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홍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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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9년 만의 특별감찰관 부활 자리와 이권을 노리는 부나방들은 늘 대통령 친인척 주변에 꼬여들었다. 대통령의 막후에서 권력을 휘두른 비선 실세 친족도 있었다. 김영삼의 차남 김현철은 ‘소통령’으로, 김대중의 세 아들은 ‘홍삼트리오’로 불리며 권력형 비리에 연루돼 구속됐다. 1993년 문민정부 출범 후 친족이 수사받지 않은 대통령은 없었다. 그 제도적 귀착점이 특별감찰관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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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벙커버스터 전투기 폭격과 미사일 공격을 피하는 방법은 건물 벽을 단단하고 두껍게 하거나 땅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지휘통제소가 지하 벙커에 설치되고, 미사일 기지나 핵 관련 시설도 지하 깊숙한 곳에 있다. 하지만 벙커버스터 때문에 지하도 안전한 곳은 아니다. 벙커버스터가 처음 등장한 건 1991년 걸프전 때다. 다국적군은 압도적 힘으로 이라크를 공격했지만 사담 후세인은 건재했다. 핵심 군사시설 피해도 크지 않았다. 이란과의 전쟁 등을 경험한 이라크가 주요 시설을 지하로 옮겨놓았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선 지표면을 뚫고 들어가는 관통형 무기가 필요했다. 미 공군은 8인치 화포의 포신을 급히 활용해 첫 벙커버스터인 GBU(유도폭탄)-28을 만들었다. F-111 전투기에 장착된 GBU-28은 바그다드 외곽 공군기지에 있던 이라크군 지하 지휘소를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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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실용외교, 미·중과의 관계 50 대 50으로 맞추는 ‘균형 외교’와 달라” 외무고시(15기) 출신이며 37년간 외교관으로 일했다. 외교부 북미국장,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 등을 지낸 미국 전문가다. 주미얀마·주말레이시아 대사를 거쳐 2018년 국립외교원장을 끝으로 공직을 마무리했다. 퇴임 후 ‘미국·중국·북한의 전략적 삼각관계’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해 책 <트럼프의 귀환>을 쓰면서 “미국에 대해 다시 알아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21대 대선에서는 재외공관장 출신 모임인 ‘실용 국민외교 지원단’의 일원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 선언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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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국민주권정부 전두환이 11대 대통령에 취임한 건 1980년 8월이다. 이후 개헌으로 제5공화국 체제가 됐고 ‘체육관 선거’로 1981년 2월 12대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1979년 12·12 군사반란부터 1988년 2월 물러날 때까지 그가 권력을 휘두른 시기는 ‘5공’ 시절로 통칭된다. 흔히 ‘6공’이라고 하면 노태우 정부 때를 말한다. 1987년 개헌으로 제6공화국이 수립된 후 9명의 대통령이 등장했지만 6공화국의 첫 대통령이어서 그렇게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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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방탄 유세 1987년 13대 대선은 6월 항쟁으로 부활한 직선제로 실시됐다. 3김(金)이 분열해 지역 감정이 극렬하게 표출됐다. 노태우(민정당)는 대구·경북, 김영삼(민주당)은 부산·경남, 김대중(평민당)은 호남, 김종필(공화당)은 충청이 지역 기반이었다. 이들이 다른 지역 유세를 가면 아수라장이 되곤 했다. 그해 11월14일 김영삼의 광주역 유세는 시위로 중단됐다. 다음날 김대중의 대구 두류공원 유세도 난장판이었다. 김대중은 “여기서 지면 민주주의는 절대로 안 된다”며 34분간 연단에서 연설을 강행했다. 경호원들이 김대중을 향해 날아드는 돌, 유리병, 계란을 우산과 가방으로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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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카슈미르 히말라야산맥 서쪽 끝자락엔 고원지대 카슈미르가 펼쳐져 있다. 만년설, 깨끗한 물, 계곡 사이의 초원이 어우러져 풍광이 뛰어나다. 무굴제국 황제 자항기르는 “지상에 낙원이 있다면 카슈미르가 바로 그곳”이라고 했다. 영국 식민지 시절 괜히 ‘아시아의 알프스’라고 불린 게 아니었다.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문명의 교차로에 위치해 문화가 꽃피었다. 카슈미르 지역 산양의 털로 짜 부드럽고 보온성이 좋은 캐시미어는 실크로드를 통해 유럽에 전해지면서 명성을 얻었다. 사람들은 인종과 종교가 달라도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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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한·미 통상협상,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어떤 약속도 말아야” 2001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들어가 글로벌 경제 상황을 분석하고, 자유무역협정(FTA) 등 중장기 통상 전략을 수립하는 데 힘을 쏟았다. 외교통상부 한·EU FTA 전문가 자문위원, 한국EU학회·한국APEC학회 회장을 지냈다. 2020년부터 3년간 KIEP 원장을 맡았다. 현재 고려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다.