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탁
음악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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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오늘 현상에서 일상으로 그래미 어워즈가 지난 1일(현지시간) 열렸다. 1959년 시작해 올해로 68회를 맞은, 말 그대로 세계 최대 음악 시상식이다. ‘그래미’라는 이름의 어원이 궁금한 독자도 있을 것이다. 이 상의 이름은 ‘그라모폰(gramophone)’에서 나왔다. 그라모폰은 1887년 에밀 베를리너가 개발한 역사상 최초의 ‘평평한 원반형 레코드’ 재생장치다. 베를리너는 1898년 음반사도 직접 설립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클래식 음반의 명가가 되는 도이체 그라모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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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오늘 실수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재즈의 전설을 꼽으라면 마일스 데이비스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재즈가 타성에 빠질 때마다 새로운 흐름을 제시한 전위적인 혁신가였다. 쿨 재즈, 모달 재즈, 재즈 퓨전 등. 장르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해도 괜찮다. 마일스 데이비스는 끊임없이 진화하길 원한 음악가였다. 그가 없었다면 재즈의 역사책은 꽤 진부해졌을 것이다. 만약 진보적인 예술의 첫 번째 의무가 새로운 대중을 창조하는 것이라면, 그는 당대에 가장 진보적인 예술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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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누적 다름으로 완성되는 코러스 효과 아카데미에는 2개의 음악 분야 시상이 있다. 오리지널 송과 오리지널 스코어 부문이다. 전자는 가사가 들어간 창작곡을, 후자는 창작 연주곡을 대상으로 한다. 후자와 관련해 강의 때마다 꼭 보여주는 영상이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스코어>(사진) 예고편이다. <스코어>는 현대의 클래식이라 할 영화 연주곡과 그 음악을 만든 사람들을 다룬다. 존 윌리엄스, 한스 치머, 퀸시 존스 등. 장담할 수 있다. 익숙한 영화 음악이 끊이지 않고 나오는 덕에 지루함 없이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
반복과 누적 지난 크리스마스는 다시 돌아온다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빌보드 핫100 1위를 또 기록했다. 7년 연속 크리스마스 시즌 1위다. 추억 보정을 해서는 안 된다. 1994년 당시 이 곡은 빌보드 핫100에 오르지도 못했다. 미국에서 싱글로 발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곡이 다시 주목받은 배경은 정확히 하나로 수렴한다. 스트리밍의 등장이다. 스트리밍이 보편화된 2010년대부터 이 곡은 빌보드 핫100 상위권에 해마다 올랐다. -
반복과 누적 러브 액츄얼리와 박싱데이 연말이다. <나 홀로 집에>를 다시 볼 때다. 아니다. 2025년인 만큼 시간 축을 현재로 끌고 와야 한다. 2000년 이후 개봉작에서 고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정답에 가까운 선택은 하나뿐이다. <러브 액츄얼리>다. 여러 관계가 각각 펼쳐지다가도 얽히는 방식을 통해 옴니버스 영화가 한동안 유행하는 기틀을 마련한 바로 그 작품이다. 배경은 크리스마스 연휴, 영국에서는 이를 ‘박싱데이’라고 부른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람을 찾아가 권투 시합을 한다는 게 아니다. 박스에 성탄 선물을 담아서 준다는 의미다. 워낙 연휴가 긴 덕에 이때는 축구도 일주일에 3게임씩 한다. 나 같은 축구 팬에게는 축복이지만 연휴가 장기간이라는 게 당연히 더 부럽다. 여러분도 그럴 것이다. -
반복과 누적 차트 밖으로 행군하라 현대 대중음악을 듣다 보면 곡이 비슷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연구 결과가 증명한다. 실제로 21세기 이후 히트한 곡의 선율과 코드 개수는 꾸준히 줄었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중 짧아진 곡 길이를 첫째로 들 수 있다. 흔히 하는 말로 3분도 긴 시대가 된 지 오래다. 적시하면 경제적인 이유, 스트리밍의 수익 발생 조건 때문이다. 만약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데 29초 안에 멈춤을 누르면 수익은 0원이다. 30초 이상 재생되어야 수익이 나온다. 그 뒤부터는 1초 더 듣는다고 해서 수익이 늘어나지 않는다. 즉 곡이 길 이유가 없다. 따라서 30초 이상 듣는 이를 붙들려면 가창도 가능한 한 빨리 등장해야 한다. 곡을 통해 비교해 볼까. 015B의 1992년 히트곡 ‘아주 오래된 연인들’은 1분58초가 되어서야 본격적인 후렴구가 나온다. 요즘이었으면 곡 종료에 다다를 시간이다. -
