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영
정치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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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빠른 독주’ 이재명을 뒤쫓는 건 리스크 이재명 경기지사(57·사진)가 최근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30%대를 돌파하며 1강 체제를 구축했다. 올 들어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이 지사는 다른 주자들에 견줘 많게는 더블 스코어, 적게는 오차범위 내 우세를 보였다. 한 자릿수 지지율에 그쳤던 지난해 상황과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세라 할 만하다. 이뿐만 아니라 후광이 아닌 자력으로 올랐다는 점, 지역·세대·계층의 지지가 고르다는 점도 확인됐다. 과연 이 지사의 ‘언더도그 효과’(약자의 상승세)는 ‘편승 효과’(대세론)로 굳어질 수 있을까.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독주를 시작한 이 지사의 길에 벌써부터 ‘이재명 리스크’가 바짝 따라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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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북에 건넨 USB, 미국 볼턴에도 전달”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사진)는 2일 “북한과 대화 과정에서 원전 문제를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면서 정부가 북한 원전 건설을 추진했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 후보자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이동식저장장치(USB)를 미국 측에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정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산업통상자원부의 ‘북한 원전 건설 추진’ 관련 문건 작성·삭제로 불거진 의혹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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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지연전’ 안철수 ‘선점전’…지지층이 후보를 이끈다 ‘저류가 주도하는 선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기존 공식과 달라졌다. 지지층이 후보를 압도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통상 서울시장 선거전은 이명박·오세훈·박원순 시장 당선에서 보듯 대선 전초전 혹은 심판론이라는 프레임 선거로 치러졌고 초반부터 후보 경쟁력이 이 구도를 끌고 갔다. 거물급 인사가 자주 소환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엔 시작부터 여야 지지층 간 물밑 싸움이 치열하고, 이들의 싸움이 후보의 힘을 제압하는 상황이다. 여야 유력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지연전’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선점전’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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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청와대 정치, 두려워하게 해달라 “결코 총구에서 나오지 않는 것, 그것이 권력이다.”(한나 아렌트) 연초 청와대가 탈정치를 구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는 강하게 부인하지도, 구체적으로 반박하지도 않았다. 단지 “검토한 바 없다” “정책으로 승부하겠다”고만 했다. 언론의 넘겨짚기라 해도, 설혹 사실이라 해도 공개적으로 회자돼선 안 될 말이다. 청와대 탈정치는 이중적 의미가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 포기 선언이다. 대통령은 시대가 요구하는 모든 가치의 총화이자 국정의 최종 책임자다. 그런데도 이 중요한 역할을 놓겠다는 것 아닌가. 다른 관점에서 보면 군림하겠다는 선포다. 권력의 정당한 위임이 정치라면, 정책은 가장 중요한 정치다. 그런데도 정책을 정치와 분리하는 발상은 입헌군주제 왕처럼 권위는 누리되 시민들 삶에는 관심 없다는 고백에 가깝다. 어떤 경우든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물론 여러 징후는 있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태부터 추·윤 갈등까지 1년 넘는 시간 동안 문 대통령은 나서지 않았다. 지난 11일 신년사엔 개혁, 통합과 같은 정치 메시지가 전무했다. 집권 여당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국무총리는 의사 국시 재시험을 대신 총대 멨다. 