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순탁
음악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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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누적 우리가 음악을 듣는 이유 수많은 음악 관련 실험이 있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예시는 이것이다. 몇몇 과학자가 하나의 상황에 두 가지 조건을 설정하고 반응을 기록했다. 동일한 상황은 누군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다른 조건은 음악이 흐르는 경우와 흐르지 않은 경우였다. 반복 실험을 거친 결과는 이렇다. 음악이 흐르는 상황에서 인간은 타인에게 더욱 친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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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누적 천부적 재능, 악마적 태도 카녜이 웨스트(사진)는 스타다. 자신이 속한 힙합 신을 넘어 대중음악 전체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다. 따라서 그는 빌보드가 규정한 것처럼 ‘팝’ 스타가 된다. 그렇다. 스타는 장르로 구속할 수 없다. 시제마저 뛰어넘어 과거의 유산을 호출하고,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카녜이 웨스트는 걸작이라 인정받는 음반도 여럿 발표했다. 상업적, 비평적 업적에 관한 한 그의 성취에 이견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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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누적 위대한 쇼맨, 로비 윌리엄스 밖에서는 전설인데 한국에서 인기 없는 음악가가 몇 있다. 로비 윌리엄스가 그렇다. 윌리엄스는 영국 팝이 낳은 왕 중 하나다. 기록이 증명한다. 밴드 ‘테이크 댓’ 시절을 제외해도 영국 싱글 차트 1위 곡이 7개이고, 톱 10으로 하면 30곡이다. 전 세계 앨범 판매 약 7500만장. 영국의 그래미라 할 브릿 어워즈에서는 18번 트로피를 가져갔다. 역대 최다 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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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누적 품격을 잃지 않는 멜랑콜리 밴드 이름은 ‘일본식 아침’인데, 한국인이다. 정확하게는 한국인 피가 흐르는 미국인이다. 생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로 활동하는 미셸 자우너(사진)는 미국에서 꽤 큰 존재다. 그 유명한 ‘지미 팰런쇼’에 출연하고, 오바마와 코난 오브라이언이 그의 책 <H마트에서 울다>를 향해 찬사를 보냈다. 미셸 자우너는 탁월한 뮤지션이다. 감정을 섬세하게 짚는 그의 음악과 노랫말은 이미 세계적인 입지를 단단하게 굳혔다. 무명에 가까운 인디였던 미셸 자우너는 어느덧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그래미 후보에 오른 음악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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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누적 흑마법이냐 백마법이냐 하루 최소 10만곡이 쏟아지는 시대다. 어느덧 음악 만들기가 쉬워진 덕분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여러분도 할 수 있다. 노트북을 비롯한 장비 몇개 사고, 프로그램을 깔면 끝이다. ‘장비빨’ 확실히 세우면서 ‘홈 리코딩 음악가’가 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2000년대 이전만 해도 녹음을 하려면 상당한 비용을 내야 했다. 스튜디오 임차 자체가 돈이었다. 풍경이 변한 이유의 9할은 인터넷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기술의 발전이다.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이 작곡하는 시대다. 인간은 인간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블라인드 테스트하면 인간이 만든 음악인지 AI 창작인지 구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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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누적 차트의 역사는 만들어진 역사 평론가로서 챙겨야 할 직업적 의무가 있다. 그중 하나가 차트 점검이다. 나는 매주 빌보드(사진)를 검색하고, 멜론 차트를 체크한다. 현대 대중음악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보통 차트를 객관적 지표로 간주한다. 반면 평론가의 관점은 객관적일 수 없다. 매일 최소 10만곡이 발매되는 시대다. 취향이 갈수록 세분화하는 속에 평론이 겨냥해야 할 최선의 목표는 분명하다. ‘자신의 관점을 잘 설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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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누적 젠트의 D는 묵음이다 젠트(Djent)라는 장르가 있다. 웬만한 음악 마니아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장르다. 젠트는 헤비메탈의 하위 장르다. 2000년대 말부터 떠오른 흐름으로 시원하게 뻗는 저음역대를 특히 강조한다. 이게 핵심이다. 그냥 저음만 연출하는 건 어렵지 않다. 젠트는 특유의 저음을 구현하기 위해 복잡한 악기 세팅을 요구한다. 계측기처럼 정확하면서도 기술적인 연주 또한 젠트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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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누적 싱글은 앨범이 아니다 제22회 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 시상식이 열렸다. 걸그룹 에스파가 3개 부문 수상, 로커 이승윤도 트로피 3개를 가져갔다. 작년 <PSST!>라는 훌륭한 앨범을 낸 존박은 팝 부문 주인공이 됐다. <PSST!>는 정확하면서도 적절한 편곡으로 이뤄진 2024년 최고의 메인스트림 팝 앨범이다. 음악적으로 탄탄한 현재의 대중음악을 듣고 싶다면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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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누적 위대함이란 무엇인가 위대함의 증거는 무엇일까. 이것만은 확실하다. 음악인을 예로 들면 음악은 몰라도 이름은 아는 대중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밥 딜런이 그런 경우다. 그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대중음악 역사상 위대한 이 중 하나다. 얼마 전 전기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사진)이 개봉했다. 한국에 마니아가 없지 않지만, 그의 국내 인기는 해외와 차이가 크다. 해외는 학술 논문을 검색하면 끝도 없이 나온다. ‘딜러놀로지(Dylanology)’라는 학문까지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믿을 구석은 단 하나뿐, 바로 스타 배우 티모테 샬라메의 존재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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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누적 잘 만든 콩글리시 한 점 미국의 국민 스포츠는 미식축구다. 미식축구 시장 크기는 유럽 축구 4대 리그를 합친 것보다 크다. 따라서 가장 거대한 스포츠 이벤트는 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이 된다. 음악계에서도 슈퍼볼은 매년 화제다. 전후반 중간의 하프타임 쇼 때문이다. 2025년의 주인공은 켄드릭 라마였다. 솔직히 큰 인상은 못 받았다. 켄드릭 라마는 현대 힙합의 왕이다. 이걸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장르가 무엇이든, 메시지가 어떻든 반주 테이프 틀고 하는 라이브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같은 힙합이라면 닥터 드레, 스눕독, 에미넘, 켄드릭 라마가 함께 나온 2022년이 훨씬 근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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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누적 혁명에서 일상으로 지난 1일 브루노 마스와 로제의 ‘아파트’(APT.·사진)가 빌보드 싱글 차트 3위에 올랐다. 한국 여가수로는 최고 기록이다. 모든 기사가 그렇진 않았지만 구체적인 음악 얘기는 거의 없었다. 이렇게 순위와 수익을 강조해 국뽕을 자극하는 조회수 장사는 이제 시대정신이라 할 만하다. 활자 매체만은 아니다. 거대한 낚시터가 된 소셜미디어와 유튜브의 풍경이야말로 우리가 사는 현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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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누적 도구는 죄가 없다 종종 폭압적인 세상사로부터 거리 두기를 하고 싶다. 이런 이유로 소셜미디어를 끊으려 했던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쉽지 않다. 그로부터 얻는 정보가 쏠쏠해서다. 얼마 전 한 음악가를 알았다. 지인을 통해서였다. 정확하게는 지인의 소셜미디어를 통해서였다. 이름이 독특하다. 김반월키다. 앨범 제목은 <빈자리>(사진). 장르로 구분하면 포크에 실내악을 섞은 음악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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