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무원
정치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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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대통령은 마키아벨리적으로 이 문제를 처리했어요. 욕먹을 일은 밑에 사람을 시켜라, 이게 <군주론>에 나오는 얘기잖아요. 그다음에 인기를 얻을 일은 내가 해라, 그런 게 다 나옵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치 문제를 둘러싼 이재명 대통령의 대응을 비판하며 유시민 작가가 한 말이다. 이 짧은 발언에는 검토해볼 만한 세 가지 논점이 담겨 있다. 유시민은 정말 <군주론>을 읽었는가? 대통령은 보완수사권 문제를 이 언명대로 처리했는가? 그래서 대통령은 과연 ‘마키아벨리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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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진리와 개소리 사이에서 유명한 먹자골목에서 비슷한 업종의 식당들이 저마다 ‘원조’라고 주장하는 것을 볼 때가 있다. 원조란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한 주체를 일컫는 말로서, 복수의 원조란 성립할 수 없다. ‘진짜 원조’와 ‘진짜 진짜 원조’의 난립은 당혹스럽다. 이때 원조라는 말은 공허한 수사로 전락한다. 철학자 프랭크퍼트는 이와 같은 헛소리, 즉 ‘불싯(bullshit)’의 본질이 진리값에 대한 무관심에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상황을 모면하거나 허세를 부리기 위한 전략이다. 반면 기만을 목적으로 하는 거짓말은 진리 여부에 의존한다. 가령 “경향신문의 모든 기사는 날조되었다!” 같은 발언을 생각해보자. 이 발언은 언뜻 사실과 거짓을 엄밀히 구별하는 듯하지만, 모든 기사에 대한 팩트체크 없이 내뱉은 말이라면 그저 진위에 무신경한 개소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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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플라스틱 조화에 물 주기 지방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다. 세세한 맞춤 공약을 담은 현수막들이 길에 나부끼고 있다. 후보들은 저마다 미약한 인지도를 보완하려는 듯 경쟁적으로 커다란 얼굴 사진을 건물 외벽에 설치하기도 한다. 우연히 마주친 어떤 후보자의 얼굴을 봤을 땐 손을 꼭 붙잡고 6개월 이내 사진을 사용하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동네에는 철 지난 유행가에 후보의 이름만 덧붙인 가사가 연신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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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무관심의 질주 로스앤젤레스(LA)에 다녀왔다. 사람들로 북적대는 서울과 비교하면 LA 시내는 기괴할 정도로 한적했다. 텅 빈 도시를 가득 채운 것은 자동차였다. 차를 타고 시내를 지날 때마다 눈에 띈 것은 두 가지였다. ‘렌트 가능’ 푯말이 붙은 집들과 거리에 즐비한 홈리스들. 빈집이 이렇게 많은데도 홈리스가 넘쳐난다는 게 의아하면서도 약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홈리스들이 무섭다는 감정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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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왕은 없다? 세 번째로 열린 ‘노 킹스(No kings)’ 시위 참가자가 800만명을 넘어서며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언론에 보도된 사진 가운데 가장 눈에 띈 장면은 미합중국 헌법 전문을 거대한 두루마리로 만들어 행진하는 뉴욕 시위대의 모습이었다. 그 첫머리에는 ‘우리 인민(we the people)’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240년 동안 효력을 유지해온 헌법은 바로 이 문구의 주인공을 자신의 저자로 삼는다. 두루마리를 들고 행진하는 이들은 인민과 왕을 대비시키며, 미국의 건국정신에 ‘왕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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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환각’을 일으켜 죄송합니다 인공지능(AI)은 존재하지 않는 책과 논문을 실제 있는 것처럼 말할 때가 많다. 링크를 눌러보면 엉뚱한 사이트가 열린다. 이른바 ‘환각(hallucination)’이다. 프롬프트에 “환각을 일으키지 말고”라고 단서를 붙이면 슬그머니 링크를 내린다. 한번 시작된 환각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검색되지 않는 논문이 존재한다는 끊임없는 거짓말에 지친 나머지, 가장 인간적인 방식인 욕을 퍼붓자 화면에 이런 문장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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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사이코’가 되지 않는 법 “내가 8개 이상의 전쟁을 중단시켰는데도 귀국이 나에게 노벨 평화상을 주지 않기로 했다는 점에서, 나는 평화만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무를 더는 느끼지 않는다.”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전면적인 통제권을 주장하며, 미국 대통령이 노르웨이 총리에게 보낸 서한의 일부다.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평화를 도외시한다니, 우스꽝스럽지만 웃어넘길 수만은 없다. 무시당했다는 감정은 오늘날 폭력을 이해하는 열쇠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검색창에 “무시했다는 이유로”라는 문구만 입력해도 온갖 강력범죄 사건들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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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독재를 생각한다 새해 벽두부터 독재자들의 소식을 접했다. 지구 반대편에서 국제법과 의회를 무시한 채, 독재자를 생포하겠다는 독단의 정치가 벌어졌다. 미국이 전격 단행한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두로 생포작전 이야기다. 주권국가의 불가침성을 부정하는 독단과, 국내 반대세력을 억압하는 독단 사이에서 세계가 어디로 가는지 도무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던 찰나, 지하철에서 내 발을 밟고도 싱긋 웃던 한 아저씨의 얼굴이 떠올랐다. 스마트폰에 빠진 그의 모습은 자못 행복해 보였다. 타인에 무신경한 태연함 속에서 그는 자기만의 왕국을 세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