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유안
소설가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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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어떤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가 수능 시험일이 다가온다. 수능을 치른다고 곧장 어른이 되는 건 아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어른으로 가는 문턱을 넘는 일인 건 분명하다. 부모의 보호에서 자유로워지는 나이라는 뜻이다. 한편으로 부모에게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20대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모르겠다. 대학생인 자녀의 성적 정정을 요청하는 부모가 비일비재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적잖이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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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가해자가 없는 사건 인구 5만명이 되지 않는 충북 영동군에는 매년 15만명이 찾는 장소가 있다. 노근리에서 발생한 양민 학살 사건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조성한 노근리평화기념관이다.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미군은 인민군의 공격에 영동까지 후퇴했다.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도 소개령이 떨어졌다. 동시에 미군에게는 인민군에 관한 첩보가 전파됐다. 대전 주변 방어선이 위축되는 중에 농부로 변장한 수백명의 인민군이 전선 후방으로 침투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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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질문하는 미래 미국에서 한 10대 소년의 부모가 오픈AI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6세인 아들이 인공지능(AI) 챗봇에게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방법에 관해 물었고, 챗봇이 알려준 방법으로 결국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AI를 배우자 삼아 오프라인에서 결혼식을 거행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AI를 미래의 먹거리라 일컫지만,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왔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세 명 중 한 명이 생성형 AI를 경험해봤다고 응답했다. 1년 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20대를 대상으로 한 어느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3%가 사람이 아닌 AI에게만 고민을 털어놓은 경험이 있다는 결과도 보았다. 요컨대 우리는 백과사전이자 친구이자 상담사를 겸하는 무엇을 대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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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과거를 잊을 권리는 없다 얼마 전 독일 남부에 있는 독일인 친구 집을 방문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마을인데, 갑자기 크고 날카로운 굉음이 지나갔다. 친구는 놀란 내게 담담한 목소리로, 근처 군부대에서 들리는 전투기 소리라고 알려줬다. 잦을 때는 한 주에도 여러 번씩 난다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친구는 학창 시절에 받은 교육이 떠오른다고 했다. 평화의 중요성, 두 번 다시 일어나면 안 될 전쟁에 관해 수도 없이 보고 들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