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미래, 바다에 있다

동해 ‘심해 탐사’를 시작하려면

최복경 |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지원단 전문위원
[우리의 미래, 바다에 있다]동해 ‘심해 탐사’를 시작하려면

해양영토란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포함해 국제적으로 일정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광의의 확장 영토를 말한다. 이 때문에 최근 각광받는 분야는 심해공간 개척이다. 심해공간 개척이란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개념이다. 기존에는 그 대상이 주로 우주였지만, 최근에는 바다로 넓어지고 있다.

미국은 올해 정부의 연구·개발(R&D) 우선 순위를 발표하면서 14대 과학기술 중 해양과학 분야를 선정했다. 중국은 ‘3심 탐사전략’을 내세워 우주와 해저, 지하 공간을 영토로 확보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2013년 국가심해기지를 칭다오에 건설했으며, 2018년부터는 남중국해 1만m 심해에 인공지능(AI) 해저무인기지를 짓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한국도 심해 탐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유네스코·정부간해양학위원회(IOC)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유엔국제해양과학 10개년 계획 추진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심해 연구를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한국의 심해 탐사에는 아직 많은 한계가 있다. 심해 탐사는 수심이 100m 이내인 서해나 남해와 달리 2000m 수준에 이르는 동해에서 주로 이뤄져야 하지만, 아직 체계적인 연구는 전개되지 못한 것이다. 이유는 비용이다. 깊은 바다를 탐사하기 위해서는 잠수정과 해저 로봇, 심해탐사센터가 필요하지만, 이런 장비와 시설을 구축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2007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무인탐사정인 ‘해미래’를 개발해 운용하고 있지만, 실제적인 활용도 면에서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잠수정을 해저에 투입하고 운용하는 데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해서다. 이 때문에 탐사는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수상을 운항하는 온누리호나 이어도호 같은 해양탐사선에서 수온이나 염분, 탁도 등을 알아내는 센서를 바닷속에 내려 해저 환경을 측정하는 방법이 주로 쓰인다. 이런 제약으로 인해 동해에 대한 연구, 특히 심층과 해저에 대한 탐사는 지금까지 거의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해 해저에 어떤 자원이 얼마나 있는지, 어떤 심해 생물이 살고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조사가 이뤄져 있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 체계적인 연구 지원이 있어야 한다. 개척이 필요한 대표적인 공간 중 하나인 우주에 대한 개발계획은 국가 주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매년 6000억원 이상 규모로 투자가 이뤄진다. 반면 해양·심해 탐사 분야에는 수백억원 정도의 소규모 사업별로 산발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지원액 규모를 확대하고, 지원의 초점도 심해 탐사와 공간 확보 기술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런 기술을 발전시키면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자원을 캐내는 것은 물론 탄소포집저장(CCS)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고, 해저과학기지나 해저도시를 지어 수중생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지진해일을 감시하고 해양학적 측면에서 기후변화 연구를 전개할 수도 있다. 저온과 고압을 견디는 새로운 소재 산업을 육성할 수 있고, 해양영토를 확보하는 외교정책적인 이점도 생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끄는 수중로봇 기술과 수중의 혹독한 환경을 견디는 정밀기계, 전자 산업 등을 발달시킬 수 있다. 심해공간 탐사기술 분야는 다부처 융합사업으로 육성해 국가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16세기 영국 탐험가 월터 롤리는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했다. 한국이 대양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동해의 깊은 바다를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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