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너스’ 폭발 사고, 60년대 소련제 엔진 탑재 ‘민간 우주선’ 예고된 재앙

윤승민 기자

NASA 예산 부족 3년전 우주 왕복선 프로그램 폐기

‘우주 택시’ 등 우주개발 민간 위탁에 우려의 목소리

“이례적인 재앙이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8일 버지니아주 월롭스섬 발사대에서 무인 우주화물선 ‘시그너스’가 폭발하자 이렇게 표현했다. 하지만 ‘예고된 재앙’에 가까웠다. 이 화물선에는 1960년대 소련이 만든 엔진이 탑재돼 있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이 화물선은 NASA와 계약한 민간기업 오비털사이언스 소유로, 디스커버리나 애틀랜티스호 같은 NASA 우주왕복선들을 대신해 2년 전부터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물자를 전달해왔다. 시그너스를 탑재한 안타레스 로켓에는 구소련이 1960년대 달탐사 로켓을 위해 개발한 엔진 NK-33의 개조 모델인 AJ-26 엔진이 달려 있었다. 이 엔진은 지난 5월 시험발사 때에도 한 차례 폭발한 전력이 있다.

이번 사고에 따른 사상자는 없었지만 발사 시설이 부서졌다. 아직 사고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발사된 지 6초 만에 화염에 휩싸이며 대규모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아 엔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NASA는 예산 부족으로 2011년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폐기했고, 민간회사에 화물운송 업무를 위탁해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폭발로 상업적 우주항공 프로그램에 대한 시선이 바뀔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시그너스’ 폭발 사고, 60년대 소련제 엔진 탑재 ‘민간 우주선’ 예고된 재앙

미국의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은 소련과의 경쟁이 한창이던 1972년 시작됐다. 1981년 컬럼비아호가 첫 비행에 성공하며 비행사들이 우주를 오가는 시대가 막을 열었다. 그러나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은 2003년 고비를 맞았다. 그해 2월 컬럼비아호가 지구 귀환 중 공중분해돼 승무원 7명이 모두 숨졌다. 1986년 챌린저호 폭발의 악몽이 남아 있는데 또다시 사고가 나자 이런 프로그램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대테러전으로 재정난이 심해지면서 우주왕복선 무용론은 더욱 커졌다.

2009년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980년대 ‘스타워즈’ 구상으로 밑빠진 독이 되어버린 우주개발 프로그램과 선을 그었다. 곳간이 빈 탓이기도 했고, 냉전 때 부풀려진 우주개발 경쟁 대신 친환경 과학기술 지원 쪽으로 초점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오바마 정부는 집권 첫해 유인우주선 계획 검토위원회를 만들어 우주왕복선 대신 지구 궤도 밖 천체 탐사를 우선순위에 두기로 결정했다.

2011년 7월 애틀랜티스를 끝으로 미국의 우주왕복선 운항은 종료됐다. 다만 미국·러시아·유럽·일본 등이 공동운영하는 ISS 활동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러시아 소유스 우주왕복선을 빌리거나 민간에 맡기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달 NASA는 민간항공사 보잉, 스페이스X와 ‘우주 택시’ 개발 계약을 맺기도 했다. 그 사이에 신흥국들의 도전은 거세지면서 미국 역시 손 놓고 있어선 안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인도는 지난달 24일 미국 화성탐사선 메이븐의 9분의 1에 불과한 돈으로 무인 화성탐사선 망갈리안의 화성 궤도 진입을 성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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