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탁
음악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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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누적 서양 악기 위로 흐르는 샤먼의 노래 ‘타이니 데스크’라는 음악 라이브 쇼가 있다. 유튜브에 업로드되면 수백만회 조회 수를 기록하는 유명 채널이다. 2017년쯤 타이니 데스크는 한국에서 무명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타이니 데스크를 한국에 널리 퍼뜨린 존재가 있다. 민요 록밴드 ‘씽씽’이다. 현재까지 씽씽이 출연한 회차의 조회 수는 900만회에 육박한다. 3명의 국악 소리꾼에 3명의 서양 악기 연주자로 이뤄진 밴드다. 민요에 록, 펑크, 사이키델릭을 섞은 독창적인 음악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1년 뒤인 2018년 씽씽은 해체했다. 맥이 끊긴 건 아니다. 음악 감독 장영규는 이날치를 결성해 ‘범 내려온다’를 세상에 내놨다. 이희문은 대중음악과 국악계를 넘나들면서 활동 중이다. 그리고 얼마 전 새 앨범을 발표한 추다혜가 있다. -
반복과 누적 K팝은 장르가 아니다 K는 여전히 대세다. <오징어 게임 3>는 일부 혹평에도 93개국 1위에 올랐다. K의 승전고는 하나 더 있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사진)다. K팝과 관련해 사라지지 않은 오해가 있다. K팝을 장르처럼 다루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K팝은 음악, 안무, 패션, 강력한 팬덤 기반 비즈니스 등을 더하고 섞은 값이다. 따라서 그것은 종합예술이자 복합적인 음악 사업에 가깝다. K팝이 음악적으로 패턴화된 것은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기본 샘플을 구할 수 있는 사이트를 보면 K팝 카테고리가 따로 있다. K팝이 사운드 면으로 정형화됐음을 의미한다. -
반복과 누적 언제나 핵심은 기본 페스티벌의 계절이다. 얼마 전 DMZ 피스 트레인 페스티벌과 아시안 팝 페스티벌이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이외 여러 페스티벌이 개최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공연시장 매출액은 약 71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형 공연과 페스티벌은 한국을 포함한 현대 음악산업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분야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 콘서트 산업이 꾸준한 성장 속에 380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
반복과 누적 익숙하지만 뻔하지 않은 영화 <하이파이브>(사진)가 화제다. 160만 이상의 관객이 극장으로 향했다. 영화평론가는 아니지만 내 감상은 이렇다. 전반부는 5점 만점에 4점. 그러나 영화는 중반 이후, 특히 후반에 갑자기 에너지를 잃고 좌충우돌한다. 하나 더 있다. 안재홍이 없었다면 영화의 매력은 반감했을 것이다. 강형철은 사운드트랙에 신경을 많이 쓰는 감독이다. <하이파이브> 역시 마찬가지다. 정확한 타이밍에 튀어나오는 음악이 즐거움을 더한다. 긴장할 필요는 없다. 딱 1곡을 빼면 어디선가 다 들어본 음악일 테니까. 그만큼 익숙하지만 뻔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감각적인 연출에 탁월한 선곡 센스가 더해진 덕분이다. -
반복과 누적 예술에 완벽은 없다 뮤지션을 평할 때 관성적으로 따라붙는 수식이 몇 있다. 그중 하나가 ‘지독한 완벽주의’다. 곱씹어보면 예술에 완벽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뮤지션의 강박에 가까운 태도를 완벽주의라며 칭송한다. 완벽주의는 이를테면 거대한 이불이다. 각각의 의미 있는 요소를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양 뒤덮어버릴 위험이 없지 않다. 비판하려는 게 아니다. 어차피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는 약간의 수사적인 인플레이션이 습관적으로 따라붙는다. 쉽게 말해 과장법이다. 언뜻 보기에 과장법은 매력적이다. 글의 전압을 단번에 올려줄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게다가 평론가란 과장하기를 좋아하는 족속이다. 여러분도 “시대를 초월한 걸작” “영원불멸의 클래식” 등의 최상급 찬사를 어디선가 본 적 있을 것이다. -
