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밖 개척 골칫거리 ‘달 먼지’ 털어낼 묘수 찾았다

이정호 기자

달 먼지, 작고 뾰족해 인력·장비 손상

‘전기장 빗자루’…아르테미스 계획 속도

1972년 아폴로 17호 우주비행사 진 서넌이 달 착륙선 근처에 서 있다. 우주복에 검은색 달 먼지가 잔뜩 붙어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1972년 아폴로 17호 우주비행사 진 서넌이 달 착륙선 근처에 서 있다. 우주복에 검은색 달 먼지가 잔뜩 붙어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달 표면에 깔린 먼지를 효과적으로 털어낼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 달 먼지는 특정 물체에 일단 달라붙으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데다 작고 날카로워 달 개척이 본격화하면 인력과 장비에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컸다. 이번 기술이 아르테미스 계획을 통한 인간의 달 진출 속도를 높일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달 표면에서 활동하는 우주비행사와 각종 장비가 달 먼지에 손상을 입지 않을 방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NASA가 만든 기술의 이름은 ‘전기역학 먼지 방패(EDS)’다. 달 먼지는 태양에서 나오는 전기적 성질을 띤 입자인 ‘태양풍’에 노출되면서 정전기를 띤다.

정전기가 생긴 달 먼지는 월면에 내린 사람의 우주복과 각종 탐사 장비에 착 달라붙는다. 이를 깔끔하게 털어내는 기술이 EDS다.

EDS의 핵심 원리는 파동처럼 물결치는 전기장을 생성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런 전기장을 달 먼지가 붙어 있는 우주복이나 태양 전지판, 카메라 렌즈 등에 쏜다. 이러면 전기장이 달 먼지와 우주복 사이로 비집고 들어간다. 달 먼지가 떨어지는 것이다.

달 먼지는 워낙 강력한 정전기를 띠기 때문에 일반적인 먼지떨이로는 제거하기 어려운데, 이를 해결할 일종의 첨단 빗자루를 개발한 것이다.

그런데 고작 먼지 정도라면 어딘가에 묻더라도 그냥 놔두면 되는 일 아닐까. 그렇지가 않다. 달 먼지는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달 먼지는 월면에 고루 깔린 검은색 또는 회색 가루인데, 알갱이 크기가 약 0.002㎝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작다.

게다가 모양새가 매우 날카롭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달 먼지는 월면 암석이 운석에 맞아 깨진 조각들이다. 이런 조각들은 지구에서처럼 풍화작용을 통해 표면이 둥글둥글해지는 과정을 겪지 않기 때문에 유리 파편처럼 모양새가 뾰족하다.

실제로 아폴로 계획 때 우주비행사 중에는 달 먼지 때문에 호흡기 질환을 앓은 사례까지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럴 일이 없게 된 셈이다.

EDS는 지난 2월 월면에 내린 민간 달 착륙선 ‘오디세우스’의 부속 장비에 처음 적용됐다. 오디세우스에 장착된 ‘이글 캠’이라는 공중 촬영 기기의 카메라를 깨끗이 유지하는 데 사용됐다.

NASA는 공식 자료를 통해 “EDS 기술은 향후 아르테미스 계획을 통해 달에 인간의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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