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들어가는 등유와 달리 그을음 없어
사업기간 3년…국내 민간기업서 실물 제작
“발사체 대형화 전제해야 경제성 확보” 지적도
우주항공청이 2030년대 중반 개발을 목표로 추진 중인 한국의 재사용 발사체에 자체 제작한 메탄 연료 엔진을 장착하기로 했다. 메탄은 탈 때 그을음을 만들지 않아 발사할 때마다 엔진 청소를 할 필요가 없다. 같은 발사체를 짧은 기간에 여러 번 쏘는 재사용 발사체 기본 개념에 적합하다. 메탄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륙 뒤 7분 만에 발사대로 돌아온 미국 기업 스페이스X의 발사체에도 사용됐다.
우주청은 29일 경남 사천시 우주청 청사에서 내년부터 본격화할 ‘혁신형 재사용 발사체 핵심기술 선행연구 사업’을 주제로 한 공청회를 열고, 관련 계획을 설명했다. 이날 자리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 이노스페이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우주기업이 참석했다.
사업은 총 3년간 진행된다. 우주청은 국내 기업들로부터 재사용 발사체 엔진의 개발 계획을 받은 뒤 내년 말에 1개 기업을 선정해 집중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 3년 뒤에는 핵심 장비와 부품을 실물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우주청은 지난 5월 개청 때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천명했다. 지난달 윤영빈 청장은 “개발 시점은 2030년대 중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우주청은 재사용 발사체에 메탄 연료 엔진을 장착할 것이라는 점을 처음 공식화했다.
메탄의 핵심 장점은 연소 중 그을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리호 등 많은 로켓이 연료로 사용하는 등유는 그을음이 많다. 재사용을 한다면 매번 엔진 청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지난 13일 미국에서 발사된 스페이스X의 재사용 발사체 ‘스타십’도 메탄을 연료로 쓴다. 당시 스타십 1단 로켓인 높이 70m짜리 ‘슈퍼 헤비’는 발사 뒤 7분 만에 역추진을 통해 공중에서 발사대로 귀환했다. 재사용 발사체를 본격적으로 상업화한 곳은 전 세계에서 스페이스X가 유일하다.
박순영 우주청 재사용발사체프로그램장은 “한국이 누리호를 발사하며 다룬 액체산소(영하 183도)는 액체메탄(영하 161도)과 온도가 비슷하다”며 “발사체 탱크나 펌프를 만들 때 필요한 기술도 유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탄 연료 엔진으로 넘어갈 바탕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는 “메탄을 연료로 쓰는 재사용 발사체 엔진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발사체를 대형화한다는 전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타십은 지구 저궤도로 무려 150t을 수송할 수 있다. 누리호의 약 75배, 다른 기업이나 국가가 가진 큰 발사체의 7~8배다. 재사용 발사체라는 특징 자체가 발사 비용을 이미 떨어뜨리는데, 스타십은 대규모 수송을 통해 비용을 더 낮추는 것이다.
이 명예교수는 “스타십 발사 비용은 2040년에 1㎏당 100달러(13만7000원)까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한국이 소형 재사용 발사체를 개발해서는 경제성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