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정
어린이책 작가·평론가·번역가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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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아이들의 자유놀이, 그 아름다움에 대하여 파리 아이들의 도시 탐험 그림책이 있다. <어느 도시의 일요일>. 등장인물은 초등 고학년인 듯한 여덟 아이들. 아이들은 곳곳을 다니며 친구를 놀리기도 하고, 지하철에서 키스하는 연인들을 가까이 가서 구경하고, 질문을 퍼부어 어른들을 성가시게 하고, 장난으로 친구의 발을 걸었다가 다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애들이 이렇게 위험하게, 보호자도 없이 몰려다니게 둬도 되는 거야? 친구에게 상처 입히고, 어른들을 놀려가면서? 이러면서 놀라기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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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내 새끼가 아니어도…우리는 포기하면 안 된다 두 아이를 키우는 조카가 며칠 전 어린이집에 다니는 큰애 사진을 보여주었다. 아이는 노란 비단뱀을 목에 걸치고 있었다. 동물체험 가서 이렇게 선뜻 뱀을 두른 애는 그 녀석 하나였단다. 아이의 담대함에 감탄하기 이전에 내게서 질책이 튀어나왔다. “이거, 동물학대야!” “그건 그래…” 조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어.” “그럼 체험하지 말자고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나는 또 뾰족한 소리를 냈다. 조카는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은… 못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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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서울제대로도서전 2026년 볼로냐 도서전에서 제39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글작가 수상자로 영국의 마이클 로젠이 호명됐다. 우리에게는 <곰 사냥을 떠나자>의 글쓴이로 큰 사랑을 받는 작가이다. 시, 논픽션, 그림책 글을 골고루 쓰면서 계관시인이 될 정도로 어린이책 작가의 대표 자리에 올라 있는 그에게는 깊은 아픔이 있다. 갓 스물 된 아들 에디가 감기인지 몸이 안 좋다고 침실로 들어가더니 다음날 아침 주검으로 발견된 것이었다. 급성뇌수막염이었다. 그때의 심정은 <내가 가장 슬플 때>라는 그림책에 들어 있다. 감히 짐작도 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일 터이지만, 마이클 로젠은 거기 빠져 있지만은 않았다. 자기와 같은 일을 겪는 부모가 또 나오지 않도록 뇌수막염 연구소를 세우는 데 앞장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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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인간은 입으로 걷는다 보츠와나의 초베 국립공원에 다녀온 적이 있다. 사자, 기린, 임팔라, 하마 등 수많은 야생동물을 관찰할 수 있는 사파리 여행지인데, 특히 코끼리로 유명하다. 연신 탄성을 발하며 코끼리를 구경하다가, 강가에서 잊지 못할 가족을 보게 되었다. 엄마 코끼리가 물속에 들어가 어린 코끼리를 부르는 듯했다. 아이는 멈칫다가갔다가 뱅글 몸을 돌려 물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다시 되풀이. 가만 보니 꼬리가 깡똥 잘려 있다. 가이드 말로는 악어나 사자 때문일 거라는데, 물을 꺼리는 걸 보니 악어에게 당한 모양이다. 그 트라우마로 물이 무서운 거겠지. 얼마간 안쓰러운 시간이 흘렀는데, 언덕에서 조금 더 큰 코끼리 하나가 내려왔다. 그리고 작은 아이를 어르고 달래 강으로 인도했다. 뒤에서 밀기도 하고, 코로 몸 여기저기 쓰다듬기를 여러 차례. 드디어 두 아이가 물속으로 들어섰다! 그러고는 어찌나 신나게 노는지, 보는 사람이 행복해서 가슴이 뛰었다. 그러는 내내 엄마는 거리를 유지한 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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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프린들을 살리려고 프린들과 싸운다 5학년 닉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고 추진력도 뛰어난 아이다. 한마디로, 골치 아픈 말썽꾸러기다. 그레인저 선생님은 전통과 질서를 중시하는 엄한 영어교사다. 한마디로, 독불장군 ‘꼰대’다. 둘 사이에 전투가 벌어진다. 사전에 대한 발표 숙제에 닉이 ‘펜’ 대신 만들어낸 ‘프린들’이라는 말이 전교에 퍼지자 선생님이 그 단어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문장을 방과후 100번씩 쓰게 하는 것이다. 전교생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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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너는 강물처럼 말한단다 캐나다 시인 조던 스콧은 2025년 12월 부산국제아동도서전 북 토크 무대에 섰다. 자신이 글을 쓴 그림책들을 가지고 독자와 만나는 자리였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는 말을 더듬어 놀림받고 얼어붙어 한마디도 할 수 없었던 작가 자신의 아픈 어린 시절 교실 풍경이 모티프이다. 하굣길에 아버지는 아들을 강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뱃속에 폭풍이 일어난 것 같아 눈물을 흘리는 아들에게 말한다. “강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이지?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 아이는 “물거품이 일고, 소용돌이치고, 굽이치다가, 부딪치”는 강물을 보고, 그 뒤로 울고 싶을 때마다, 말하기 싫을 때마다 그 말을 떠올린다. “나는 강물처럼 말한다.” 그러면 울음을 삼킬 수 있게 되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아버지는 자연의 움직임 속에도 내가 더듬거리면서 말하는 것과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작가는 후기에 말한다. “덕분에 내 입이 바깥세상을 향해 움직이는 것을 즐겁게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와 감사를 이 아들은 이렇게 바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