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우
작가·‘굴러라 구르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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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매력적인 ‘미끼’, 장애 세상만사 모든 복잡한 감정과 개념이 한 단어로 존재한다는 독일어 단어 설명을 보며 즐거워했던 때가 있다. 예를 들어, ‘고향이 아닌 다른 먼 곳을 그리워하며 멀리 떠나고 싶어 하는 마음’은 ‘Fernweh’라 하고, ‘타인의 불행이나 불운을 보고 느끼는 기쁨’은 ‘Schadenfreude’라 한다. 종종 내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에서, 설명되지 않던 마음을 함축된 한 단어로 만날 때면 ‘아하!’ 하고 머릿속에 불이 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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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장애인의날을 축하합니다? 어린이날에 어린이는 선물을 받고 소풍을 가곤 한다. 어버이날과 스승의날에 어버이와 스승들은 깜짝 파티의 주인공이 된다. 여성의날 역시 많은 나라에서 여성들은 커다란 행렬을 만들어내고 장미를 선물받는다. 그러면 장애인의날은? 그날이 가까워지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머쓱하고 민망한 마음이 된다. 학생 때는 ‘장애는 옮는 것이다’ 따위의 문장을 읽고 O, X를 적는 인식 개선 교육을 들었다. 그 교실의 모두가 나를 신경 쓰고 있는데 모르는 척하느라 혼이 났다. 이곳저곳에서 열리는 기념식이나 행사를 보아도 기쁜 마음보다는 괴로운 마음이 크다. 맞서 싸워야 할 차별과 자랑스러운 투쟁을 뒤로하고 시혜와 동정을 기반으로 한 누구도 화내지 않을 둥글둥글한 말을 쓰는 것이 질린다. ‘함께’ ‘행복’ ‘동행’ 같은 말을 행사에서 쓰면 수영장으로 날아가 버리는 플라잉 체어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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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서명하지 않는다 지난 3월, 학교에서 한 통의 서약서를 받았다. 이동 지원 차량의 바뀐 운영 수칙에 관한 서류였는데, 이동 범위를 축소하고 이동 목적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센터는 차량을 이용하는 학생이라면 모두 서명해야 한다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명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서명하지 않을 것이다. 맥락을 설명하려면 꽤 긴 시간을 돌아가야 한다. 대학 입학 후 ‘서울대학교 배리어프리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을 만들어 2년간 활동했다. 우리가 강조한 메시지는 한결같았다. ‘대학 생활’은 교실에서 듣는 수업만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은 교류와 탐색의 공간이다. 교수님과 미팅하고, 학과 동기끼리 소모임을 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는 모든 순간이 대학 생활의 본질이다. 이 목소리에 공감한 모임은 어느덧 40명이 넘는 학생이 거쳐 간 규모 있는 단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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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수치심 배우기 공중화장실에서 넘어졌다. 휠체어가 들어가는 칸을 찾지 못해 헤매다가, 일반 칸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은 것이 화근이었다. 나는 자가 보행까지는 어렵지만 벽을 짚고서는 어느 정도 서 있을 수 있기에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는 일반 화장실을 이용한다. 꽤 시간이 소요된 탓에 볼일이 급해져 허둥대며 들어가다가 대충 신었던 부츠가 쑥 빠지며 그대로 중심을 잃었다. 무언가를 붙잡으려 했지만 좁은 칸 안에는 어떠한 손잡이도 없었다. 다음 순간 나는 화장실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 그것도 슬쩍 내려간 스타킹 탓에 엉덩이를 그대로 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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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100%를 축하하기 전에 의식적으로 사당역 환승을 피한 지 오래다. 일평균 10만명이 이용하는 사당역의 환승 엘리베이터는 한 대뿐이다. 지하 3층부터 지하 1층까지를 오가는 이 엘리베이터는 종종 가운데 층에서는 승차할 수 없을 정도로 붐빈다. 이 안에서 고래 소리 지르며 싸운 이후에 웬만해서는 돌아가는 길을 택한다. 마음을 단단히 하고 지하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탄 날이었다. 지하 2층, 문이 열리나 더 탈 공간은 없다. 갑자기 고성이 들렸다. “한 번만 양보 좀 합시다! 이 아기 엄마 한 시간이나 기다렸다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지하 3층, 문이 열리자 족히 4m는 늘어선 줄의 사람들이 보였다. 순간 숨이 턱 하고 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