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재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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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탱크데이와 표현의 자유 5월18일에는 5·18민주화운동을 기린다. 동시에 국가폭력을 규탄하는 날이기도 하다. 1980년 5월18일부터 열흘간 신군부는 계엄 선포에 반대하는 광주를 진압하기 위해 탱크를 앞세워 군대를 투입했고, 시민에게 무차별 발포했다. 문자 그대로 ‘탱크로 밀고 총으로 쏴 죽인’ 국가폭력이 5·18이다. 아이들을 포함한 수많은 시민이 광주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잃었다. 비극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군사정권은 5·18 학살을 정당화하기 위해 광주 시민을 ‘빨갱이’ ‘반란분자’로 낙인찍고 멸시했으며, 이는 뿌리 깊은 지역 차별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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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부실선거가 빚은 참정권 훼손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하지 못했다. 종이 부족 국가(그런 것이 있다면 말이다)도 아닌 대한민국에서 농담처럼 발생한 선거 부실은 처음에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실수가 빚은 해프닝처럼 여겨졌으나 곧 이를 참정권 훼손 사안으로 규정하며 규탄하는 목소리들이 모이고 있다. 어이없기는 하나 이렇게까지 분노할 일인가(특히 ‘군인들이 국회를 점거하려고 시도했던 비상계엄 당시에는 무심했으면서!!’라고 비교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도 많아 보인다. 그러나 선거권은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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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수사기록 의존 기소는 개혁이 될 수 없다 검찰 수사기록을 던져버려라. 2006년 이용훈 전 대법원장의 말이다. 저 발언은 ‘검사들이 사무실에서 비공개 진술을 받아놓은 조서를 공개된 법정에서 나온 진술보다 우위에 두는’ 수사기록 의존 재판을 공판과 구술 중심의 재판으로 바꾸어 나가자는 취지에서 나왔다고 한다. 공판중심주의(형사재판)와 구술주의(민사재판)가 어느 정도 정착된 지금에 와서 보면 타당한 내용인데 20년 전에는 검찰이 ‘극대노’했고 나라가 술렁였다. 대법원장은 거친 표현을 사과하면서도 신념은 철회하지 않았다.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면 피해자 인권이 침해된다는 기적의 논리까지 펼쳐지는 가운데에서도 이 전 대법원장이 이끄는 사법부는 공판중심주의 정착을 위해 노력했고, 나는 그 끝자락에 판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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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아동 형사처벌 확대, 나아갈 방향인가 뭣이 중헌디.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을 가리켜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가 만든 영화 같다는 평을 보고 쓴웃음을 흘렸다. 과연 그렇다. 작고 무해하던 아기가 어느 순간 이해도 감당도 어려운 존재로 변해버린 경험을 부모라면 크든 작든 가질 것이다. 내 앞에 놓였던 아동학대 사건들 중 절반 이상은 자녀의 일탈 앞에서 좌절하고 분노하다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지 못한 부모의 이야기였다. “판사님. 우리 애가요, 학교를 안 가요. 툭하면 가출하고 말도 안 들어요. 저는 처벌받든 상담받든 뭐든 다 할 테니까요, 우리 애 좀 어떻게 해주세요.” 이런 말을 들으면 막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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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왕사남과 흔들리는 사법 신뢰 단종이 죽는다. 이 내용을 시작 전에 외쳐도 무해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가 천만 영화가 되었다길래, 그 거대한 흐름에 합류했다. 올라가는 엔딩 크레디트를 바라보는 내 심정은 복잡했다. 각오했던 것보다 짜임새가 훨씬 엉성했다. 캐릭터는 지나치게 평면적이었고, 극의 전개는 시종일관 느슨했다. 딱 하나, 단종의 사망 장면만이 인상 깊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영화의 의도대로 울컥했고, 분노했으며, 울었다.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를 사실상 이끌었다고는 하나, 그것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소재와 관점의 힘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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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사법농단 재판에서 기억해야 할 것 소위 ‘사법농단’ 판결문을 읽으면 눈물이 난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사법부가 알량한 재판 권한과 사법행정 권한을 손에 쥐고 조직의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한 재판 당사자와 판사를 어떻게 대했는지 차분히 읽다 보면 마음 깊은 곳에서 받쳐 오른다. 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2심 재판에서 일부 재판개입 혐의에 대하여 유죄가 선고되었다. 1심 재판부는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에 개입했으므로 무죄’라는 논리를 취했는데,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사법행정의 탈을 쓰고 재판에 개입한 행위는 유죄’라고 반박한 것으로서 유의미하다. ‘월권이므로 남용이 아니어서 직권남용죄 무죄’의 논리에 의하면 재판에 개입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 부조리를 1심 재판부는 입법 미비로 보았고 2심 재판부는 법 해석으로 해결한 셈이다.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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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법은 무엇으로 완성되는가 내겐 국제법이 필요 없다. 미합중국 대통령의 이 말은 오래도록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국제인권법을 진지하게 접한 것은 판사가 된 직후였다. 그전까지 우리나라가 ‘국제법 일원론’을 채택했다는 정도로만 인식하다가 ‘왜 판사들은 국제인권법을 재판규범으로 삼지 않느냐’는 질타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인권조약을 재판에 적용하기는커녕 그 해석과 적용을 알지조차 못하는 것 아닌가. 당황스러워 동료들과 고민을 나눴다. 당시에는 국제인권법을 재판규범으로 삼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판사들도 꽤 많았다. 국내법은 입법 당시 치열한 사회적 논의를 거치기에 사회 구성원에게 규범으로 받아들여지지만, 국제인권조약은 외교 전략으로서 가입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를 국내규범으로 인정하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는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