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개최된 전문가 워크숍서 지적
인공위성 동체 ‘알루미나’ 거울 역할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이 지상으로 추락할 때 지구 상공에 흩뿌리는 금속 파편 때문에 지상 기온이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구에 예기치 못한 추위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과학기술전문지 스페이스닷컴은 최근 세계 우주 폐기물 연구자들이 영국 사우샘프턴대에서 개최한 워크숍을 통해 지난해 인공위성 200t이 지구 대기권에서 연소하며 잔해가 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인공위성은 수명을 다하면 지구 중력에 이끌려 대기권에 진입한다. 그리고 공기와의 마찰로 불에 타 소멸한다.
워크숍에 참석한 영국 우주기업 스페이스 포지는 대기권에서 불탈 인공위성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33년에 이르면 이런 인공위성이 연간 3600t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구에 매년 떨어지는 별똥별(1만6000t) 규모의 20%가 넘는 인공 물체가 지구 대기권에 돌진하는, 전례 없는 일이 앞으로 10년 안에 벌어진다는 것이다.
추락하는 인공위성이 많아지는 것은 지구 궤도로 올라가는 위성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주원인은 미국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시행하는 ‘스타링크’ 사업이다.
스타링크는 지구 상공에 작은 위성을 촘촘히 띄워 세계 어디에서나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게 하는 통신 서비스다. 2019년 시작됐는데 지구 상공에는 스타링크를 작동시키기 위한 인공위성이 이미 6000여기나 운영 중이다. 지구를 도는 전체 인공위성(8000여기)의 75%에 달한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용 인공위성을 2027년까지 1만2000여기로 늘리고, 궁극적으로는 4만여기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스타링크용 인공위성의 수명은 약 5년이다.
워크숍에서 전문가들이 내놓은 우려의 핵심은 불타는 위성 동체가 부서질 때 튀어나오는 금속, 즉 산화 알루미늄(알루미나)이다.
알루미나는 인공위성 동체에 많이 함유돼 있는데, 동체가 부서지면 알루미나도 잘게 쪼개져 지구 상공에 흩뿌려진다. 쪼개진 알루미나는 반짝이는 거울 기능을 한다. 지구로 쏟아지는 태양광을 반사한다. 이렇게 되면 기온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지구 온난화 시대에 다행인 것 아니냐고 생각할 법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구 기후 시스템은 매우 복잡하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변수를 만들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할 수가 없다. 기온이 너무 떨어지거나 특정 지역에 기후 변화가 집중될 수도 있다.
스페이스닷컴은 워크숍에 참석한 레이첼 스미스 영국 에든버러대 박사의 발언을 인용해 “현재 국제법에는 위성 재진입과 관련된 대기오염에서 지구를 보호할 조항이 없다”고 전했다. 국제기구 차원의 대책과 위성 제조사들의 기술적인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