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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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북한의 ‘남부국경화’가 말하는 것 2023년 말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북한은 군사분계선 일대를 ‘남부국경체제’로 재편 중이다. 이는 국경 선언 및 법제화, 국경 군사교리의 재정의, 국경 부대 편제·배치, 그리고 국경 화력체계의 현대화라는 네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린 국가 프로젝트다. 주목할 점은 사거리 60~420㎞의 국경 화력체계와 핵무기의 ‘연동’이다. 과거 다량의 장사정포를 쏟아붓는 저정밀 소모전형 배치에서, ‘자동화·정밀화·장거리화’ 3원칙 아래 정밀타격체제로의 전환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탄두의 기능 분화와 궤를 같이한다. 집속·파편지뢰탄, 초대형 탄두는 물론 전술핵이 선택지로 핵지휘체계와 수직 통합된 구조다. 북한은 ‘남부국경’ 화력이 국가 핵지휘체계(‘핵방아쇠’)와 연동돼 있음을 과시한다. 즉 차단물·경계체계(거부), 자동화 정밀화력(응징), 전술핵·특수탄두(확전우세), 전략핵(제2사명) 등의 확전 사다리가 연동된 구도로, ‘요새화된 국경’을 곧 ‘핵무장된 국경’으로 인식시키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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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두 국가’와 분단체제의 예외성 한반도 분단체제의 본질적 속성은 ‘예외성’에 있다. 남북관계를 규정하는 우리의 시선은 모순된 네 겹의 층위로 얽혀 있다. 우리에게 북한은 정전협정상 교전 상대국이자 헌법상 수복의 대상이며,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인 동시에 남북관계발전법상 교류협력의 동반자다. 남북합의서로는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지만, 국제법적으로는 엄연한 별개의 국가다. 하나의 상대를 두고 이토록 이질적인 규정이 중첩된 상태, 이 모호함이야말로 ‘예외상태’가 자라나는 토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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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전략적 안정성’의 렌즈 최근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의 최대 화두는 중국이 제안한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였다. 역사적으로 ‘전략적 안정성’은 냉전기 미국과 소련, 미국과 러시아 간의 양자적 핵억제 이론, 즉 상호확증파괴(MAD)의 맥락에서 태어난 강대국 전유의 언어다. 위기의 순간에서도 어느 한쪽이 먼저 방아쇠를 당길 구조적 유인을 갖지 않는 상태를 뜻하는 이 고도의 군사안보 개념을 중국은 전면적으로 미·중 양자관계의 중심축으로 끌고 왔다. 그러나 이 합의는 진정한 화해라기보다 ‘안정’이라는 단어의 정의와 규칙을 둘러싼 치열한 담론 경쟁의 시작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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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억제와 공존 구상의 ‘북한식 개헌’ 2026년 3월 단행된 북한의 헌법 개정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일관되게 추진해온 대적 투쟁과 ‘두 국가’ 주장의 전략적 궤적을 일차적으로 매듭짓는 법적 마침표라 할 수 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지난 수십년간 북한 체제를 지탱해온 ‘혁명적 인격지배’의 외피를 벗고, 제도화된 ‘핵보유 정상국가’로서의 면모를 명문화했다는 점에 있다. 이는 남북을 아우르는 변혁적 거대 담론을 거둬들이고 물리적으로 확정된 국경 내부의 존속과 실리에 집중하는 ‘영토적 주권국가’의 문법으로 이행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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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초객체의 시대, 전쟁과 안보의 문법 2025년 2월 말 미국이 이란 핵시설과 예멘 후티 거점에 가한 일련의 타격은 공식 선전포고도, 의회 결의도 없이 진행됐다. AI 표적지정 알고리즘과 드론 군집이 작전의 중추를 담당했다. 위성과 무인 드론, AI가 결합한 원거리 정밀 타격은 탐색, 표적 식별, 공격을 단 몇분으로 단축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스타링크 위성망·상업 드론·오픈소스 정보가 결합된 어셈블리지가 러시아의 기갑부대를 조각냈다. 알고리즘과 패턴 인식 모델, 인간은 ‘결정 루프’ 안에 있지만, 책임의 주체는 어셈블리지 전체에 분산되어 사라진다. 알고리즘 시대의 전쟁 문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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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적대적 두 국가, 북한식 종전선언 지난 2월 말 북한의 제9차 당대회는 ‘적대적 두 국가’가 불가역적인 ‘역사적 선택’임을 공식화했다. 기구 정리, 합의서 폐기, 남부 국경의 물리적 차단과 요새화 등 구체적 조치들이 언급됐다. 이는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선대의 남북 협력 노선을 부정한 시점부터 2020년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거쳐 치밀하게 준비된 전략적 빌드업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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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전략적 불안정 시대, 다시 쓰는 비핵화 미·러 간의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이 공식 만료됐다. 2011년 발효 이래 양국의 실전 배치 핵탄두와 운반체를 제한하며 상호 위협을 관리해온, 지구상 마지막 핵 안전핀이 제거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조약의 소멸을 넘어, 상호 취약성을 인정하고 협력으로 공멸을 막던 ‘핵 군비통제 레짐’의 종언이자, 치명적이고 강박적인 ‘전략적 불안정성’의 심연으로 세계가 함몰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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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남북, ‘선언적 평화’서 군비통제로 최근 북한이 핵추진잠수함 공개에 이어 극초음속미사일, 공대지미사일 등을 공개했다. 이 무기들은 사거리 파괴와 극초음속화, 정밀타격, 은밀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동북아의 군비경쟁 양상을 북한식으로 어떻게 변주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미국·중국·러시아가 스텔스와 극초음속, 정밀타격무기, 핵어뢰 등으로 사거리와 은밀성의 경계를 허무는 가운데, 일본과 한국 역시 장거리 반격 능력과 초정밀·고위력 미사일, 핵추진잠수함으로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바야흐로 동북아는 서로의 심장부를 정밀 조준하는 ‘초정밀 타격의 딜레마’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