구들이 많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지 오래이기 때문이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딸들이 많고, 또 그들의 인망이 두터워서인지 장례식장은 조문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비단 조문객 때문이 아니어도 모든 장례식은 고인에 대한 회상으로 찬다. 그리고 딸이 회상하는 아버지는 더욱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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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한 그릇 예측할 수 없는 하루 13년째 쭉 쓰고 있는 상표의 다이어리 한 권에 적을 수 있는 일정은 다음 해의 1월4일까지라 늦어도 12월 마지막 주에는 문고로 가 내년도 다이어리를 장만하고 가는 해의 마지막 일정과 오는 해의 첫 일정을 옮겨 적는다. 그렇게 두 해의 가운데에서 끝과 시작을 보내다 보면 연하장이 들어있는 몇 개의 소포가 집과 가게로 날아든다. 뜯어보면 대개 달력이나 열쇠고리 같은 것들이다. 열쇠고리는 쓸모를 찾을 때까지 서랍에 넣어두면 되고, 달력은 부모님 댁으로 보내거나 서재에 걸어두면 되는데, 1월이 되어서야 도착한 다이어리들을 보면 조금 난감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