청와대가 빠지려는 것 같다, 올 것이 왔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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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추·윤 싸움’ 그 비극적 관람 검찰개혁이란 역에 내렸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게 운명인 양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내린 곳이 종착역인지 환승역인지 모르겠다. 종착역이라면 출구가 있어야 할 테고, 환승역이라면 막차가 와야 할 텐데. 출구는 찾을 수 없고,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이 검찰개혁이란 이름으로 전개된 지 1년이 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제 다른 세상이 펼쳐질까. 불행히도 그럴 것 같진 않다. 이날부터 윤 총장 징계 절차가 시작됐다. 윤 총장이 징계를 받든 피하든 검찰개혁은 이미 궤도를 이탈했다. 검찰개혁이 검찰 굴복으로, 가장 위험한 권력인 검찰의 수장이 순교자로 둔갑했다. 남은 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승패뿐이다. 카를 마르크스가 헤겔의 언급에 덧붙인 말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가 떠오른다. 화해하기 힘든 격렬한 ‘신들의 전쟁’은 지금도 비극과 희극을 반복하며 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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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내가 말하고 있잖아요, 더불어민주당” 2020년 미국의 선택이 조 바이든으로 굳어지고 있다. 차악을 선택한 결과라 해도 미국 대선은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명백한 심판이다. 트럼프는 우파 포퓰리즘을 부활시키며 ‘21세기 히틀러’로 불렸다. 지금도 대선 결과 불복 선언을 서슴지 않고, 코로나19로 베트남전쟁 사망자보다 많은 수의 자국민이 죽어도 중국 탓만 하고 있다. 물론 바이든이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된다 해서 세계 질서가 순식간에 합리적으로 변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나마 덜 나쁜 권력을 고르는 게 정치의 속성이라면 세상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만은 막은 정도는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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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파일명 ‘추미애’ “그들은 <서정시>라는 파일 속에 그를 가두었다….” 나희덕 시인의 <파일명 서정시> 첫 구절이다. ‘파일명 서정시’는 구동독 정보국이 서정시인 라이너 쿤체의 모든 것을 수집한 자료집 이름이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서정시인은 불온한 존재이다. 취임과 동시에 ‘불온한’ 정치 환경과 맞닥뜨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금 한국 정치가 <파일명 서정시>를 다시 쓴다면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될 것이다. ‘그들은 <추미애>라는 파일 속에 그를 가두었다….’ 이 대표는 관리형이 아닌 미래권력이라는 스포트라이트까지 받았다. 코로나 강점기를 뚫고 미래로 나아가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낡은 과거로뒷걸음질 치고 있다. 고위공직자 다주택 현황은 여야 모두 중산층 이상의 계급 기반을 가졌음을 보여준다. 의료파업·종교집회는 엘리트층의 선민의식을 과시하며 공동체 정신을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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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박원순과 ‘나의 시대’를 보낸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7월10일 이후 그가 남긴 길 위에서 무던히도 헤맸다. 인권 서울시장에서 성추행 가해자로 추락한 기막힌 모순. 박원순의 상징적 가치를 스스로 배반한 ‘박원순의 역설’. 슬프고 아팠지만, 내 슬픔과 아픔을 인정하기 어려웠다. 정치의 절반을 잃은 것 같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 진보의 절반을 잃은 것 같았던 노회찬 전 의원과 달리 마음을 다해 애도할 수가 없었다. 한 인간의 삶과 죽음이 이렇게도 먼 거리였던가. 촛불시민들은 세 번의 서울시장 선거를 거치며 ‘박원순이 시장인 서울 하늘 아래서 살고 있다’는 말을 주고받곤 했다. 그가 열고, 우리가 만들었던 ‘시민’ 사회는 유통기한이 한참 남았다는 자부심으로 이해했다. 그러니 그가 성추행 가해자였고, 사회적 약자의 노동권을 무시했다는 걸 인정한다는 건 내가 디디고 선 발판이 빙하처럼 녹아 없어지는 두려움이자 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충격이었다. 내적 망명 이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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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위안부’ 운동 내전, 우리의 가해자는 누구인가 ‘위안부’ 피해자 운동이 흔들리고 있다. 1991년 8월14일 고 김학순님의 증언 이후 국가(군대)가 위안소를 운영한 역사상 유례없는 중대 범죄에 저항해온 세월만큼이나 강고할 줄 알았는데. 