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주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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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살아있는 돼지 수의과대학 3학년, 대동물 내과학 마지막 시간은 농장 견학이었다. 같은 조 다섯 명이 탄 자동차는 도시를 벗어나 한 시간을 달렸다. 국도를 지나 밭 사이 좁은 길로 접어들었다. 길 끝에 서너개의 건물이 보여 창문을 내리자 뜨거운 공기와 햇살에 실린 분뇨 냄새가 쏟아져 들어왔다. 그곳은 무창 돈사, 개방식 축사에서 나오는 악취를 해결하기 위해 창문을 없애고, 환풍 시설로 모든 돈사의 악취를 중앙 집중식으로 걸러내는 곳이었다. 농장 관계자는 당시 무창 돈사가 최근에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한 선진 축사라고 설명했다. 거대한 직사각형 축사는 창이 없어서 언뜻 보면 지붕에 큰 환풍기가 달린 창고나 공장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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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사랑이 마음 여름방학 동물병원 실습 중에 듀컵 코카투 앵무새를 만났다. 첫눈에 그 새에게 반했고, 실습 동안 우리는 빠르게 가까워졌다. 앵무새는 한없는 사랑을 퍼부었다. 거침없이 어깨에 올라오고, 다정하게 나를 불렀다. 부르면 멀리서 달려와 내 품에 안겼다. 처음 받아보는 앵무새의 사랑에 얼떨떨했고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즐거웠다. 꽤 오랜 고민 후 그 새를 입양해 집으로 데려왔고 ‘사랑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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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준동 준우 작은 강아지의 이름은 준동이었다. 준동이는 준우 동생의 줄임말이라고 준우 아빠가 말해주었다. 준우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고 강아지와 함께 살고 싶어 했다. 강아지를 잘 돌보겠다는 굳은 약속을 하고 준우가 오랫동안 부모님을 설득해온 이 가족은 드디어 일주일 전 강아지를 입양했다. 준우의 부모님은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어린 강아지를 데려오셨다고 했다. 가족에게 첫 반려동물이었고, 그날은 강아지의 첫번째 예방접종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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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닭, 사람, 사랑…내가 본 기적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4월의 퇴근길이었다. 나무 밑에서 바닥을 부리로 쪼고 있는 새를 보았다. 멀리서는 하얗고 둥근 털 뭉치로 보였는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익숙한 새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닭이었다. 빼곡하게 자라난 초록 풀들 사이로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디디며 바닥을 쪼다가 공중으로 무언가를 가볍게 던지기도 했다. 움직이는 나를 발견하고 머리를 들어 닭이 내 쪽을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친 것 같았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퇴근길에 닭을 만난 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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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고양이를 부탁하는 마음 길고양이가 어제부터 움직이지 않고 집 마당에 웅크리고 있다고 데려오셨다. 박스 안은 조용했다. 꺼내려고 몸을 만지니 차갑고 뻣뻣했다. 종일 내린 비 때문인지 박스 밑에서부터 담요까지 젖어 있었다. 고양이를 데려온 남자의 허름한 옷과 머리도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마당에서 밥만 먹고 돌아가던 녀석이어서 이렇게 아픈지 몰랐다고, 조금만 다가가면 도망가버려 가까이에서 보는 건 오늘이 처음이라고 했다. 남자의 표정이 어두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