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 코앞 보이저 1호, 교신 두절 원인 찾았지만…곧 다가올 영원한 안녕

이정호 기자

지난해 11월부터 지구와 정상 교신 불가

NASA, 원인으로 ‘반도체 칩 파손’ 규명

망가진 칩 우회해 교신 방법 찾을 계획

근본 문제는 전력…방사성 전지 힘 저하

내년부터 관측 장비 작동 불가 가능성

보이저 1호가 우주 공간을 비행하는 상상도. 현재 보이저 1호는 지구에서 240억㎞ 떨어진 곳을 날고 있다. 인간이 만든 물체 가운데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보이저 1호가 우주 공간을 비행하는 상상도. 현재 보이저 1호는 지구에서 240억㎞ 떨어진 곳을 날고 있다. 인간이 만든 물체 가운데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1977년 9월5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높이 48m짜리 대형 로켓 ‘타이탄 3E’가 화염을 뿜으며 공중으로 솟구친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당시 발사 장면은 여느 로켓 이륙 모습과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 의미는 특별하다. 로켓에 실린 화물이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였기 때문이다.

보이저 1호는 현재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인공 물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록을 갱신하면서 우주를 비행 중이다. 지구와 약 240억㎞ 떨어져 있는데, 지구와 태양 거리의 162배에 이른다. 무려 47년간 우주를 날아 이룬 결과다.

오랜 ‘근속 기간’ 때문인지 보이저 1호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크고 작은 고장이 자주 발생했다. 그때마다 NASA는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등 원격 정비를 실시해 관측을 재개했지만, 지난해 11월 발생한 고장은 달랐다. 고치기가 어려웠다. 벌써 5개월째 보이저 1호와 지구 관제소 간 정상 교신이 안 되고 있다.

그런데 이달 초 NASA가 보이저 1호에서 고장이 발생한 원인을 찾아냈다. 보이저 1호 컴퓨터 내부에 들어간 ‘칩’, 즉 반도체 덩어리가 망가진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이 문제가 해결돼도 보이저 1호는 ‘장수’하기 어렵다. 보이저 1호의 식량 격인 전력이 곧 바닥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반도체 칩 파손 규명

NASA에 따르면 보이저 1호는 지난해 11월14일부터 0과 1이 반복되는 의미 없는 신호를 중얼대듯 지구 관측소를 향해 보내고 있다. 사실상 탐사선으로서 기능이 무력화됐다.

이런 일이 일어난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한 NASA는 지난달 보이저 1호 내부 컴퓨터에 문제가 생겼다는 점을 먼저 발견했다. ‘비행 데이터 시스템(FDS)’과 ‘원격측정 변환장비(TMU)’라는 기기가 문제였다.

FDS는 보이저 1호에서 수집한 우주 관측 정보를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TMU는 FDS에서 관측 정보를 받아 전파에 실은 뒤 지구로 전송하는 역할을 맡는다. FDS가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모아 정리하는 물류센터라면 TMU는 고객 집으로 향하는 택배 차량인 셈이다.

그런데 NASA 과학자들이 분석해 보니 FDS와 TMU가 서로 의사소통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러니 지구로 관측 정보를 보낼 수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러다 NASA가 추가 분석을 실시해 이달 초 유력한 원인을 잡아낸 것이다. 바로 FDS에 들어간 메모리, 즉 정보기억장치의 약 3%가 손상됐다는 점을 규명했다.

NASA는 공식 자료를 통해 “FDS 메모리를 구성하는 칩 하나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칩은 반도체를 모아놓은 가로·세로 수㎝ 내외의 작고 얇은 조각이다.

고장 해결해도 수명 ‘초읽기’

칩은 왜 고장 났을까. NASA는 두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나는 칩이 우주에서 쏟아지는 방사선 같은 강력한 에너지 입자에 노출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입자는 전자장치에 해를 끼치는 중요한 원인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오랜 세월’로 인한 기계적 피로도 상승이다. 보이저 1호는 우주로 나선 지 47년이 됐다. 이렇게 오랜 수명을 유지하는 기계는 찾기 어렵다. 군용 장비가 취역 60년이 넘도록 현역으로 활동하는 사례가 있지만, 수시로 정비와 보수가 병행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보이저 1호는 1977년 발사 이후 인간이 직접 손을 대 고친 적이 없다.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이 아니라 먼 우주를 관측하는 탐사선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기술적인 문제가 생기면 지구 관측소에서 전파를 쏴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는 등의 조치만 해왔다. 이번 고장도 그렇게 대처해야 한다.

NASA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수 있지만, 사용할 수 없는 칩을 우회해 보이저 1호가 정상 작동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고장을 해결한다고 해도 보이저 1호의 ‘죽음’, 즉 영구적인 작동 정지는 머지않았다. 동체에 탑재한 에너지원인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 발전기(RTG)’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아서다.

RTG는 방사성 물질에서 나오는 열을 전기로 바꾼다. 그런데 이 열이 점점 식고 있다. 그러면 전기도 못 만든다. 보이저 1호는 태양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태양광 전지판 없이 전기를 만들기 위해 RTG가 장착됐다.

NASA는 “이르면 내년부터 우주에서 과학 정보를 수집하는 장비가 에너지 부족으로 완전히 꺼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과학 장비가 모두 꺼져도 우주에는 공기 같은 방해물이 없기 때문에 보이저 1호는 기존 속도를 유지하면서 우주 비행을 이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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