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관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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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관철의 경제 단상 불매운동과 타인의 선택권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국내에서 일제 불매운동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 불길한 전조가 아닐까 했다. 반일 감정의 광풍에 휩쓸려 민족주의 바람이 비이성적 양상으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일부 경제전문가들도 냉정한 대처를 주문했다. “일본의 상식 있는 사람들까지 적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감정적 대응이 오히려 일본의 우파에 힘을 보태줄 것이다” 등의 이유가 거론됐다. 일본의 수출산업이 부품·소재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소비재에 치중한 불매운동은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주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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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관철의 경제 단상 ‘쿨’한 재벌, 들불처럼 번지길 “사회가 지속 가능해야 회사도 지속 가능할 수 있고, 개인의 행복도 담보될 수 있다.”(최태원 SK 회장) “좋은 일 하는 기업이라는 공감을 고객, 임직원, 협력업체, 사회공동체로부터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신동빈 롯데 회장)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기여하는 것이 기업의 올바른 길이다.”(최정우 포스코 회장) 최태원 회장을 필두로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재벌, 대기업 회장들이 최근 연달아 던진 이 같은 발언들은 기업의 존재이유를 생각하게 한다. 물론 발언의 현실화 여부는 두고봐야 한다. 제도를 통한 행위의 규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럴듯한 수사에 그칠 것이라고 평가절하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시기에 이들의 발언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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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관철의 경제 단상 ‘안미경미’ 논리를 경계한다 “하는 데까지 해보고요. 화웨이 이슈 대응에 책임지라고 하면 쿨하게 인정하고 집으로 가려고 합니다. 모든 걸 내려놓고 일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 중국 화웨이와 거래하는 국내 IT기업 임원이 전해온 카톡 메시지다.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은 이렇게 국내 기업을 옥죄고 있다. 화웨이 제품을 쓰는 기업이란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행여 미국 정부에 밉보이는 건 아닌지, 눈치만 보다 미·중이 휘두를 칼날에 훅 가는 건 아닌지, 중국에 반감을 가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기업이 이곳만은 아닐 것이다. 중국 정부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중국 내 한국 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미국의 대중 보이콧에 협조하지 말라는 경고를 내렸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지만 해당 기업들은 속사정을 털어놓지 못한 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경제논리가 우선해야 할 기업들로서는 미·중 분쟁이 야속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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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관철의 경제 단상 재벌 3세여, 클러치 능력을 키워라 스포츠 경기에서 승패가 갈릴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을 ‘클러치(Clutch) 상황’이라 부른다. 미 프로농구(NBA) 스타였던 레지 밀러는 클러치 상황에서 3점슛을 성공시켜 경기 흐름을 뒤집는 것으로 유명했다. 1995년 5월8일 뉴욕 닉스와의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8.9초 동안 8점을 몰아넣으며 대역전극을 만들었고, 이후 밀러가 4쿼터에 펄펄 나는 모습을 두고 사람들은 ‘밀러 타임’이라 불렀다. 축구 등 다른 경기에서도 고비에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선수들이 스타 대접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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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관철의 경제 단상 ‘소비자 편익’이라는 딜레마 혁신적 기업가들은 새로운 제품, 서비스를 통해 기존의 시장균형을 흔들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 혁신 하면 떠오르는 경제학자 슘페터가 말하는 ‘공급 측면의 혁신’이다. 태블릿PC가 기존 PC시장의 균형을 흔들고, 스마트폰이 기존 휴대폰의 균형을 파괴한 게 대표적 사례다. 기존 상품 수요가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도저히 소비자들이 구매하지 않을 수 없는 혁신적 제품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기업가들이야말로 자본주의 발전의 원동력이다. 혁신이 나타날 때 기존 산업 종사자들은 새 흐름에 저항하거나, 수용하는 방식으로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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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관철의 경제 단상 정권의 길, 재벌의 길 대통령부터 총리, 주무부처 장관까지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잇따라 재벌과 만나는 걸 ‘재벌 기대기’로 딴지 걸고 싶은 생각은 없다. 