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부위 정확히 가열하는 전자레인지 기술 개발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한 마이크로파 가열 장비의 모습. 음식물을 균일하게 데우거나 특정 부위만 골라 집중적으로 데울 수 있는 새로운 전자레인지 원천 기술을 담고 있다. 전기연구원 제공

전자레인지가 음식물에 열기를 골고루 분산하거나 특정 음식물만 콕 집어 필요한 만큼만 가열할 수 있도록 하는 원천 기술이 개발됐다. 가정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한편, 반도체 등 산업 현장에 응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한국전기연구원 정순신 박사팀은 사용자가 원하는 대상을 골라 필요한 만큼 가열할 수 있는 ‘스마트 전자레인지’ 핵심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응용 열 공학’과 ‘재료 화학 A’ 최근호에 실렸다.

전자레인지는 음식물을 데우기 위해 전자기파의 일종인 ‘마이크로파’를 발사한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마이크로파 파장을 세밀히 조절하기 어려워 가열이 고르게 되지 않는 일이 많다. 전자레인지에서 데운 음식물이 어느 부위는 차갑고, 어느 부위는 뜨거운 이유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파수를 조절해 파장 변화를 정교하게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었다. 기존에는 주파수를 바꿔도 파장이 민감하게 변하지 않았지만, 연구진이 새로 만든 기술은 주파수를 1% 조절하면 기존 기술보다 파장 변화를 100배 증폭시킬 수 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음식물의 온도 변화를 알아낼 열화상 카메라와 연계해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음식물을 골고루 가열시키는 ‘균일 가열’을 실현할 수 있다. 냉동 피자를 전자레인지에 돌리고나면 모든 부위가 빠짐없이 따뜻해지는 것이다. 특정 음식물만 골라 사용자가 원하는 온도에 맞춰 데우는 ‘표적 가열’도 가능하다. 전자레인지에 넣고 동시에 돌렸는데도 우유는 뜨겁게, 빵은 미지근하게 데워서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반도체와 자동차, 탄소섬유 등 각종 산업제품의 생산 공정에서 열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쓰일 것으로 기대했다.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순신 박사는 “앞으로 마이크로파로 가열이 잘 안 되는 금속 물체에서도 효과적으로 열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기술의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전자레인지 마이크로파