민족주의, 젠더 이슈라는 운동의 개념부터 피해자 중심주의, 대표성이라는 운동의 관계까지 한꺼번에 모든 문제가 분출하고 있다. 특히 전시일본군성노예제(역사적 사실에 대한 국제적 합의내용을 준수하는 표현) 피해 생존자는 활동가와 함께 가해자 응징을 촉구하며 여성인권·평화운동가로 성장했다. 연구가들도 힘을 보탰다. 때로 거리 두기에 실패하기도 했지만 조금씩 운동의 지평을 넓혀왔다. 그러나 지금 모든 것이 멈춰 선 느낌이다. 가해자는 분명한데 이용수님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윤미향 의원은 피해자와 가해자로 등 돌리고 있다. 이 믿기 어려운 관계는 ‘위안부’ 피해자 운동을 역사의 퇴적층 어디까지 몰아가고 있나. 정의연과 윤 의원 의혹은 별개 문제로 밀어둔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범죄’로 드러날 일이 있다면 책임질 일이지 ‘위안부’ 피해자 운동의 공과와는 다른 문제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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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청산 당했습니다 2018년 지방선거 결과를 쓰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건배사를 소환했다. 2000년 8월 노 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에 취임하자 여론은 “3김 시대를 청산한다면서 왜 DJ(김대중 전 대통령) 임명장을 받았나”라고 비판했다. 고심하던 노 전 대통령은 한 지인의 말에 무릎을 쳤다. “노무현이 DJ 차세대로 성장하는 자체가 청산 아닙니까. ‘청산하는 중입니다’라고 하면 되지요.” 노 전 대통령은 밝아진 얼굴로 건배사를 외쳤다. ‘청산하는 중입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대구는 27년, 경북은 23년 만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의원을 처음 배출했다. 박정희 신화의 자장 지역인 구미에서도 민주당 시장이 당선됐다. 당시 ‘(지역주의를) 청산하는 중입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뒤 나는 소망했다. 2020년 총선을 평가할 땐 ‘완전히 청산했습니다. 축하합니다’라고 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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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 심상정의 ‘1분’ 정당명부비례대표제가 처음 도입된 2004년 17대 총선은 한국 정치의 개혁 원년이었다. 10석의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입했고, 국회 곳곳에는 그동안 듣지 못했던 약자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16년이 지났다. 4·15 총선 후보자 등록 결과 정의당은 비례대표 정당기호 6번을 받았다. 법을 바꿔서 세상을 바꾼다면 단 하나의 방법이 선거법 개정이라고, 그래서 원내교섭단체를 꾸리겠다고 장담했던 정의당의 기대는 산산조각 났다. 어찌 정의당의 비극이기만 하랴. 진보정당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6’이라는 숫자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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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광주가 대구에 건네는 위로 대구에 있는 고교 선생님의 안부가 걱정됐다. “기침 때문에 걱정했지만 감기라네. 괜찮아. 난 고립에 익숙한 편이라….” 선생님은 포항에서 교육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해직된 뒤 33년 전 고향 대구에 정착했다. 삶의 고통을 잊으려 다시 찾은 고향, 살아내기 위해 겪었던 모든 경험이 고립이었으리라. 선생님은 그때마다 낙동강 발원지 황지를 출발해 황톳길 긴 방죽을 따라 하염없이 걸었다. 잊지 않기 위해. 코로나19가 대구를 휘감고 있다. 2월29일 현재 대구 지역 확진자만 2000명이 넘었다. 선생님의 고립은 예전과는 달랐다. 그간 홀로 겪었던 고립을, 이번엔 대구 시민들과 함께 겪고 있다. 선생님은 악몽이라고 했다. 악몽의 실체는 혐오를 따라 창궐하는 정치 바이러스였다. 2월18일 31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후 대구는 공포에 빠졌다. 그즈음, 금도를 넘어선 풍경을 목도했다. 4·15 총선에서 대구 동갑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후보가 ‘문재인 폐렴이 대구 시민 다 죽인다’는 구호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다. ‘문재인 폐렴’이란 단어를 보며 악의 평범성을 떠올렸다. 한나 아렌트가 재판정에서 본 유대인 학살 전범 아이히만은 평범한 시민이었다. 아이히만은 “나는 맡은 일을 했을 뿐 잘못이 없다”고 항변했다. 아이히만의 죄는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 그로 인해 죄책감 없이 악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