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스님
화순 불암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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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어른의 뒷모습을 묻는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나이지리아 이보족에서 유래한 이 속담은 한 인간의 온전한 성장이 결코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음을 일깨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어떤 거울이 되고 있는가. 얼마 전 고교 스포츠 현장에서 벌어진 조롱 응원 사태와 이를 둘러싼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이 뼈아픈 질문을 외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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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민주주의는 왜 영웅을 경계하는가 절집에 온 벗들과 차담을 나누다 보면 종종 정치가 화제에 오른다. 그런데 평소 합리적이고 신중한 사람이 정치 이야기 앞에서는 특정 인물에게 깊이 빠져드는 경우가 있다. 정책 판단보다 인물에 대한 신뢰가 앞서고, 때로는 그의 잘못마저 정당화하며 비판은 힘을 잃게 된다. 왜 우리는 한 사람에게 자신의 열망을 투사하고, 그를 시대의 구원자로 떠받들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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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탈종교 시대의 종교 재작년 4월, 많은 수행 대중으로 늘 북적이던 큰 절을 떠나 남도의 한적한 작은 절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 맞는 부처님오신날도 어느덧 세 번째다. 신도가 거의 없는 절이다 보니, 절을 찾는 이들 가운데 젊은이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고 대부분이 노년층이다. 그마저도 일 년에 한 번, 초파일에만 절을 찾는 이른바 ‘초파일 신도’가 주를 이룬다. 부처님 생신날의 풍경에서도 종교 인구 감소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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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사실과 해석의 경계에서 오늘의 한국 사회는 ‘갈등’이라는 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깊은 균열을 드러낸다. 정치적 진영은 점점 극단으로 치닫고,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규정하고 배제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혐오와 낙인이 일상처럼 반복되고, 현실에서도 편 가르기는 낯설지 않다. 이러한 분열은 단순한 정치적 차이를 넘어, 상대를 온전한 존재로 존중하는 태도가 결여된 탓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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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클라라와 맹자의 만남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클라라와 태양>은 인공지능 로봇 클라라의 시선을 통해 현대 사회가 맹신하는 ‘능력’의 실체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작품 속 아이들은 상류 계급에 진입하기 위해 지능을 유전적으로 조작하는 ‘향상(Lifted)’ 시술을 받는다. 주인공 조시는 이 위험한 선택의 대가로 언니 샐을 잃고, 자신 또한 죽음의 문턱까지 내몰린다. 반면 ‘향상’을 선택하지 않은 친구 릭은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향상되지 않았다(Unlifted)’는 이유만으로 주류 사회 진입 장벽 앞에서 좌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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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과거가 현재에 던지는 질문 법회에서 만족과 행복을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예화가 있다. 작은 섬마을의 가난한 어부가 보트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데, 마침 휴가를 온 한 사업가가 묻는다. “당신은 왜 매일 바다에 나가 열심히 고기를 잡지 않습니까?” 어부가 되묻는다. “왜 그래야 하지요?” 사업가는 말한다. “고기를 많이 잡아 돈을 벌고, 어선을 여러 척 사고, 큰 집도 짓고, 요트도 사고, 부자가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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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지속 가능한 즐거움 템플스테이에 오는 세간의 벗들을 볼 때면 몇 사람이 떠오른다. 30대 한 여성은 해마다 대여섯 번 산사를 찾는다. 차를 나누며 듣는 그의 고백은 다소 뜻밖이다. 평소에는 좋아하는 물건을 사는 재미로 살지만, 쇼핑의 즐거움이 시들해지면 삶이 지루하고 답답하다고 했다. 그래서 절에 와 맑은 공기를 마시고 숲길을 걸으면 막혔던 가슴이 풀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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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정치의 진리실험 지난해 12월 말, 정부가 보수 정당 국민의힘 3선 출신 이혜훈 전 국회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자 정치권과 사회가 크게 술렁였다. 지명권자는 통합과 포용의 실용주의 실천이라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친일 부역’이라는 극단적 평가로 맞서며 후보자를 즉각 제명했다. 대립하는 진영의 인물을 중용한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인물은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다. 1860년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윌리엄 시워드, 새먼 체이스, 에드워드 베이츠에게 패했음에도, 링컨은 집권 이후 이들을 각각 국무, 재무, 법무장관에 임명하며 국민 결속을 도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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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누가 길 잃은 양인가 십여 년 전, 남도의 작은 암자에 머물 때였다. 지인 몇분과 조촐한 차담을 나누던 중 처음 뵙는 한 분이 케이크 두 상자를 내밀었다. 나는 감사 인사 대신 불평을 쏟아냈다. 혼자 사는 암자에 하나면 충분할 텐데, 두 개나 가져와 소박함의 질서를 흐린다는 핀잔이었다. 쌓이는 음식에 예민해 있던 마음이 거칠게 튀어나온 것이다. 나는 그 일을 곧 잊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날의 장면이 문득 떠올랐다. 수행자라는 외피에 갇혀 사람의 정성을 헤아리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웠고, 그분에게 깊이 죄스러웠다. 말로 꺼내지 못했을 무안함과 상처가 뒤늦게 또렷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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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성장을 돕는 정의 다산 정약용은 열여덟 해 유배 기간 중 강진읍 동문 밖 주막에서 네 해를 머물며 그곳을 ‘사의재(四宜齋)’라 이름 지었다. 생각(思)·용모(容)·말(言)·행동(行)이 어떠해야 하는지 늘 되새기며 자신을 다스리고자 한 것이다. 생각은 깊고 치밀해야 하고, 용모는 단정하고 경건해야 하며, 말은 부드럽고 겸손하되 경솔하거나 거칠어서는 안 된다. 행동은 신중하고 절제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억울한 유배 상황에서도 마음을 다스리며 학문에 전념한 다산의 의지가 드러난다. 용모·말·행동은 모두 밖으로 표현되는 생각이다. 다산은 언행의 정밀함 속에서 품위를 지키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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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낯선 규칙을 만들어 보자 사리불은 석가모니 붓다의 10대 제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지혜가 뛰어난 수행자였다.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붓다의 제자는 아니었다. 사리불은 친구 목건련과 함께 산자야라는 수행승의 제자로 그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스승의 가르침에 만족하지 못했고, 깨달음과 해탈로 이끌어 줄 참된 스승을 간절히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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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놓으면 놓여난다 지인들이 종종 종교나 인문학 관련 글과 영상을 보내온다. 그중에는 정치와 종교의 일탈과 병리를 다룬 것도 있다. 정치의 극단적 대립은 이제 익숙해 놀랍지 않지만, 처참하게 일그러진 종교의 타락상을 마주하는 일은 여전히 괴롭다. 사이비와 이단이 선한 사람들을 현혹해 삶을 파괴하는 데에는 기성 교단 종교인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최근 사이비 종교의 실상을 다룬 영상과 책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특히 JMS 정명석, 오대양, 아가동산,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는 충격이었다. 이 교주들의 공통점은 자신을 메시아라 내세우며 믿음과 구원을 약속한다. 과도한 헌금을 강요하며, 신도의 노동력을 착취해 재산을 불린다. 또한 여성 신도를 세뇌해 성적 도구로 삼고, 신도와 자녀들을 외부와 철저히 차단한다. 나아가 정의롭지 못한 정치 세력과 결탁해 이권을 추구하고, 교단을 떠나 실상을 고발하는 용기 있는 이들을 집요하게 괴롭힌다. 안타깝게도 많은 청년이 이들의 정신적 족쇄에 묶여 있다. 이는 정치와 종교가 본연의 사명을 다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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