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은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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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가자 향한 구호선단이 남긴 질문 물이 무기가 되었다. 지난 4월28일 국경없는의사회가 발표해 화제가 된 보고서의 제목이다. 보고서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어떻게 의도적이고 체계적인 물 부족 사태를 야기했는지를 기록한다. 2023년 10월부터 이스라엘군의 작전으로 생존에 꼭 필요한 식수와 위생 인프라의 90%가 손상되거나 완전히 파괴됐다. 국경없는의사회의 로고가 명확히 표시된 급수 트럭이 주민들에게 식수를 배급하는 도중에도 사격을 받았다. 물 공급에 필요한 자재의 반입도 조직적이고 고의적으로 지연되고 있다. 화장실이 없어 모래에 구덩이를 파고, 넘쳐 흐른 오물이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호흡기병과 설사병 같은 예방 가능한 질병이 퍼지는 건 당연지사다. 놀라운 건 지금이 휴전 중이라는 사실이다. 한번 시작된 폭력은 휴전 중에도 생명의 필수 조건을 처참하게 무기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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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박성재 재판서 주목해야 할 것 5·18민주화운동 46주년이 며칠 앞으로 다가온 지금, 12·3 내란 사태의 책임을 묻는 재판이 속속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일련의 재판 과정에서 유독 뇌리에 박힌 장면이 있다. 4월27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결심공판에서 내란 특검 정재인 검사가 구형 논고문을 낭독하던 순간이다. 정 검사는 박 전 장관이 ‘법 기술’을 실행했다고 비판하며 “법의 이름으로 법을 파괴하는 법 기술자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엄중한 법의 심판을 내려달라”고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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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침묵을 이겨낸 ‘작은 주체들’ 1979년 안동가톨릭농민회 사건은 유신정권 말기, 체제에 균열을 일으킨 사건으로 유명하다. 그해 봄 안동가톨릭농민회 청기분회장이었던 오원춘이 정부에서 받은 불량감자 피해보상활동에 앞장섰다가 기관원들에게 납치·구금당했다. 지역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은 정권의 연속적인 ‘무리수’ 속에 전국 가톨릭교회와 정권의 대립으로 변화하며 ‘어떻게 이렇게까지 무도할까’라는 감정을 누적시켰다. 그리고 그 중심에 초대 안동교구장 두봉 레나도 주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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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폭격’의 본질 그날은 날이 맑았다. 지금은 서핑을 하러 많이들 찾는다는 포항 용한리 해변에는 1000명 정도의 피란민이 모여 있었다. 인근 흥안리에서 마을이 폭격당한 후 안전한 곳을 찾아 해변으로 모여든 이들이었다. 당시엔 해변에 모여 있으면 하늘에서 민간인이라는 사실을 쉽게 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폭격을 피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마침 머리 위로 미군 정찰기가 날아왔다. 사람들은 소문대로 흰 천을 흔들며 자신들이 민간인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10분 뒤, 미군 폭격기 2대가 갑자기 날아와 수백명에게 기관총을 쏘았다. 기총소사는 1시간 동안 계속되었고 바다는 핏빛으로 변했다. 어른뿐 아니라 많은 어린아이들이 엄마에게 업혀 있다가 혹은 안겨 있다가 즉사했다. 그렇게 죽은 사람이 100명이 넘었다. 1950년 8월27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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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쿠팡과 미 하원, 뒤바뀐 청문회 2월23일 미 하원 법사위원회가 해럴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를 소환하여 한국 정부가 “혁신적인 미국 기업”에 대해 취한 “차별적 조치”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다고 한다. 미 하원이 보도자료로 내보낸 공식 소환장을 확인해보니 약 3000명밖에 안 되는, 그것도 “제한적이고 민감하지 않은 정보” 때문에 한국 정부가 벌이는 조사가 과도하다고 보는 듯하다. 경찰이 발표한 유출 규모가 그 만배가 넘는 3300만여명이고, 유출 정보의 내용도 다양한 것을 보면, 지난 몇년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준비위원회는 물론 워싱턴 정가에 광범위한 로비를 진행했다는 쿠팡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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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실 내란죄의 탈식민 새해 벽두부터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베네수엘라 침공으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어려웠다. 이렇게 되고 보니 그간 숱한 비판을 받았던,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주의 세계질서가 갖고 있던 의의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것이 ‘탈식민’ 국가의 주권을 인정한 질서였다는 점은 특히나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생각해보면 지난 13일 윤석열, 김용현, 노상원 등에 대한 특검의 내란죄 구형도 바로 그 탈식민 민주주의의 산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