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 방안을 제안하는 <혁신경제 4.0>, 전문가 9인의 경제 성장 비전을 담은 <잘사니즘>에 각각 공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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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트럼프 미국의 ‘역성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한 후 주요국 중앙은행은 올해 경제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트럼프의 고율 관세전쟁이 예상보다 강했고 일관성도 없어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3월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말 1.1%에서 0.9%로 내렸다. 트럼프와 ‘전면전’ 중인 중국은 지난 3월 양회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내놨지만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그보다 낮을 것으로 본다. 주요 대미 수출국인 한국은 기존 1.9%에서 1.5%로, 인도는 7.2%에서 6.4%로, 대만은 3.29%에서 3.14%로 줄줄이 내려잡았다. 전 세계가 트럼프 정책으로 인한 경기침체(리세션)인 ‘트럼프세션’ 경보를 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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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내 죽음이 소란스럽길…’ 2023년 10월7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제거하기 위해 군사작전을 시작한 후 가자지구의 사망자가 5만명을 넘어섰다. 부상자는 11만명에 이른다. 230만 가자지구 인구 중 190만명은 피란민이 됐다. 이 전쟁의 참상을 숫자로만 나타낼 순 없다. 사방이 봉쇄된 고립무원 땅에서 죽어나가고 고통스럽게 사는 이들의 삶은 생지옥에 가깝다. 그 참혹함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도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언론인들이 기록하는 글과 영상이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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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의도 ‘난가병’ 귀울림(이명)은 자기 귀에는 들리지만 다른 사람에겐 들리지 않는다. 코골이(비한)는 본인은 못 듣지만 다른 사람은 듣는다.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은 <공작관문고 자서>에서 이명을 ‘자신만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에, 비한을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 비유했다. 연암은 글쓰기 태도를 논하며 이명·비한을 거론했지만, 이는 다른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명은 ‘나잘난병(病)’에, 비한은 ‘나몰라병’에 비유되기도 한다. 의학적으로 이명·비한은 일상에서 큰 문제가 아니고 치료도 가능하지만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나잘난병’ ‘나몰라병’은 여간해선 고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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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김장하 장학생’ 문형배 문형배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이 지난 4일 대통령 윤석열 파면을 선고한 뒤로, 한 사람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김장하 선생(81)이다. 김 선생은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중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뒤 한약방 점원으로 일했다. 낮에는 약재를 썰고 밤에는 공부를 했다. 19세에 한약사 시험에 합격했다. 1963년부터 한약방을 운영하며 값싸고 효험 있는 처방으로 큰돈을 벌었다. 1984년 가산을 털어 진주 명신고를 설립해 7년 뒤 국가에 기증했다. 형편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줬는데, 다 합쳐 1000명이 넘는다. 지역 환경운동, 여성 인권, 문화예술 후원도 아끼지 않은 진주 시민사회 운동의 버팀목이었다. 김 선생은 2021년 남성문화재단을 해산하면서 남은 재산 34억원을 경상국립대에 기탁했다. 2022년 한약방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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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내전 속 지진’ 미얀마의 비극 2020년 11월 미얀마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하자, 군부가 다음해 2월1일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했다. 반세기 만에, 불안정하게나마 쟁취한 미얀마의 민주주의는 다시 무너졌다.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세 손가락 경례’로 저항했다. 군부는 평화적 시위조차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2021년 9월 반군부 민주진영인 국민통합정부(NUG)는 군부 정권에 전쟁을 선언했다. 내전이 본격화했다. 올해 1월 기준 수도 네피도와 제2 도시 만달레이 등 주요 도시는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론 반군의 통치 지역이 많다. 어느 쪽도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지 못한 내전 중이다. 피란민만 300만명을 넘고, 전체 인구(5400만명)의 3분의 1이 인도적 위기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