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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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想과 세상 세워둔 연못 간장종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숟가락을 놓고 가보니 새가 창에 부딪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등이 푸른 물총새였다 연못을 살펴보러 왔다가 막 떠나려던 참이었나 새끼들을 부르러 가던 길이었나 앞마당 연못 속 물고기의 수를 헤아리느라 부리가 길어졌구나 물총새는 수평의 연못이 지겨워 연못을 세워두고 머리를 들이밀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바깥을 보려고 창을 달았으나 나의 바깥은 새의 국경이었다 또한 나의 바깥은 반질반질해진 새의 안쪽이었다 새가 밥을 얻으러 가던 실 끝을 땅에 묻고 나는 식은 국을 떠먹었다 -
詩想과 세상 그리고 겨울,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끝을 모른다는 것길 저쪽 눈부심이 있어도 가지 않으리라는 것가지 못하리라는 것그저 살아라, 살아남아라그뿐겨울은 잘못이 없으니당신의 통점은 당신이 찾아라나는원인도 모르는 슬픔으로 격리되겠습니다위험을 무릅쓰고 옹호하겠습니다이후저는 제가 없어진 줄 모르겠습니다 -이규리(1955~) 시인이 만났던 겨울 속으로 들어간다. 시인은 겨울에 대해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 아직은 그 “끝을 모른다는 것”이라고 노래한다. 그리고 겨울을 건너가기 전에 다짐한다. “길 저쪽 눈부심”이 있는 곳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고. 그 눈부신 세계는 자신의 길이 아니라서 영영 가지 못할 수도 있으니, 그저 살아남으라고 말한다. 그렇다. 우리에게 늘 불어닥쳤던 “겨울은 잘못”이 없다. 다만 우리는 살아남아서 통점이 모이는 가장 아픈 곳, 슬픔의 빛 속으로 당당히 걸어 들어가야 한다. 당신과 내가 끝까지 옹호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어떤 이름들, 어떤 시간들일까. 겨울은 어떤 진실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거짓은 눈 속에 파묻힌 채, 제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책임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눈 속에 파묻힌 구부러진 길들을 펴는 일을 우리는 계속해야 할 것이다. 곧 눈이 펑펑 내려 쌓여 또다시 아무것도 보지 못할지라도. 끝내 겨울은 당신의 시작과 끝을 옹호할 것이다. -
詩想과 세상 다리 하나 저녁 먹고 양말을 벗는데귀뚜라미 다리 하나가 툭 떨어진다 마당 풀 뽑고 텃밭 오르내리는 동안어디서 귀뚜라미는 내 발에 차였을까다리 하나를 잃은 귀뚜라미는어느 풀섶에 기대저녁 내내 아파했을까 세상 울음에 귀 기울이는 척하던 내 귀는풀잎의 허리를 잡고 우는 귀뚜라미 소리를듣지 못했다 어느 풀잎 아래로 내려가야이 다리를 돌려줄 수 있을까 -
詩想과 세상 두꺼비들 지난밤 꿈에두꺼비들은 저마다 하나의 깊은 생각이었다갑자기 뭍으로 나온 깊은 생각들이 펄쩍펄쩍 뛰었다!깊은 생각 한 마리가 내 손을 앙 물었다나는 화들짝 놀라며 깊은 생각의 급습을 받아들였다무서워서깊은 생각은 늘 그렇게 그토록 무서운 것이어서나는 한 발짝 물러나며 깊은 생각들이 단체로 도로를건너는 광경을 지켜보았다깊게 부풀어오른 몇몇 생각은 차에 치여 뻥뻥 터졌다하지만 깊은 생각은 원래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어서사체는 흔적도 없었고다만 뻥뻥 터진 소리 후의 깊은 정적만이좀더 깊어져 있을 뿐이었다두꺼비들은 알을 낳으러 가고 있다고 했다연못으로 가서 알을 낳고 죽을 거라고 했다깊은 생각이 좀더 깊어질 생각을 낳고기체처럼 사라진다고 했다내 손을 앙 문 깊은 생각은 벌써 연기처럼 사라져버렸지만아까 깊은 생각에게 물린 자리가 뒤늦게 아려왔다이빨 자국마저 선명했다. -
