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모사체 분리 확인” 멘트에 환호성…코앞 좌절 아쉬움읽음

고흥 | 공동취재단·이정호 기자

누리호 발사부터 궤도 진입까지 ‘긴장의 16분’

1·2·3단 분리 성공에 나로호 때 실패한 페어링 분리도 ‘완벽’
최종 성공 데이터 분석, 숨가빴던 30분…3단 로켓 이상 확인
위성 모사체 결국 지구 추락…세계 7번째 우주강국 꿈 ‘연기’

“5, 4, 3, 2, 1, 발사!”

발사 10분 전부터 시작된 카운트다운이 끝난 순간 누리호 1단 로켓의 끄트머리에서 불꽃이 힘차게 분사되며 흰 연기가 발사대 주변을 구름처럼 휘감았다. 시각은 오후 5시, 누리호 엔진의 강력한 추진력은 길이 47.2m, 중량 200t의 거대한 동체를 하늘로 빠르게 밀어올렸다. 발사대와 취재진이 모인 프레스센터는 직선거리로 3㎞나 떨어져 있지만, 공중으로 상승하며 토해내는 누리호 엔진의 굉음은 귀를 얼얼하게 할 정도였다.

우주센터 관계자들은 누리호가 지상을 박차고 날아오른 순간 기쁨과 함께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땅을 떠난 누리호는 거침없이 비행했다. 발사 뒤 제주도와 일본, 필리핀 방면으로 날아간 누리호는 고도 59㎞에 이르러 1단 로켓을 분리했다. 우주를 향해 날아가는 발사체는 동체를 기차처럼 구획을 지어 제작한다. 연료를 모두 소진해 필요 없어진 부위를 비행 중 공중에서 떼어버려 발사체 전체의 중량을 줄이는 것이다. 지구 중력을 뿌리치고 상승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1단 로켓 분리는 바로 그런 비행 절차의 시작이었다.

누리호는 고도 191㎞에선 페어링(위성 보호용 덮개)을 분리했다. 페어링은 원뿔처럼 생긴 덮개 두 개가 맞붙어 있다. 2009년 나로호 1차 발사 때에는 페어링 한 개가 분리되지 않아 위성이 제 궤도에 투입되지 못했다. 이번 누리호 발사 때에는 아무 문제도 나타나지 않았다.

누리호는 고도 258㎞에 이르러서는 2단 로켓을 분리했다. 발사 순서가 막바지에 이른 상황, 남은 건 덩치가 가장 작은 3단 로켓뿐이었다. 3단 로켓 머리 부위에는 위성 모사체(위성과 중량이 같은 금속 덩어리)가 실려 있었다. 누리호는 계속 상승해 발사 15분 남짓 만에 고도 700㎞에 도달했다. 누리호 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리던 나로우주센터 장내 방송에선 “위성 모사체 분리 확인”이라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순간 우주센터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때부터 연구진은 누리호 발사가 최종 성공했는지를 따지는 컴퓨터 데이터 분석을 바쁘게 진행했다. 누리호가 탑재한 위성 모사체에는 별도 통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지상 기지국과의 교신 성공 여부가 아닌 예정된 고도까지 올라가 모사체를 궤도에 안착시켰는지를 살폈다.

분석결과, 목표 고도는 달성했지만 위성 모사체를 예정된 궤도에 투입하지 못했다는 것이 최종 확인됐다. 마지막 3단 로켓에 문제가 생기며 연소 시간이 짧아졌고, 결국 위성 모사체를 제 궤도에 올리는 데 필요한 속도 초속 7.5㎞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위성 모사체는 지구로 추락했다.

이번 발사를 통해 러시아와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1t급 위성을 쏘아올릴 능력을 지닌 세계 7번째 국가가 되겠다는 꿈은 잠시 미뤄지게 됐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한 컷에 담긴 화산 분출과 오로라 바이든 자금모금행사에 등장한 오바마 미국 묻지마 칼부림 희생자 추모 행사 황사로 뿌옇게 변한 네이멍구 거리
이강인·손흥민 합작골로 태국 3-0 완승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