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발사 현장
1~3단 로켓 순조롭게 분리
충돌 회피 기동까지 성공적
“사출된 도요샛 4기 중 1기는
안착 확인 위해 시간 필요”
25일 오후 6시24분, 숫자 ‘0’을 향해 줄어들던 발사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장내 방송에서 “엔진 점화, 이륙”이라는 차분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우주센터 전체에 귓전을 때리는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누리호 3차 발사 순간이었다.
발사 뒤 6~7초가 지났을까. 나로우주센터에 마련된 프레스센터 인근 야외에서 하늘을 올려다보자 산을 넘어 동체를 똑바로 세우고 솟구치는 누리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발사대와 프레스센터 거리는 걸어서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 3㎞에 달했지만, 엔진에서 나오는 소음과 진동은 온몸을 떨리게 하고 귀를 먹먹하게 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누리호 1단부에 달린 추력 300t짜리 로켓 엔진의 위력이었다. 일상생활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강력한 힘에 한동안 누리호를 멍하니 쳐다보는 것 외에 다른 행동을 할 수가 없었다.
길이 47.2m, 중량 200t인 누리호는 안정적으로 속도를 높였다. 지난해 6월 2차 발사 때 입증된 성능을 이번에도 보여주면서 꾸준히 고도를 높였다. 누리호는 발사 뒤 2분3초 만에 1단 로켓을 분리해 바다로 떨어뜨렸다. 이때 누리호 고도는 66㎞였다. 국제선 여객기 순항고도의 6배가 넘는다.
고도가 너무 높아 1단 로켓 분리를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
다음 절차도 정해진 순서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됐다. 발사 3분50초 뒤 고도 209㎞에서 ‘페어링’이 분리됐다. 페어링은 3단 로켓 꼭대기 부위를 감싼 덮개다. 페어링 안에는 누리호가 우주로 옮길 화물, 즉 인공위성 8기가 탑재됐다. ‘위성 운반’이라는 누리호 3차 발사의 주목적에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린 순간이었다. 누리호는 발사 4분27초가 지나자 2단 로켓을 분리했다. 고도 263㎞였다. 2단 로켓은 필리핀 근처 해상에 낙하했다.
여기까지 상승 절차가 진행된 누리호는 목표 고도인 550㎞에 예정대로 도달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단 분리’ 과정이 끝났기 때문이다.
발사체가 우주로 향하다 정상적인 비행에 실패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단 분리다. 발사체는 연료를 동체에 가득 채운 뒤 엔진 점화와 동시에 연료를 빠르게 소모한다. 그리고 연료를 모두 소진한 동체 부위를 분리해서 바다에 버린다. 그래야 중량을 줄여 가뿐하게 우주로 솟구칠 수 있다. 그런데 발사체가 우주를 날다 보면 1단과 2단, 2단과 3단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짧은 시간에 압력과 온도, 속도 변화를 극단적인 수준에서 겪어야 하는 발사체에선 흔히 일어날 수 있는 고장이다. 그런데 이 과정을 3차 누리호가 모두 별 탈 없이 이겨낸 것이다.
홀로 남은 누리호의 3단 로켓은 꾸준히 고도를 높였다. 발사 뒤 13분3초, 고도 550㎞에 이르자 마침내 위성 분리가 시작됐다.
‘1번 타자’는 차세대 소형위성 2호였다.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우주에 투입된 뒤 초소형위성(큐브위성)들이 연속해 뒤를 따랐다. 각 위성들이 분리되는 간격은 20초였다. 국내 기업인 져스텍과 루미르, 카이로스페이스가 만든 큐브위성이 차례로 우주를 향해 누리호 3단 로켓에서 분리됐다. 마지막으로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큐브위성 군집인 ‘도요샛’이 궤도에 투입됐다. 이때가 발사 15분23초 뒤였다. 다만 도요샛 4기 중 1기는 실제 사출이 됐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항우연은 밝혔다.
이렇게 위성 대부분이 고도 550㎞를 유지하며 지구 주변을 도는 궤도에 안착했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밝혔다. 3차 발사가 성공한 순간이었다. 나로우주센터 장내 방송으로 위성 투입이 끝났다고 안내하자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누리호는 위성을 완전히 분리한 후에도 발사 뒤 18분58초까지 비행했다. 남은 연료를 분무기처럼 분사해 위성과 거리를 벌렸다.
위성과 충돌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기동까지 정상적으로 매듭지어진 것이다.
이날 나로우주센터에서 개최된 공식 브리핑에서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오늘 3차 발사까지 누리호의 신뢰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발사 서비스는 물론 다양한 위성 운영과 우주 탐사까지 우리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