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
31년차 식재료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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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금 밥상 조화를 의미하는 한자, 調 조화를 의미하는 한자는 ‘고를 조(調)’를 사용한다. 피아노의 흐트러진 음을 바르게 하는 조율 또한 같은 한자다. 음식을 만들 때 단맛, 짠맛, 매운맛을 하나로 모아주는 역할을 하는 조미료에도 사용한다. 뜬금없이 한자 타령을 하는 이유는 조미료의 ‘조’가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다. 흐트러진 맛을 모아야 하지만, 오히려 조화를 깨고 혼란을 더 부추기고 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조미료는 원래 맛을 더하는 모든 소스를 의미한다. 간장, 설탕, 된장 등이지만 글에서는 MSG(화학조미료)만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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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금 밥상 고춧가루를 생각한다 고춧가루를 떠올리면 우리는 무엇을 먼저 생각할까? 답은 처한 입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농민은 얼마나 많이 생산할지를, 조리사는 요리에 맞는 굵기를, 소비자는 원하는 맵기를 먼저 생각한다. 예전의 나 역시 맵기나 원산지를 기준으로 골랐다. 하지만 지금은 향과 맛을 더해 고른다. 고춧가루의 단맛과 달곰한 향? 고춧가루와 어울리지 않는 지극히 낯선 용어다. 토종 고추를 알기 전 과거의 나도 그런 것이 있는지 몰랐다. 어느 날 우연히 맛본 토종 고춧가루의 맛이 무척 좋았다. 괴산 유기농 전시회에서 한 봉지를 산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그 뒤로 화천재래초, 음성재래초, 붕어초, 수비초 등 다양한 토종 고추를 알게 되었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맛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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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금 밥상 토종닭 복달임 닭 소비가 느는 여름이다. 초복쯤이면 평소보다 30% 정도 닭 소비가 늘어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초복이면 왠지 삼계탕을 꼭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결과물이다.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회사 생활을 하던 2010년 초반까지는 초복이면 복달임의 대표 음식인 삼계탕을 애써 찾아 먹었다. 치킨, 백숙, 닭가슴살 등 평소에도 닭은 자주 먹는다. 그럼에도 초복에 닭을 안 먹고 넘어가서는 안 될 듯싶은 게 인지상정. 그렇다면 기왕 먹을 거 평소와 다른 토종닭을 먹는 것이 어떨까 싶다. 질기다고 알고 있는 토종닭은 사실 질기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리 알고 있다. 미디어에 노출이 잦은 유명 셰프조차도 “토종닭은 질겨서 요리를 잘해야 해” 말하기도 한다. 잘못 알려진 질기다는 인식이 강해 소비 증가를 막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이런 인식이 생긴 것은 폐계 영향이다. 알을 낳기 위해 6개월을 보내고 거의 2년 정도 산 닭은 우리가 평소에 먹던 닭과 다른 식감이다. 크기도 두 배 정도 커, 1㎏ 정도인 보통의 닭과 체급부터 차이가 난다. 치킨, 백숙, 삼계탕 등으로 먹는 육계는 보통 한 달 남짓 사육한다. 24개월 사육한 닭과 식감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브랜드 닭이 아닌 시장에서 알음알음 잡아서 팔던 시절에는 토종닭으로 둔갑했다. 그런 닭을 사서 조리하면 당연히 질겼다. 압력솥에서 푹 삶아야 겨우 이가 들어갈 정도였다. 실제의 토종닭을 맛보지 못하고 폐계만 먹었던 이들이 토종닭은 질기다는 인식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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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금 밥상 수산물의 제철 봄이 간다. 봄이 가면 봄의 맛도 사라진다. 보드랍고 쌉싸름한 나물은 억세지거나 쓴맛이 강해져 먹기가 힘들어진다. 심지어 어떤 것은 독소도 생긴다. 비단 나물뿐만이 아니다. 봄철에 산란하는 수산물 또한 그렇다. 봄 제철 별미로 알려진 생선으로는 밴댕이가 유명하다. 우리가 밴댕이로 알고 있는 생선의 원래 이름은 ‘반지’다. 진짜 밴댕이는 국물용 디포리로 알려진 생선이다. 횟감인 반지는 늦봄과 초여름 사이에 산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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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금 밥상 허울뿐인 발효 강국 퀴즈다. 빵, 술, 치즈, 햄, 병차, 수르스트뢰밍(청어 절임)의 공통점은? 힌트를 더 준다면 김치, 된장, 간장이다. 발효가 정답이다. 모두 발효로 만드는 음식이다. 발효는 인류의 훌륭한 문화유산이다. 각각의 사정에 맞는 재료를 활용해 발효식품을 만들었다. 보리를 많이 생산하는 곳은 보리로 술을 빚는다. 포도, 옥수수, 수수 등 모든 곡물과 과일의 당분은 훌륭한 발효의 소재가 된다. 당분만이 아니다. 소금의 힘을 더하면 지방이 많아 썩기 쉬운 돼지 뒷다리도 발효 과정을 통해 미식의 정점인 하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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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금 밥상 우리말의 참과 개 ‘참’이라는 접두어가 식재료 이름에 붙는 경우가 종종 있다. ‘참’나물, ‘참’깨가 있고 수산물에는 ‘참’숭어가 있다. 참을 붙이는 이유는 좋다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참치의 어원 유래설에 진짜 좋은 물고기라는 것이 있을 정도다. 참의 반대 의미로 ‘개’가 붙는 경우도 있다. ‘개’두릅, ‘개’떡, ‘개’숭어가 대표다. 두릅은 참두릅이라 부르기도 한다. 개두릅은 진짜로 참두릅에 비해 맛없는 개맛일까? 여기서 개를 비속어라 생각하면 안 된다. 국립국어원에서 개의 의미를 정도가 심한, 엉망진창일 경우나 질이 떨어질 때 사용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개두릅의 본래 이름은 엄나무순이다. 맛이 두릅에 비해 떨어지지 않음에도 왜 엄나무순이라 부르지 않고 개두릅이라 불렀는지는 모른다. 선호의 차이가 있겠지만, 필자는 두릅보다는 엄나무순을, 엄나무순보다는 오가피순을 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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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금 밥상 뽀얀 국물, 너의 이름은 유화 유화(乳化)는 물과 기름이 섞인 상태를 일컫는다. 유화의 한자를 보면 이상하다. 기름 유(油)를 쓰지 않고 왜 젖 유(乳)를 쓸까? 물과 기름이 완벽하게 섞이면 빛의 난반사가 일어나 액체가 뿌옇게 보이는 불투명한 상태가 된다. 설렁탕 국물이 뽀얗게 우러난 모습이다. 마치 ‘우유처럼 변한다’의 의미로 유화라고 한다. 영어 단어 에멀션(emulsion)의 어원도 라틴어로 젖을 짜다의 의미인 ‘에물게레(Emulgere)’에서 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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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금 밥상 눈이 아닌 맛과 향으로 고르자 2년 전 아오모리에 사과를 먹으러 간 적이 있다. 일본 혼슈 최북단의 아오모리는 사과의 성지다. 사과에 진심인 동네로 다양한 사과 주스만 파는 자판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품종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같은 품종이라도 재배 방식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사과를 재배할 때 봉지를 씌어서 재배한 것과 아닌 것은 향과 맛이 다르다. 같은 품종, 재배 방식이 다른 사과를 맛봤는데, 필자의 입에는 봉지 없이 재배한 것이 향이 더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