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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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현장 가난한 사람은 유물이 아니다 송파 세 모녀가 세상을 떠난 지 열두 해가 다가온다. “죄송합니다”라는 짧은 유서와 마지막 월세를 남기고 떠난 죽음은 한국 복지의 얼굴이 되었다. 송파 세 모녀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한다는 발굴 중심의 복지 기조가 강화되었다. 그들의 이름을 딴 ‘송파 세 모녀법’도 제·개정되었다. 위기가구 발굴과 정보 연계를 제도화하고,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발굴은 늘었지만 보장은 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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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현장 죽은 이의 원망, 산 자들의 소망 서울역 맞은편, 빌딩에 가린 동자동 쪽방촌에는 약 1000명의 주민이 산다. 언덕배기 지형 탓에 “여기서 구르면 서울역에 닿는다”는 농담이 돌 만큼, 이곳의 삶은 노숙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만큼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 합판 한 장으로 나뉜 방 너머 이웃의 기침소리가 넘어오고, 열댓 명이 화장실 하나를 함께 쓰느라 복도에는 줄이 늘어선다. 좋든 싫든 서로 얽힌 채 하루를 산다. 그럼에도 이곳은 소중한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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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홈리스를 두려워하는 사회 서울역 지하도를 지나본 이라면, 어디에 시선을 둬야 할지 망설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박스 위에 앉아 식사를 하거나, 잠을 자거나, 신문을 읽는 홈리스 앞을 지나며 정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해명되지 않은 감정의 갈피가 개인의 마음속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행정은 이 감정을 손쉽게 공포와 혐오로 규정한다. 치안과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얼마 전 동대문구는 ‘쾌적한 청량리역 광장 조성’을 명분으로 시민 설문을 진행했다. 광장에 대한 불만족 항목을 묻는 해당 설문에는 노숙인과 쓰레기를 등치시키는 문항이 포함됐다. -
NGO 발언대 도시 한가운데 공공임대주택을 2021년, 독일 베를린 시민들은 주택 임대 기업들이 소유한 24만호의 주택을 공공 소유로 전환하자는 주민투표를 성사시켰다. 당시 베를린의 월세는 10년간 2배나 치솟았고, 집은 소수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 대다수 시민의 안전과 평안을 위협하는 구조에 분노한 베를린 시민들은 “집은 누구에게나 필수적인 공간”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다시 확인했다. 집값 폭등과 주거불안이 일상이 되면 사람들은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린다. 부업과 투자에 뛰어들고, 대출을 짊어지고, 불안을 개인의 능력 탓으로 돌리며 버틴다. 그러나 이 풍경은 도시의 주거정책이 얼마나 실패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정치적인 증거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열린 도시를 위해 공공성을 확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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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빈민을 없애면 빈곤이 사라질까 홍합에 쌀을 넣고 쪄낸 미디예 돌마는 튀르키예 길거리 명물이다. 의자에 널빤지를 얹고, 반질반질한 홍합과 레몬을 한 무더기 쌓아둔 노점은 이스탄불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식당에서도 팔지만, 진짜 맛은 길 위에서 난다. 몇개째인지 모를 미디예 돌마를 먹던 중, 등 뒤에서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가 났다. 노점상은 순식간에 좌판을 해체해 들고 골목으로 사라졌다. 나는 홍합을 문 채 거리에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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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쨍 하고 해 뜰 집 볕이 잘 들어 양동(陽洞)이라 불린 동네가 있다. 서울 남산 언덕배기. 전후 판잣집이 즐비했고, 불이 나 전소되면 다시 집을 지어 올리던 질긴 주민들이 있었다. 성매매 집결지와 일용직 노동자들의 일세방, 가난한 가족들의 집이 있던 곳은 이제 빌딩 숲속 쪽방촌이 됐다. 