반복과 누적 혹평을 딛고 전설이 되다 배우 이순재씨가 영면했다. 기분 탓일까. 2025년은 국가를 막론하고 각 분야의 여러 거장이 우리 곁을 떠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그중 헤비메탈의 전설 오지 오즈번(사진)을 빼놓을 수 없다. 2025년 7월22일은 ‘어둠의 왕자’가 숱한 명곡을 뒤로한 채 어둠으로 돌아간 날이었다. 헤비메탈의 원조가 누군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한 편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헤비메탈의 특징은 ‘블루스 없음’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음악이 건조해야 한다. 블루스의 끈적이는 느낌이 나서는 안 된다. 오지 오즈번이 보컬을 맡았던 블랙 사바스의 음악이 정확히 그랬다. 따라서 오지 오즈번은 헤비메탈을 발명한 몇몇 음악가 중 하나로 인정받는다. -
반복과 누적 K팝이 특별한 이유 음악 전문지 ‘롤링 스톤’이 ‘21세기 최고의 곡 250’을 뽑았다. 뉴진스의 ‘Hype Boy’, 소녀시대의 ‘Gee’, 블랙핑크의 ‘뚜두뚜두’ 등이 포함됐다. BTS(사진)가 빠질 수 없다. 그들의 곡 ‘봄날’은 K팝 중 최고 순위인 30위에 올랐다. 격세지감이라는 말도 진부할 만큼 K팝은 대세다. 그러나 K팝을 장르로 인식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아니다. K팝은 일종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심지어 역사적으로 검증된 모델을 따르지 않고, 그것을 전복한 형태로 거대한 성과를 일궈냈다. -
반복과 누적 절대는 절대로 없다 연말이면 하나둘 등장하는 게 있다. 결산 리스트다. 미디어가 많아진 만큼 리스트는 1년 내내 여러 주제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그중 갑론을박이 특히 격렬한 리스트가 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록 밴드는?”이다. 이 리스트에서 최소 5위 안에 들 자격이 있는 밴드를 떠올려본다. 록의 전설 레드 제플린이라면 강력한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존재였던 만큼 레드 제플린은 대중문화에서 단골 소재로 쓰였다. 1973년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올모스트 페이머스>가 대표적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음악평론가 지망생이다. 그는 음악 전문지 ‘롤링 스톤’에 발탁되어 어떤 밴드의 투어에 참여한다. 이를 바탕으로 글을 써야 하는 게 그의 임무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온다고 하자 한 멤버가 고함친다. “‘롤링 스톤’이야! 에릭 클랩턴을 무시하고, 레드 제플린을 깐 놈들이라고!” 실제로도 그랬다. ‘롤링 스톤’의 1969년 리뷰를 보면 레드 제플린에 대해 “너무 지루하고, 과하게 반복적이다. 들을 가치가 없다”고 쓰여 있다. 물론 지금은 대부분의 음반이 별 5개 만점이다. -
반복과 누적 그가 팝의 왕일 수밖에 없는 이유 마이클 잭슨의 전기 영화 <마이클> 예고편(사진)이 공개됐다. 예고편으로 단언하긴 어렵지만 재현이라는 측면에서 비슷한 느낌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조카인 자파 잭슨이 주연을 맡았다. 예고편에 따르면 역사 전체를 아우르는 작품은 아닐 것이다. 잭슨 파이브 리드 보컬이던 어린 시절부터 1982년 앨범 <스릴러>로 팝의 왕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그 유명한 ‘스릴러’ 뮤직비디오도 잠깐 나온다. 이 뮤직비디오는 보는 음악이라는 개념을 완성한 걸작으로 인정받는다. -
반복과 누적 가끔은 로그아웃을 하자 ‘어떻게 새 음악을 찾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매일 최소 10만곡이 업로드되는 세상이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저 인간은 어떻게 보석을 발견할까 궁금할 수 있다. 내 대답은, 음악 관련 콘텐츠를 부지런히 직접 찾아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스트리밍 큐레이션을 사용하지 않는다. ‘취향이라는 감옥’에 갇히길 원치 않아서다. 물론 과거에도 큐레이션 비슷한 게 있었다. 나는 잡지 리뷰를 보고 앨범을 구입하거나 친구 추천을 믿고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어디까지나 주체는 ‘나’였다. 이렇게 느낄 수 있었던 바탕을 곱씹는다. 실패할 경우까지 내가 책임져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
반복과 누적 무한히 뻗어나가면서 해체되는 ‘슈게이즈’라는 장르가 있다. 영어로 Shoegaze. 신발을 보면서 연주한다는 뜻이다. 음악을 좀 듣는 편이어도 “뭐지?” 싶을 것이다. 슈게이즈는 근 몇년간 한국 인디에서 가장 주목받은 장르다. 최신은 아니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영국에서 짧은 전성기를 누렸고, 이후 소수 장르로 살아남았다. 특징은 다음과 같다. 보컬은 꿈결을 거니는 듯 흐릿하고, 최면적이다. 기타는 소음 다발을 들려주는데 바다처럼 ‘쏴아아’하고 퍼져나가는 동시에 사라진다. 달리 말하면 단단한 중심이 부재한 연주다. 하나의 소실점에 수렴하는 게 아니라 불확실한 시점이 계속 출현하는 음악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