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진
경북대 정치학과 교수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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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평생 존재 가치 증명하는 사회를 넘어 한국 사회는 커다란 역설의 사회다. 한국을 설명하는 열쇠말은 화려하다. 경제적으로 한국은 원조를 받던 가난한 나라에서 출발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을 동시에 달성한, 이른바 ‘30-50클럽’에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이름을 올리며, 명실상부한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섰다. 문화적 위상 또한 눈부시다. K팝, K드라마, K푸드로 상징되는 한국 문화는 세계 대중문화의 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기준이 되었다. 한국 민주주의는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계엄령과 친위 쿠데타를 경험하면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지만, 시민의 놀라운 저항으로 위기를 버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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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왜 우리는 여전히 박정희를 소환하는가 올해 10월26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 46주기였다. 박정희 사후 반세기 가까이 흘렀지만, 한국 사회의 ‘박정희 노스탤지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동대구역 광장에 내리면 오랜 갈등 속에 세워진, 볏단을 든 박정희 동상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선거철만 되면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인들은 박정희 생가를 찾는다. 여야를 막론하고 유력 대선 후보는 산업화의 성취를 경쟁하듯 소환하며 ‘성장의 신화’에 기대어 지지를 호소한다. 국정농단을 수사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조차, 선거를 앞두고는 박 전 대통령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 촛불정부 계승을 강조하던 이재명 후보 역시 박정희 시대의 제조업 중심 산업화 리더십을 언급하며 자신은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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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능력주의 신화를 신봉하는 ㅁㅈ에게 ㅁㅈ에게.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큰 성취를 이룬 자네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네. 자네가 신봉하는 능력주의, 특히 ‘시험 능력주의’에 대해 우리가 논쟁을 벌였다고 해서 자네의 신념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네. 우리 논쟁은 서로 다른 사회경제적 배경과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 공존할 수 있는 민주주의를 어떻게 만들까에 대한 것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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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민주주의 회복으로 가는 좁은 회랑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문재인 정부에 이어 민주화 이후 네 번째 진보 진영 정부인 국민주권정부가 출범 100일이 지났다. 윤석열 정부의 친위쿠데타와 ‘위로부터의 민주주의 위기’는 국민주권정부 지지자들에게 ‘반성 없는 내란 세력에 다시는 정권을 내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남겼다. 이에 따라 국민주권정부의 역사적 과제에 대한 깊은 성찰과 토론보다는 반드시 성공해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는 목적론적 정치가 강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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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투표장에서 멈춘 민주주의를 넘어서 올해는 광복 80년이 되는 해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한민국은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며 세계 10위권 선진 민주 국가로 우뚝 섰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 달 전 행한 세계정치학회 서울총회 기조연설에서도 “내란 극복 과정에서 참여와 연대의 가치를 확인하며 민주주의 역사의 새로운 장을 써 내려갔다”며 한국 민주주의가 민주주의 위기 시대의 전범(典範)임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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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국민주권정부의 삼중 딜레마 인수위도 없이 출범한 국민주권정부가 60% 넘는 높은 지지율 속에 순항 중이다. 대선 기간 내내 ‘먹사니즘’과 ‘잘사니즘’이라는 실용주의적 기조를 내세웠던 이재명 대통령은 “진영과 이념이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는 원칙에서 박정희 정부든 김대중 정부든 유용한 정책이라면 이념을 불문하고 수용하겠다는 전략을 다방면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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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정치의 개인화와 구세주 정치 2024년 대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민주주의의 기반을 뒤흔들고 있다. 트럼프는 2016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미국 사회의 병폐를 열거한 뒤 이렇게 선언한 바 있다. “이 시스템을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고칠 수 있는 사람도 오직 나뿐이다.” 이 발언은 과장된 선거 구호가 아니라, 정당과 제도를 초월한 ‘구세주 정치(Messianic Politics)’의 서막이었다. 트럼프는 기존 정당정치가 더는 자신을 대표하지 못한다고 느끼며 좌절한 시민에게 어필했다. 경쟁자였던 공화당 경선 후보는 그를 “신이 선택한 지도자”라고 찬양했고, 2021년 의사당을 점거한 시위자는 “나는 미국보다 트럼프를 더 믿는다”고 외쳤다. 2024년 대선 캠페인 중 피격에서 살아난 그는 다시금 “신이 나를 살려 미국을 구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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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생존 게임이 된 한국 정치의 역설 민주화 이후 아홉 번째 대통령 선거가 목전에 다가왔다. 12·3 계엄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질서의 중대한 위기를 거친 한국 민주주의는 다시금 갈림길에 서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선거가 한국 민주주의의 향방을 좌우할 변곡점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번 대선 국면에서도 나타난 두 가지 상반되는 현상-정치의 과잉과 정치의 부재-는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선명히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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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한국 보수 정당의 사상적 폐허 한국 보수 정당은 헌정사상 유례없는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을 경험한 주체가 됐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국정농단 사건은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으로 이어졌고, 2024년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친위쿠데타를 기도한 내란 행위로 두 번째 탄핵을 당했다. 헌법재판소는 두 사건 모두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중대한 위법 행위로 판단했고, 각각 만장일치로 탄핵을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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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한국 민주주의 ‘기능부전’ 처방전 민주주의는 단지 선거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선거 제도를 중심으로 한 수직적 책임성, 입법·사법·행정부 간의 수평적 견제, 법의 지배, 그리고 시민권과 참여라는 여러 핵심 체제가 유기적으로 움직일 때야 민주주의는 건강하게 작동할 수 있다. 한국 민주주의는 지금, 말 그대로 ‘다발성 기능부전’ 상태에 빠져 있다. 민주화 이후 한국은 부분 체제의 기능 저하로 여러 차례 위기를 겪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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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민주공화국의 갈림길에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다시 갈림길에 섰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한 헌법 제1조는 2016년 촛불광장에서 시민들이 크게 외치고 노래로 널리 부르면서 우리에게 다시 다가왔다. 연인원 17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눈바람을 맞으며 촛불로 지켜낸 민주공화국이 12·3 내란과 1·19 서부지법 폭동으로 민주화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