현실적으로 재벌은 한국경제의 주요 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에도 ‘기승전-재벌 때리기’ 인식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으며 이대로 가면 정부는 무력화되고 ‘자본 파업’의 움직임이 나타나지 말란 법도 없다. 정부와 재벌의 정서상 간극차를 좁히기 위해선 각자의 역할과 소명을 다시 한번 짚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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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홍남기식 ‘흑묘백묘론’ 연말 한국경제의 화두 중 하나는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다. 중심에는 지난 10일 취임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있다. 지난 14일 홍 부총리는 언론사 경제부장들을 상대로 내년 경제정책 방향 설명회를 열었다. 그의 발언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실용주의였고, 두 개의 시점을 언급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첫째, 그는 “경제팀이 민간에 보내는 시그널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민간과의 소통을 남다르게 해보겠다”고 말했다.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를 내년 경제정책 과제의 최우선 순위로 거론한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대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적극적 의지를 피력했다. 현대차그룹의 서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설립을 허가하는 방안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3년간 끌어온 이슈”라며 “이달 안에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이 있은 뒤 이 안건은 지난 19일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 실무회의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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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보수야당 소득주도성장 비난이 불편한 이유 2012년 대선의 화두는 경제민주화였다. 그해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과반을 얻은 여세를 몰아 12월 대선에서도 승리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설계 같은 진보의 강령을 과감하게 수용했기에 집권이 가능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서방의 신자유주의적 사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급격히 퇴조하면서 포용적 성장이 대안으로 부각된 시대적 상황을 새누리당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재벌에 기댄 낙수효과가 한국경제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반성의 표출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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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김상조의 작심 발언과 눈물 재벌개혁 운동에 매진했던 김상조 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초대 공정거래위원장 자리를 받아들인 건 ‘현실참여는 지식인의 의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식인의 변신은 대개 상당한 논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최근 그의 발언을 접하며 든 생각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tbs 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진보진영은 어째서 현행 은행법 은산분리를 한 글자도 고치면 안되는 금과옥조로 취급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는 보수와 진보 간 토론도 필요하지만 진보진영 내부 토론이 더 필요하다”고도 했다. -
아침을 열며 김동연과 장하성, 둘은 무엇을 놓쳤나 관료들은 내부적으로 치열한 토론이 오갈지라도 이견 자체를 밖으로 잘 표출하지 않는 속성이 있다. 관료들 간 갈등이 뉴스의 중심에 서는 것도 매우 드문 일이다. 하지만 문 정부에서는 예외적인 현상이 빚어지면서 한국경제의 한 리스크 요인이 돼 왔다. ‘늘공’(늘 공무원)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어공’(어쩌다 공무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얘기다. -
아침을 열며 혁신성장에도 레드라인이 있다 기업은 야누스적 얼굴을 갖고 있다. 한 사람에게 기업은 가족을 부양하고 자아실현을 위한 소중한 일터가 된다. 기업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시에 기업은 노동자를 착취하기도 하며, 권력과 결탁해 부패의 온상이 되기도 하고,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지탄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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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문 정부 경제팀이 미덥지 못한 이유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공하려면 당국자들의 메시지 전달과 관리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경제주체들이 정부의 정확한 의도를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줘야 효율적 집행이 가능해진다.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면 치밀한 설득 전략이 필요하며 당국자들에게는 ‘교섭자’로서의 역할과 기능이 요구된다. 특히 한국에서는 청와대와 정부 간, 정부부처 간 정책조정이 정교해야 하고 내부 협의를 통해 조율이 끝나면 ‘원 팀 원 보이스’(하나의 팀 하나의 목소리)가 필수적이다. 정부가 혼선을 안겨주면 경제주체들은 정부를 불신하게 되고, 의사결정을 주저하게 된다. 이런 점에 비춰봤을 때 지난 1년간 문재인 정부 경제팀에 후한 점수를 주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