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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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삶 누군가의 꽃밭 뒤늦게 혹독하게 인생 공부를 하는 지인들이 있다. 그들을 떠올리면 윤달, 윤월, 윤일, 윤초 같은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우주의 질서를 위해서는 그냥 둬도 아무런 상관 없지만, 인간의 질서를 위해서는 우리가 깨닫지도 못하는 1초가 드물게 존재하기도 하는 것처럼 모두에게는 저마다 소급해서 더 버티어야 하는 순간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가장 아름다운 꽃은 그처럼 버텨야 하는 길고도 지난한 과정을 통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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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삶 여백이 사라지는 시대 글에서는 행간이, 말에서는 여백이 사라지고 있다. 의사도 심리상담사도 주변의 성공한 사람들도 하나같이 말한다. 상대방에게 오해의 여지도 애매한 여운도 남기지 말고,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하라고. 대체로 성공한 그들은 주저 않고 말한다. 분명하지 않은 당신의 말투가 오해를 낳았고, 당신이 문제를 만들었다고. 그 치명적인 결점을 고치는 순간부터 당신의 삶은 도약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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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삶 봄날의 미소 병원에서 치료되지 않는 통증에 시달리다 누군가의 간곡한 권유에 마음이 움직여 일종의 대체의학이라 할 만한 제품을 구매해 쓰고 있다.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는 스티브 잡스의 투병기를 의식하던 나는 첫날부터 순하게 찾아오는 변화에 조금씩 놀라다가 누적된 변화에 적잖이 당황했다. 같은 건물에 사는 20대부터 내가 속한 60대까지 스트레스로 인한 만성질환에 숨쉬기조차 힘들어하는 이들을 여럿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들이 통증을 호소할 때마다 한번 써보라고 권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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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삶 작은 평화주의자는 큰 평화주의자 자연을 좋아하지만, 나는 전원 속에서 살지 못한다. 농촌, 농갓집, 소도시의 지방도로가 있는 풍경 모두 좋아하지만, 그런 곳에 세간을 풀기엔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다. 성장기에 그런 곳에서 수많은 살생과 살육을 보았기 때문이다. 내가 병아리 때부터 애지중지 돌보던 닭을 스스럼없이 잡아먹은 이웃 어른들, 정든 개들의 폭력적 사라짐 같은 과거의 일들은 아직까지도 내 정신에 영향을 미친다. 가끔 쉬러 가는 농촌에서도 쉴 새 없이 불이 꺼졌다 켜졌다 하는 양계장이라도 봐야 하니 내적 평화를 지향하는 내게 전원생활은 말 그대로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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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삶 정서의 성장 “당신은 복받을 거예요”라는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참 많이도 듣는다. 그들은 연말이나 연초, 명절 근처엔 내게 더 많은 복을 빌어준다. 그때마다 나도 상대의 복을 진심으로 빌어주며 나 자신은 이미 복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잠깐 골목으로 나갔다가 또 진심 어린 마음으로 내게 복을 빌어주는 사람과 여태 남아 있는 염화칼슘을 밟고 서서 얘기를 나누었다. 우리의 대화는 눈보다 먼저 뿌려져 눈도 없는 곳곳에 흉하게 쌓여 있는 염화칼슘에 대한 걱정에서 시작하여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것으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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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삶 기억은 성장한다 부모로부터 갓 독립한 서른에 나는 인생 다 안다고 믿었다. 위험천만하게도 나와 관계 맺던 자들의 내면까지도 알겠다고 믿었으니, 돌이켜보면 그 젊음이 아찔하다. 그때부터 쭉 같은 동네에 살면서 세상이 급격히 바뀌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내가 처음 살던 집은 이젠 갤러리가 되었고, 수도가 있던 마당엔 건물주의 벤츠가 주차되어 있다. 갓 서른, 내가 인생을 다 안다고 느꼈던 그 시절, 그 집엔 다양한 삶을 살아온 열 가구가 있었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그 집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도 강렬해 나는 소설 쓰는 친구들에게 각색해서 잘 써보라며 열심히 글감을 제공했지만, 일찍이 대성한 작가들도 그것을 소화하지 못해 글로 남기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