여름엔 사방 빌딩에서 나오는 열기에 찜통이고, 겨울엔 양동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그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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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위장된 기준중위소득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이 발표되었다. ‘기본적 삶을 위한 안전망 강화’의 세부 내용 가운데 하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선정 기준 상향이다. 현재 생계급여는 기준중위소득의 32% 이하일 때 신청할 수 있는데, 이 생계급여의 선정 기준을 2030년까지 35%로 높여 보다 많은 이들을 제도로 포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가난한 가족이 주검으로 발견되는 비극이 이어지고, 그때마다 복지제도는 땜질식 쇄신을 내놓는다. 1%, 2%라는 수치가 담고 있는 삶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지금 논의에서 놓치고 있는 핵심은 무엇인가. 선정 기준 상향이 분명 필요하지만, 그 근본에는 ‘기준중위소득’ 자체에 도사린 함정을 바로잡는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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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반지하의 시간은 계속된다 끓어오르는 찌개 위로 빗물이 떨어졌다. 전셋집 부엌 천장에 비가 샌다. 가스 불을 끄며 생각했다. 폭우로 지붕이 내려앉거나 바닥에 물이 차오르면, 무엇부터 챙겨 대피해야 할지. 고양이 셋과 그들이 먹을 사료를 챙길 시간이 허락될까. 그렇게 발을 구르던 3년 전 여름, 서울 관악구 반지하에서는 일가족 세 명이 침수로 목숨을 잃었다. 8월이면 반지하 폭우 참사 3주기다. 서울시는 폭우 참사 이후 대책들을 내놓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행률은 저조하다. 다시 돌아온 여름에 우리는 묻는다. 이번엔 예견된 참사를 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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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지워진 노점상의 ‘몫소리’ 올해도 ‘반빈곤연대활동(빈활)’이 열렸다. 도시 빈민과 청년·학생이 연대하는 이 기획은, 도시에서 자리를 잃고 쫓겨난 홈리스·철거민·세입자·노점상의 삶에 공감하고, 더 나은 도시를 상상해보는 시간이다. 빈활에 참여한 이들은 노점상과 좌판을 펴고 장사를 돕는다. 거리 한복판에서 삶의 무게를 마주하며 묻게 된다. 사람들은 어떤 연유로 거리까지 밀려나는가. 단속은 이들의 일상을 어떻게 파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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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6월3일은 ‘무주택자의날’이다 33년 전인 1992년 6월3일, 1000여명의 세입자가 모였다. 전월세 폭등으로 이사 갈 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 일가족이 연쇄적으로 사망한 참사가 발생한 뒤였다. 그 자리에 참석한 한 엄마는 아기를 등에 업고 피켓을 들었다. “엄마, 우리 또 이사 가?” 절망 속에서 살아남은 세입자들은 선언했다. “더 이상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과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민주사회를 만들자.” 그렇게 ‘무주택자의날’이 제정됐다. 세입자들의 외침이 여전히 메아리치는 2025년의 6월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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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공간의 민주주의를 지켜내자 베를린 템펠호프는 폐쇄된 공항이자 광활한 시유지다. 오랫동안 공원이던 이곳에 베를린시는 도서관과 주택 공급 계획을 세웠으나 2014년 시민 반대로 무산됐다. ‘100% 템펠호프’라는 시민단체가 주도한 주민투표 결과 부지 전체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녹지와 시민 공간으로 남기기로 했다. 주거지가 불필요해서는 아니다. 그러나 시의 계획은, 임대주택의 공급 비율이 낮고 주택 임대료도 높았다. 평범한 시민보다는 민간 부동산 업자들을 위한 정책이었다. 스케이트를 타고, 반려동물과 산책하던 공원이 평범한 시민들이 갈 수 없는 곳이 되는 일. 공간에 대한 시민적 권리를 박탈당하는 일. 베를린 시민들이 시 계획을 거부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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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전세사기는 끝나지 않았다, 특별법을 개정하라 한 청년이 원양어선에 올랐다. 2년 전 일이다. 전세사기 피해로 인한 빚을 갚기 위해서였다. 전세사기특별법 발의 한 달 전 경매가 완료되면서, 그는 공식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일렁이는 배 위에서 멀미를 삼키는 동안 그에게 가해한 공인중개사는 영업을 이어갔다. 2년이 흘러 다시 밟은 한국 땅에는 새로운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었다. 청년은 멀미가 계속되듯 어지러웠을 테다. 전세사기는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