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발사 주역 고정환 본부장 사퇴…조직개편 항의 차원

이정호 기자
고정환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고정환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지난 6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를 성공으로 이끈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이 사퇴서를 제출했다. 최근 시행된 항우연 조직 개편으로 “수족이 잘린 상태”라며 항의하는 차원이다.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우연에 따르면 고 본부장은 지난 12일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에서 물러나겠다며 과기정통부에 사퇴서를 냈다.

사퇴 뜻을 밝힌 것은 최근 항우연이 단행한 조직 개편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그는 사퇴서를 통해 “항우연은 조직 개편을 공표해 발사체개발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조직을 사실상 해체했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본부와 부, 팀이 연결된 조직 체계가 있었지만, 이번 개편으로 본부만 남겨 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고 본부장은 “머리만 있고 수족은 모두 잘린 상태가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발사체개발사업본부 역할은 발사체연구소가 대신하게 됐다. 항우연에 따르면 조직개편의 취지는 제한적인 연구 인력을 목적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해 여러 임무를 해낼 수 있도록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발사체개발사업본부 소속이던 연구 조직은 본부에서 분리돼 재배치됐다. 고 본부장은 사퇴서에서 “250여명이던 인력 중 본부장 1명과 사무국 행정요원 5명만 남았다”고 말했다.

고 본부장이 이번 조직개편에 항의하는 핵심 근거는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운영관리 지침’이다. 이와 관련해 조광래 항우연 전 원장은 “2010년 전후로 나로호 1,2차 발사가 실패하자 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항우연의 연구 능력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며 발사체 연구조직을 항우연에서 외부 개방형으로 분리한 것이 발사체개발사업본부”라며 “운영관리 지침은 발사체개발사업본부를 다루기 위해 만든 체계”라고 말했다.

조 전 원장은 “이 때문에 발사체개발사업본부는 과기정통부가 직접 관리하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항우연 마음대로 발사체개발사업본부의 조직을 변경할 수는 없다는 것이 조 전 원장의 주장이다. 조 전 원장은 “분명한 운영관리 지침 위반인데도 과기정통부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운영관리 지침의 취지가 발사체개발사업본부를 과기정통부의 ‘직할부대’처럼 보는 것이라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과기정통부는) 본부 운영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항우연 내부의 일선 연구자들은 일단 이번 일을 관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항우연의 한 관계자는 “바뀐 조직으로도 연구를 하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미 2018년부터 항우연 내 항공연구소, 위성연구소 등은 팀 제도를 폐지해 운영 중이다. 일각에선 한국의 우주개발 범위가 다변화된 만큼 조직도 상황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항우연은 이날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이번 조직개편은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과 차세대발사체 사업 등 다수의 국가 연구개발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조직 효율화 차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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