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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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세력권 부활과 한국의 ‘신생존방식’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미국발 뉴스를 보면 우리가 알던 미국이 맞나 싶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공약인 불법 이민자 대량 추방을 위해 특정 지역을 군사작전 하듯 휩쓸며, 열성적 지지층만을 향한 극단의 정치를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쓴 스티븐 레비츠키와 루칸 웨이는 현재 미국이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단계를 넘어 이미 붕괴하는 과정에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칼 슈미트의 비상 상태를 빙자해 법치의 예외를 주장하는 ‘권력행사이론’에 대입해도 어색하지 않다. 백악관 홈페이지에 걸렸던 ‘까불면 죽는다(FAFO)’ 포스터는 최소한의 위선마저 던져버린 오늘날 미국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보면 미국 우선주의도 국가를 사유재산처럼 다루는 트럼프 우선주의의 다른 이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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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한·중 정상회담과 남북 ‘평화공존’의 길 새해 초 한·중 정상회담이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열릴 분위기다. 지난 11월 초 7년 만에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한 지 두 달 만이다. 왜 이 시점인가? 양국 간 새로운 현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중국이 서둘러야 할 이유도 없었다. 이것은 우리가 4월 미·중 정상회담과 그 계기에 북·미 접촉을 염두에 두고 중국이라는 기회의 창을 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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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한반도판이 흔들릴 때를 대비하는 법 지난 11월17일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팩트시트(설명자료)와 한·미 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이 발표된 후, 북한은 며칠 뜸을 들인 후 ‘변함없이 적대적이려는 미·한 동맹의 대결 선언’ 제목의 날 선 논평을 냈다.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아니라, 조선중앙통신 논평 형식이라는 점에서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이 대화의 문을 잠근 상태에서 당분간 남북관계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이러한 북한의 행동은 유리한 국제전략적 환경을 조성했고 전략적 지위도 변했다는 자신감의 발로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4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밝히며, ‘전략적 관망’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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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한·중관계의 변곡점, APEC 활용법 단극체제가 무너지고 동맹 질서가 변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현실에 발을 딛고 기민하게 움직이면서 최대한 전략적 자율성의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경주에서 개최될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는 ‘우리가 만들어 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을 주제로 여는 다자협력체지만, 시선은 온통 미·중, 한·미, 한·중, 한·일 정상회담을 비롯한 양자외교에 쏠려 있다. 더욱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서 개최되는 대형 외교무대라는 점에서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실력을 가늠하는 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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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한반도 평화 위한 미·중관계 활용법 중국은 9월 초 중국 톈진과 베이징에서 각각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와 전승절(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행사를 개최했다. 이를 계기로 ‘시진핑 변곡점’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여기서 중국·인도·러시아 사이의 대국 연합과 북·중·러 협력강화로 반서방 전략을 본격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전방위적 봉쇄에 ‘끝까지 가보자’라고 결의를 다지면서도, 종합국력의 한계가 뚜렷한 상황에서 ‘서방 대 반서방’ 구도 대신 ‘서방 대 비서방’ 구도를 만들어 미국의 리더십 공백을 파고들고자 했다. 여기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를 제기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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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중국 ‘주변’ 전략 속 중심성 찾으려면 중국은 육상 14개국, 해상 6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다른 강대국과 달리 역사적으로 국경과 영토 문제에 민감했고, ‘주변’ 관리는 국가 대전략의 중요 목표 중 하나였다. 더구나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주변 외교를 강대국 외교와 대등한 수준으로 격상해 세계 전략의 교두보를 구축하고자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논의 국면에서 시진핑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통화해 양국의 결속을 재확인하면서 미·러 협력이 중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 했다. 또한 2020년 히말라야 분쟁 지역에서 무력 충돌 양상을 보인 지 5년 만에 중국은 인도와의 관계 개선에 합의했다. 특히 러시아산 원유 구입을 지속한다는 이유로 미국이 인도에 50% 초고율의 보복관세를 부과하자, 8월19일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 인도와 안정적 국경 관리와 국경무역 시장 개설 등 10개항 합의문을 발표했다. 8월3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대통령과 인도 총리가 만나고, 이어 9월3일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톈안먼 열병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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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새 정부, 전략적 한·중관계 모멘텀 필요 미국이 중국을 ‘추격해온 수정주의 세력’으로 보는 인식은 이미 고착됐고, 중국도 미국을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버리고 오직 자국의 이익만 추구하는 약탈적 패권국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한국의 위상 찾기 난도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한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에 가까이 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고, 중국은 한국이 대미 전략적 자율성을 보다 높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