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8일 비행기에 업힌 우주선

박용필 기자

196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81년 4월28일자 경향신문

1981년 4월28일자 경향신문

■1981년 4월28일 비행기에 업힌 우주선

최근 우주 개발 분야에서 가장 핫한 기업은 ‘스페이스X’죠.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 ‘팰컨’ 시리즈를 선보이며 발사에 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지난 23일에는 재사용이 가능한 ‘팰컨9’ 로켓과 유인캡슐 ‘크루 드래건’을 이용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승무원을 보내고 또 데려오며 이 분야에서의 ‘소유즈’ 우주선의 독점권(?)도 무너뜨렸습니다. 그러나 재사용 우주선을 처음 만든 건 ‘스페이스X’가 아닙니다.

40년 전 이날 경향신문에는 “보잉 747기에 업혀가는 콜럼비아호”라는 제목의 사진이 한장 실렸습니다. 사진에는 “미 우주왕복선 콜롬비아호가 27일 에드워즈 공군기지에서 747항공기에 실려 케이프카내베랄 우주센터로 출발하고 있다”는 짤막한 설명만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진은 인류 최초로 시도된 ‘재사용’ 우주 비행의 역사적 순간 중 하나를 담은 사진입니다.

컬럼비아호는 미국이 1981년부터 2011년까지 운용했던 ‘스페이스 셔틀’ 즉 우주왕복선 중 하나입니다. 청년분들도 비행기 모양의 궤도선이 뚱뚱한 연료탱크에 얹혀진 채 양쪽에 고체 연료 추진기를 달고 있는 우주왕복선의 형상을 한번쯤은 보셨을텐데요. 이 중 연료탱크를 제외한 궤도선과 추진기는 재사용됐습니다. 최초의 재사용 우주선이었던 셈이죠. 컬럼비아호는 그 중에서도 최초로 우주를 비행한 우주왕복선이었습니다.

1981년 컬럼비아호의 최초 우주 비행 임무 관련 동영상

컬럼비아호는 최초의 우주왕복선은 아닙니다. 최초의 우주왕복선은 엔터프라이즈호로 기사게재 시점보다 3년 앞선 1977년 시험 비행을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엔터프라이즈호는 내열타일과 엔진이 없는 활강 시험용 기체였고, 당시 비행도 대기권 내에서 이뤄진 활강 시험 비행이었습니다. 실제 우주비행용으로 제작된 최초의 우주왕복선은 컬럼비아호였고, 컬럼비아호의 첫 우주 비행은 기사 게재 시점으로부터 16일 전인 1981년 4월12일 시작됐습니다. 당시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컬럼비아호는 지구 위성궤도를 54시간 동안 돌았습니다. 이후 14일 에드워드 공군기지에 무사히 착륙했고, 출발지로 복귀하기 위해 747기에 업힌 모습이 바로 기사에 실린 사진인 거죠. 날개와 엔진 노즐이 달려있음에도 747기에 업힌 이유는 제트 엔진이 없어 대기권 내 동력 비행이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뒤에 달린 노즐은 로켓 엔진 부스터이며 날개는 대기권 재진입시 활강 비행을 위한 것입니다.

컬럼비아호는 챈드라 방사선 관측선 설치, 허블 우주망원경 수리 등 28차례의 우주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1998년엔 무중력 상태가 생물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2000여마리에 달하는 동물들을 싣고 16일간 우주를 비행해 ‘20세기판 노아의 방주’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컬럼비아호는 1986년 발사 도중 폭발한 챌린저호와 더불어 우주왕복선 양대 비극의 희생자가 된 비운의 우주선이기도 합니다. 컬럼비아호는 2003년 1월 임무를 마치고 대기권에 재진입해 귀환하던 도중 폭발해 승무원 전원이 사망했는데요. 발사 당시 충격으로 떨어져 나간 연료통의 절연체가 궤도선 왼쪽 날개를 강타하면서 해당 부분의 절연타일이 파손됐고, 대기권 재진입시 이 부분으로 화염이 뚫고 들어오면서 사고가 났습니다.

대기권 재진입시 발생하는 열을 차단하기 위해 궤도선의 하부 전면에 도배되는 절연타일은 손으로도 부술 수 있을 정도로 강도가 약했습니다. 또 하단의 부스터가 분리되기 전까지는 절연타일이 노출되지 않는 아폴로 우주선과는 달리, 컬롬비아호의 절연타일은 외부에 노출돼 있어 발사시 충격으로 파손되는 일도 잦았습니다. 이같은 결함은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초장기부터 존재했지만 예산 삭감 등으로 신소재 개발이나 설계 변경 등 근본적인 개선책은 마련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컬럼비아호 사고를 계기로 임무 수행 중 또 다른 우주왕복선이 발사 대기 상태를 유지하는 임시방편이 동원됩니다. 심각한 타일 파손이 발생하면 대기권 재진입을 포기하고 우주 공간에서 승무원들을 구조하기 위해서였죠. 그러나 한번의 임무 수행에 두대의 우주 왕복선을 발사 준비시켜야하는 상황은 결국 비용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궤도선 자체의 크기가 일반 로켓 전체의 크기와 맞먹어 위성 발사나 ISS 승무원 수송 등 소규모 임무에선 극악의 가성비를 보이던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이 결국 막을 내리게 되는 단초가 됩니다.

컬럼비아호는 우주왕복선의 시작이자 사실상의 끝이었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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