반복과 누적 신중현과 아이유의 ‘미인’ 아이유의 새 앨범이 나왔다. <꽃갈피 셋>(사진)이다. 나는 ‘빨간 운동화’와 ‘네모의 꿈’을 인상적으로 들었다. 그런데 수록곡을 처음 봤을 때 눈길이 갔던 곡은 따로 있었다. ‘미인’이다. 신중현의 1974년 곡을 2025년의 아이유가 해석했다. 두 곡 사이에는 50년 넘는 세월 차가 존재한다. 리메이크의 첫 번째 미덕이 여기에 있다. 역사적 계승이다. -
반복과 누적 브릿팝의 왕, 펄프 ‘펄프’가 온다. 8월 열리는 인천 펜타포트 뮤직 페스티벌에 출연할 예정이다. 1978년 결성 후 첫 내한이다. 영국 밴드 펄프는 1990년대 브릿팝의 전설이다. 실제로 2014년 BBC에서 진행한 ‘역사상 최고의 브릿팝은?’이라는 설문조사에서 정상에 오른 곡은 오아시스나 블러의 노래가 아니었다. 펄프의 1995년 곡 ‘커먼 피플(Common People)’이 1위를 차지했다. -
반복과 누적 노래의 운명 축구를 좋아한다. 음악 빼면 축구가 제일이다. 지난주 유로파리그 결승전이 열렸다. 손흥민이 아시아인 최초로 주장으로서 유럽 메이저 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토트넘 홋스퍼는 17년 무관의 세월을 마침내 끝냈다(사진). 토트넘 경기를 볼 때마다 미국 뉴올리언스가 떠오른다. 5년 전 뉴올리언스 여행 때 거리에서 내내 들렸던 노래 ‘웬 더 세인츠 고 마칭 인(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 때문이다. 뉴올리언스 주가(州歌)인 이 곡은 작자 미상의 흑인 가스펠이다. 노랫말은 어렵지 않다. “성자들이 행진할 때 나도 껴서 천국 가고 싶다”는 내용이 거의 전부다. -
반복과 누적 시는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식 “음악적 갈망보다 문학적 욕심으로 시작되었어요.” 새 앨범 <집중호우 사이>(사진)를 발표한 정태춘의 고백이다. 그의 말처럼 음반에는 12편의 시(詩)가 처연해서 더욱 아름다운 선율에 실려 흐른다.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의 정의 그대로다. “시는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식입니다. 빈 바구니예요. 당신의 인생을 거기 집어넣고 그로부터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거죠.” 마치 정태춘과 박은옥이 걸어온 세계를 대변하는 것처럼 읽힌다. -
반복과 누적 ‘LA 메탈’은 없다 ‘건스 앤 로지스’(사진) 내한이 화제다. 반응은 대략 다음과 같다. “액슬 로즈의 보컬은 예상보다 좋았고, 연주는 (몇몇 순간을 빼면) 훌륭했다.” 이런 독후감도 보였다. “LA 메탈은 죽지 않았다.” ‘LA 메탈’은 198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장르다. 잘 들리는 멜로디에 강력한 메탈을 결합한 스타일을 LA 메탈이라고 부른다. 파워 발라드 히트가 하나쯤 있는 것도 특징이다. 우리는 보통 록 발라드라고 하지만 해외에서는 파워 발라드라는 명칭을 흔히 쓴다. 기실 LA 메탈도 비슷하다. 적시하면 LA 메탈이라는 장르는 없다. -
반복과 누적 환상의 사운드 오브 뮤직 “쉽게 읽혀야 좋은 글”이라는 잠언을 믿지 않는다. 때로 변명처럼 비치는 까닭이다. 이렇게 달리 표현할 수 있을 터다. 읽는 내내 어려움이 없다면 그것이 가치 있는 읽기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기서 책을 음악으로 바꾸면 밴드 잔나비(사진)가 떠오른다. 잔나비는 스타다. 히트곡을 여럿 발표했고, 구름 관중이 몰린다. 그런 그들이 신보 <사운드 오브 뮤직 pt.1>을 막 공개했다. 정규작으로 치면 <환상의 나라> 이후 무려 4년 만이다. -
반복과 누적 우리가 음악을 듣는 이유 수많은 음악 관련 실험이 있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예시는 이것이다. 몇몇 과학자가 하나의 상황에 두 가지 조건을 설정하고 반응을 기록했다. 동일한 상황은 누군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다른 조건은 음악이 흐르는 경우와 흐르지 않은 경우였다. 반복 실험을 거친 결과는 이렇다. 음악이 흐르는 상황에서 인간은 타인에게 더욱 친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