詩想과 세상 서로 버스 창가에 앉은 어린 딸이내게 기댄 채 잠들었다저를 모두 올려놓고돌처럼 고요한 아이 버스는 정체되고나는 새잎을 올려둔 고목같이경건해진다 우리가 겹치기까지멀고 먼 시간을 생각하면서로의 무게를 지탱하느라우린 잠깐이토록 눈부시다 김일영(1970~)아이가 시인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 있다. “저를 모두 올려놓고” 고요히 잠든 아이의 무게는 한없이 가볍다.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지구가 달그락거리는 것 같다. 버스가 정체될 때마다, 지구가 마른기침을 하는 것 같다. 아이는 “새잎”처럼 가볍고, 시인은 그 “새잎을 올려둔 고목”처럼 경건하다. 아이가 어깨를 기댄 고목에는 어느새 새싹이 터져 나오고, 잎사귀들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
詩想과 세상 수수께끼 아무리 많아도 많은 줄 모르겠고단 하나라도 적은 줄 모르겠는 것무엇일까요?무엇일까요? 바로 바로,고양이!고양이예요 고양이, 고양이, 이상한 고양이아무리 많아도 많은 줄 모르겠고단 한 마리라도 적은 줄 모르겠어라 고양이를 알지 못하는 당신은다른 답을 댈 테지요아무리 많아도 많은 줄 모르고단 하나라도 적은 줄 모를 것?당신은 쑥스러운 얼굴로 중얼거릴라나요사랑이어라~ -
詩想과 세상 타워크레인 그의 이력은 바람의 잠수부 허공에 가르마를 타서 문설주를 세우고달빛 아흔아홉 칸에 아파트 발코니를 놓는다 밖은 춥고뼈를 모아 어서 빨리 높이 탑을 쌓으라고1301호와 1302호가 찾아와 조정실 문을두드린다 두 개의 꼭짓점을 빙빙 도는 지브 아래트롤리에는아직도 그의 손톱이 끼워져 있다 끼기긱―작고 연약한 손톱이 보드랍게 파쇄될 때‘아름다운 라이프를 위해’‘모두가 꿈꾸는 가치 있는 삶’을 보장하려고매일 아침 영끌한 누군가의 타워마스트가올라간다 -
詩想과 세상 가정방문 얼음 구덩이 속에 한 사람이아직도 구덩이를 파고 있다 깊은 곳엔 다른 것이 있을 거야믿고 싶은 사람의 손이점점 더 아래로 내려간다 얼음투성이의 손을 가진사람의 뺨은 붉고 밖에 세워진 수족관이통째로 얼어 있다 헤엄치던 물고기들이함께 얼어버린 것을 본다정지된 채로 움직이고 있는꼬리와 지느러미 한 사람은 계속해서 구덩이를 판다다음의 다음을 만나려고 -
詩想과 세상 미메시스 딸아이가거미 한 마리를 해치지 않는다자전거 손잡이 사이집을 지은 것이었는데꼬박 이주일을아이가 기다렸다거미가 스스로 떠날 때까지 거미줄을 허물면거미도 알 거야집이라 부를 수 없는 곳이구나그럼 네가 자전거를 탈 수 있단다일러 주자 딸아이가 말했다. 그렇게 누군가는난민이 되는 거 아니에요? 파디 주다(1971~) 거미가 집을 짓는다. 아이는 거미가 “자전거 손잡이 사이”에 집을 짓는 것을 지켜본다. 그리고 “거미가 스스로” 집을 떠날 때까지 기다린다. 시인은 거미줄을 허물어버리면, 이곳은 “집이라 부를 수 없는 곳”이 되어 거미가 떠날 것이라고 알려준다. 그러나 아이는 “거미 한 마리를 해치지 않는”다. 힘이 센 누군가가 집을 허물고 마을을 폐허로 만들면, 누군가는 난민이 된다는 사실을 아이도 이미 알아버린 듯하다. -
詩想과 세상 당기시오 밀어도 열렸다 하지 말란 건 꼭 하고 싶을 때가 있다하지 말란 말이 끝나기 전에 해버린다 하지 말았어야 했다 사람을 여는 건밀고 당기는 힘만으론 역부족이다 사람은 막는 것이었다 여태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잠가두었다 그때 부탁이 있다 했다잊지 말라고 했다 강력한 태풍이 북상중 창문마다 신문지를 붙이다네가 아닌 너의 이름을 본다 -
詩想과 세상 밤에, 소년이 있었다 새가 되어 날아갈 것 같아요소년이 내게 말했다 고요히나는 소년의 솜털 부숭한귓불을 쓰다듬었다 이따금소년의 귀에선 내가 쓰다 버린문장들이 흘러나왔다나는 그 문장들을 기워새를 만들었다 그보다는내 가슴을 오려새를 만들었으면 좋았을걸어두운 벤치 위에 소년은내 무릎을 베고 누웠다가쁜 숨 몰아쉬며눈동자를 흐리며 그만눅눅한 공기 속으로 소년은깃을 치며 날아갔다나는 그저 돌아갈밖에얇고 여린 소년의 껍질이어깨 위에 가볍게 걸쳐진 채자꾸 나부끼던 밤이었다 -
詩想과 세상 미니멀라이프 무인 세탁소에서 누군가의 이불이무인 카페에서 음악이무인 제과점에서 밀가루와 버터와 설탕이무인 정육점에서 어제 죽은 동물이무인 부동산에서 무너진 집들이무인 도로 위에 식물들이무인 책방에서 글자들이움직이고 있다인간 없는 곳에서인간 없이도 버린 것과 잊어버린 것들이움직이고 있다모든 것을 버리기로 한 너는 현관문을 열고집 안의 물건을 하나씩 밖으로 옮긴다나를 잘못 쓴 원고처럼 구겨져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